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 막히자 '가상계좌' 유통해 2조원대 불법거래(종합)

2014. 10. 3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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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

대포통장 단속이 심해지자 가상계좌를 시중에 대량으로 유통시켜 2조원대 불법거래를 일으키고 수수료 명목으로 15억여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특히 시중 유명 은행 지점장들도 가상계좌를 발급해주는 과정에서 의무위반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경찰 수사대상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사이버범죄대응과는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가상계좌 5만개를 인터넷 도박사이트 등에 제공하고 수수료 명목으로 15억여원을 챙긴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도박개장방조죄)로 이모(52) 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가상계좌(Virtual Account)란 은행 실계좌(모계좌)에 딸린 입금전용 연결계좌(자계좌)로 이용고객별로 고유한 식별을 위해 계좌번호 형태로 부여된 전산코드를 말한다.

통상 가상계좌는 입금자의 정보가 포함돼 있어 자동차세나 과태료, 아파트관리비 등 각종 공과금 납부에 활용된다.

가상계좌를 이용한 회원 포인트 적립사업을 하던 이모(50세) 씨는 사업이 어렵게 되자 올해 4월부터 홍모(37세) 씨와 또다른 이모(52세) 씨 등과 함께 도박사이트 운영자 등에게 입금전용 가상계좌를 무더기로 넘겨줬다.

경찰 수사결과, 이 씨 일당은 도박사이트 운영자 등에게 "대포통장은 단속이 심해 구하기 힘들고 처벌도 강화돼 위험하지만 가상계좌는 가명으로 사용해 추적이 어렵고 필요할 때마다 계좌를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다"고 유혹해 가상계좌를 대량으로 유통했다.

가상계좌는 입금전용이지만 이 씨 등은 MMS(multi Management System) 프로그램을 사용해 입금받은 돈을 도박자금 출금 요청 등 필요할 때마다 불법으로 '전자자금이체'를 해주며 수수료를 챙겼다.

보통 '전자자금이체업'을 하려면 금융위원회 등에 사업등록을 해야하지만 이 씨 등은 무등록상태에서 2조원대 불법거래를 일으켰다.

특히 이 씨 등이 사용한 MMS(자금이체) 프로그램과 R-BOX(고객관리) 프로그램은 외부 해킹에도 매우 취약해 수만명의 개인정보뿐 아니라 선의의 자금도 자칫 대량유출될 뻔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 씨 등이 약 4개월간 제공한 가상계좌수는 5만여개로 이 가운데 약 1만2,000여개가 범죄에 이용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범죄건수만도 260여건에 이른다.

실제로 한 도박사이트 운영자는 이 씨로부터 제공받은 가상계좌를 약 2,800억 상당의 자금을 환전 거래하는 데 사용했다.

또다른 인터넷 도박사이트 땡큐게임(www.tgtg200.com) 역시 이 씨가 제공한 가상계좌를 이용해 도박 행위자로부터 도박 대금 1,180억원을 입금받기도 했다.

심지어 "돈을 투자하면 미완공된 병원 건물을 완공해 원금과 원금의 40%의 이익을 준다"라며 피해자로부터 1억여원을 받아챙기는 유사수신행위에도 가상계좌가 사용됐다.

가상계좌는 입금자 식별을 위해 계좌번호 형태로 부여된 전산코드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금융실명제법의 적용이 쉽지 않다.

경찰은 이 씨 일당이 국내 유명 은행 3곳으로부터 각각 60만개와 30만개, 5만개의 가상계좌를 순차적으로 발급받는 과정에 은행 지점장 등이 공모했는 지 여부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가상계좌를 통해 불과 4개월만에 2조원대 불법거래가 있었음에도 이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하지 않은 점도 석연치 않게 보고 있다.

특히 경찰은 이 씨 일당이 챙긴 15억원 가운데 약 2억원은 은행이 챙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은행 3곳으로부터 영장을 통해 가상계좌 발급 관련 서류 일체를 넘겨받았고 최근 지점장 등도 소환해 참고인 조사를 마친 상태다.

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 viole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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