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면피성' 상고추진하다 돌연 포기, 왜?

정재호 2014. 11. 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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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을 다시 채점하는 초유의 사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관련 학회에 휘둘리며 '좌고우면'한 교육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평가원의 경우 수능 오류로 인정되면 수장이 경질되는 게 관례처럼 돼 있어 오류를 인정하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관련 학회도 '식구'인 출제자를 감싸기 쉬운 구조다.

릐1년 걸린 오류 인정=문제가 된 세계지리 8번 문제의 오류는 객관적으로 명확했다. 쟁점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유럽연합(EU)의 총생산 규모. 교과서에는 EU의 총생산이 더 많았지만 최신 통계는 NAFTA가 많았다.

문제에 제시된 세계지도에도 '2012년'이라는 연도가 명시돼 있었다. 2012년은 NAFTA가 EU보다 총생산이 많았던 해다. 명백한 오류지만 평가원은 "교과서에는 EU가 더 많게 돼 있다"며 오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가 법원에서 뒤집혔다.

관련 학회의 자문 결과와 교육부·평가원의 미온적 태도가 문제였다. 지난해 11월 평가원은 한국경제지리학회와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에 자문을 요청했고 '이상 없음'이란 통보를 받았다. 이를 근거로 교육부는 수험생들의 주장을 묵살했다.

문제에 흠이 있다는 게 명확했지만 돌아올 책임 추궁과 후폭풍 때문에 바로잡을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2심 판결 직후만 해도 교육 당국은 대법원 상고를 유력하게 검토했다. 그러나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인 질타를 받고 여론이 악화되면서 입장이 바뀌었다.

게다가 평가원이 고급 파스타 식당에서 8억원을 쓰고, 약자인 수험생과 법정 다툼에 고액이 드는 대형 로펌을 선임한 사실이 드러나 질타를 받았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1심과 2심이 갈린 만큼 대법원 판단을 받아보자는 입장이 강했으나 청와대가 여론 악화를 우려해 상고를 포기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릐구제 못하는 피해자들은=가장 억울한 경우는 세계지리 점수 하락으로 하향 지원한 학생들이다. 세계지리 오류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점을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시에서 A대학에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세계지리 점수 때문에 포기하고 다른 대학에 지원한 경우다. 교육 당국이 정한 피해 구제 범위는 수시든 정시든 '세계지리 점수 때문에 떨어진 점이 확인될 경우'로 한정될 전망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그런(하향 지원한) 피해자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직 거기까지 생각해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려고 지원을 포기하고 재수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억울하다. 이런 학생들의 경우 지난해 낙방의 고배를 마신 데 이어 올해도 수능을 앞두고 심리적 동요까지 겪어야 한다.

이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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