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200일]"돈에 중독된 조직 세월호 참사 불러"

박은하 기자 2014. 10. 3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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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인문 성찰 심포지엄

"세월호 참사는 돈과 일에 중독돼 조직의 책임을 잊은 결과입니다."

강수돌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사진)는 31일 서울대 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4·16(세월호 사건)에 대한 인문적 성찰과 재난인문학' 심포지엄에서 "참사의 재발을 막고 원인을 제대로 해명하려면 기업이나 정부가 사회적 책임을 잃고 비정상적 행동을 보인 이유에 대해 주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참사와 구조·대응 실패의 원인으로 '중독조직' 이론을 제시했다. 그는 정부가 참사 이후 원인 규명보다 특례입학 등 보상 문제를 먼저 제시한 모습, 금융권·한국선급의 규제·감독 실패, 청해진해운의 반민주적 조직운영, 음모론을 유발하는 자극적 의제제기와 속보 경쟁에 매몰된 언론 등을 중독조직의 사례로 제시했다. 중독조직 이론은 1980년대 후반 미국에서 체계화된 이론으로 개인뿐 아니라 조직이나 사회 전체가 알코올중독자나 일중독자처럼 병적인 행위 패턴을 보일 수 있다는 이론이다. 중독조직 내지 중독사회는 병적인 행위를 오히려 정상이라 보고 이를 비판하거나 고치려는 건강한 행위를 비정상으로 간주해 억압한다.

강 교수는 "중독조직은 비전, 약속, 목표, 소속감, 보너스, 승진체계 등의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구성원들이 이런 것들이 없으면 삶이 돌아가지 못할 것처럼 여기게 만든다"며 "가치에 대해 고민할 틈이 없다 보니 책임성을 잊고, 무책임이 제도화돼 원래의 일도 제대로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팽목항을 방문한 정치인들의 기념촬영과 박근혜 대통령이 5월19일 관피아 청산 등의 약속을 한 담화 직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라카 원전 원자로 설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출장을 떠난 것에 대해 "애도의 공간조차 마케팅의 장소로 활용했다"며 "최악의 중독행위"로 꼽았다.

강 교수는 "돈이나 권력, 일이나 지위, 관계와 조직에 중독된 우리 자신의 모습을 인정해야 온 사회가 건강을 회복하고 '삶의 질'을 높여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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