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200일]잠수사들 덕분에.. 지현이 덕분에.. 우리는 다시 희망을 꿈꾼다

진도 | 배명재 기자 2014. 10. 3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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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내는 실종자 가족들

그들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싸늘한 시신으로 197일 만에 돌아온 단원고 황지현양(18)이 가족들을 다시 일으켜 세워놓았다. 한순간에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아이들의 웃음소리, 산산이 깨져버린 그들의 꿈을 안타까워하며 절망하던 실종자 가족들. 초겨울 비바람이 몰아치던 31일 진도에서 만난 가족들은 "또다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썰렁하기 그지없던 진도실내체육관, 팽목항 가족 쉼터에도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느슨해졌던 수색현장도 활기를 되찾았다. '11월 수색계획'조차 내놓지 않은 채 머뭇거렸던 범정부사고대책본부도 "다른 시각으로 수색계획을 전면적으로 다시 짜겠다"고 약속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199일째인 31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에 한 실종자의 귀환을 기원하는 등이 매달려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이제 9명 남았다. 조은화(17), 허다윤(17), 남현철(18), 박영인(17) 등 단원고생 4명, 양승진(57) 고창석(40) 교사, 일반인 승객 이영숙씨(51)와 권재근씨(51), 권씨의 아들 혁규군(6)이다.

양 교사 부인 유모씨(53)는 "무엇보다 민간 잠수사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나서주는 게 든든하고 고맙다"면서 "아이 아빠랑 함께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 더 굳어졌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말 누나 이영숙씨를 기다리다 지쳐 병원으로 실려가 그대로 폐 절제 수술까지 받은 영호씨(45)는 "사고 당시 누나가 3층 뒤쪽 방에 분명히 있었다는 생존자들의 증언을 믿고 있다"며 모처럼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직 성치 않은 몸으로, 빗속을 뚫고 팽목항으로 가는 버스에 오르며 "누나에게 힘을 드리기 위해 바다로 간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관심이 다시 지펴진 것에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 실종자 가족은 "며칠 새 '힘내라'는 전화도 많이 받았고, 핀잔이 많던 인터넷 댓글도 이젠 확연히 달라졌다"며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지만 이젠 버텨낼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장길환 민간자원봉사팀장은 "내일은 광주시민들이 대규모 문화제를 열어주기로 했고, 6일에는 천주교 광주대주교님까지 오시기로 해 위축됐던 가족들이 몰라보게 달라져 있다"고 귀띔했다.

참사 '200일'을 맞아 1일 광주시민상주모임이 여는 '팽목항 문화제'는 가족들의 아픔을 달래기 위한 행사다. 전국에서 온 '기억버스' 참가자들과 노란 리본 편지쓰기·솟대세우기·세월호 만화전·마당극 등으로 실종자 귀환을 빌고 '주먹밥'도 함께 나눠 먹는다. 항구 방파제에 5m 높이의 노란 리본 조형물이 설치됐다.

동생과 조카를 기다리는 권오복씨(59)는 "우리들의 가족 찾기엔 '국가 안전망 확보'라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도 들어 있다"고 말했다.

<진도 | 배명재 기자 ninapl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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