[영화리뷰] 모성애를 향한 새로운 시각, 구혜선의 '다우더'

윤기백 입력 2014. 11. 1. 12:19 수정 2014. 11. 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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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모성애를 어떻게 이런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지, 구혜선 감독의 독특한 철학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구혜선이 직접 연출과 주연을 맡은 영화 '다우더'가 31일 서울 CGV 왕십리에서 언론시사회를 열고 일반에 첫 공개됐다. '다우더'는 어긋난 모녀 관계, 뒤틀린 모성애를 밀도 있게 그린 작품. 구혜선이 직접 주연과 연출을 맡았으며, 심혜진, 현승민, 윤다경, 이해우, 양현모 등이 출연했다.

영화 '다우더'는 누구나 알고 있는 모성애를 다룬 영화다. 하지만 그 모성애가 일반적이지 않다. 아마도 그동안 영화 속에서 접했던 모성애는 우리가 보고 싶었던 것들만 담아냈기 때문에, '다우더' 속 모성애는 왠지 낯선 게 사실. 하지만 너무 남의 얘기 같지는 않다. 우리 주변의 이야기, 어쩌면 나의 삶에도 저런 모습이 있었기에, 영화를 보면서 조금은 공감이 가는 게 사실이다.

사실 소유라는 건 물건에게나 가능한 개념이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 우리 부모들은 자식들을 두고 '내 새끼', '내 아들', '내 딸' 등 항상 앞에 '내'라는 수식어를 붙이곤 한다. 그것들이 과한 개념으로 성장하고, 집착을 하게 되면 결국 소유욕에 눈이 멀게 된다. '다우더'는 분명 잘못됐지만, 우리 사회에선 너무나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성애를 색다르게 접근했다.

또한 자식의 입장에서도 우리는 늘 부모에게서 독립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들도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으면, 결국 자기 자식에 집착하고 모든 것을 걸고 기대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그런 모순적인 상황의 반복을 구혜선 감독은 엄마와 딸, 그리고 임신이란 매개체를 통해 증명했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구혜선 감독에게서 이런 심오한 영화가 나올 수 있다니… 영화를 향한 구혜선의 집념이 이뤄낸 결과인 것 같다.

배우들의 열연도 대단했다. 평범하지만, 결코 가볍게 접근할 수 없는 어려운 배역들을 충실히 해냈다. 딸에게 집착하는 엄마 역을 맡은 심혜진의 연기는 위대했다. 가끔 실제인지, 연기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심혜진은 자신을 버리고 엄마 역할에 몰두했다. 덕분에 관객들은 어머니와 딸의 심오한 관계에 집중할 수 있었고, 또 심혜진의 탁월한 감정연기 덕분에 '어머니'의 또다른 면도 함께 관찰할 수 있었다.

딸 역할로 열연한 현승민과 구혜선의 연기도 대단했다. 사실상 학대를 받는 어린 시절 산 역을 연기한 현승민은 굉장히 힘든 연기를 해냈다. 박수를 치고 또 쳐도 모자를 만큼, 산이란 역할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 성인이 된 산 역할을 한 구혜선도, 임신을 하게 된 이후 어머니를 마주하면서 겪게 되는 감정의 굴곡을 사실감 있게 그려냈다. 연출뿐만 아니라 연기에도 열정이 가득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옆집 피아노 선생 역을 맡은 윤다경도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역할이지만, 절제된 연기를 통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직접 나설 수 없지만, 언제나 산이를 동정하고, 산이가 올바른 길로 자랄 수 있도록 뒤에서 묵묵히 도와주는 역할을 맡았다. 게다가 관찰자 시점, 즉 관객들이 바라보는 시점과 동일한 인물을 연기하며, 잘못된 모녀의 관계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봤다. 결과적으로 '다우더'는 주연부터 조연에 이르기까지, 작품만을 바라보고 열연한 배우들의 활약 덕에 제대로 그 진가를 발휘했다.

모성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다우더'. 혹여나 감독 구혜선에 대한 편견이 있다면, '다우더'야말로 그 편견을 과감히 깨줄 묵직한 영화다. 11월 6일 개봉.

윤기백 기자 giback@sportsworldi.com ▶어제 뭐 봤니?▶HOT포토▶헉!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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