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윤일병이 꾀병인 줄 알았다" 가해자들 여전히 책임전가

입력 2014. 10. 31. 09:54 수정 2014. 10. 3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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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28사단 윤일병 사건, 윤 일병을 무자비하게 폭행해 숨지게 한 가해 병사들에 대한 1심 판결이 어제 내려졌습니다. 주범 이모 병장에게는 징역 45년의 중형이 선고되었는데요. 하지만 살인죄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유족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과 관련한 말씀 나눠보죠. 소장님 나와 계십니까?

▶ 임태훈 소장 / 군인권센터:

네,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어제 법원에서 1심 선고 직접 들으셨다고요?

▶ 임태훈 소장 / 군인권센터:

네.

▷ 한수진/사회자:

살인죄는 무죄,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는데요. 1심 선고 결과, 어떻게 받아들이세요?

▶ 임태훈 소장 / 군인권센터:

1심 선고 결과는요. 많은 논란이 있겠지만, 얼핏 보면 45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했기 때문에 가해자들 일벌백계 한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사실상 상해치사죄로는 우리 사법역사상 아마 최초라고 할 만큼의 최고형을 선고를 했습니다.

사실은 통상적으로 15년 정도가 최고인데요. 이것은 나중에 항소심 가면, 절반 이상이 깎여나갈 것이라는 게 법률가들의 생각입니다. 즉, 살인죄로 만약에 유죄를 선고하게 된다면, 이 수사를 잘못하고 기소를 잘못한 검찰관과 헌병대 수사관, 지휘관 라인에 대한 중징계, 해임이나 파면을 면치 못하기 때문에 자기 조직을 나중에 다 들어내야 될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결국은 축소시키기 위해서, 자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라고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살인죄를 적용을 하려니까 군에 대한 비판이 여러 가지 나오고, 또 징계 문제 등 여러 가지가 나올 것 같고, 그런데 국민 법 감정은 고려해야 되고, 그래서 좀 어정쩡한 형량이 나온 거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임태훈 소장 / 군인권센터:

그렇죠, 급한 소낙비는 피하고 보자는 아주 얄팍한, 저희는 꼼수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누차 언론을 통해서 살인죄가 무죄 나올 수도 있다, 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한 앵커님하고도 과거 그런 통화를 한 것 같은데요. 그게 말이 되느냐고 저한테 반론을 제기하셨는데, 이게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저희가 법정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그런 것들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법정에 가면 항상 위병소 앞에 경찰 병력이 와 있어요. 평상시에는 버스 한 대 정도가 와 있는데요. 결심 공판 때는 2대가 와있더라고요. 그리고 선고 공판 때는 3대가 와 있었습니다. 1개 중대 150여명의 직업 경찰로 구성된 기동대가 와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아, 오늘 살인죄는 무죄겠구나' 이런 직감을 할 수 있었고요. 법정 안에서는, 일반 법원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떤 일들이요?

▶ 임태훈 소장 / 군인권센터:

헌병대 병력을 동원해서요. 재판정 안쪽의 병력들을 바깥쪽을 향해서 앉아있게끔 했습니다. 이게 뭐냐면, 살인죄 무죄 선고 하면 유족들이 대거 항의할 거니까, 거기에 미리 방어할 거라는 건데요. 안팎의 이런 모습을 진두지휘한 사람은 다름 아닌 전두환의 조카사위인 김현집 3군 사령관입니다. 하나회 출신이죠.

▷ 한수진/사회자:

이분이 이런 결정하셨다고요?

▶ 임태훈 소장 / 군인권센터:

이런 분이 사령관으로 있기 때문에 군사정권 시절에나 볼 수 있는 경찰 병력이 동원이 되는 것이고요. 경찰 병력은 심지어 정보과 형사들을 영내에까지 끌어들였습니다. 유족이나 재판부에 항의하는 사람들 있으면 감시명령 내려가지고 바로 그냥 밖으로 빼버리려고 경찰하고 합동으로 그런 식으로 이 작전을 펴기도 했고요. 저는 이게 군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전두환 정권으로 회귀하고 있다, 이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아주 실망감이 크신 것 같습니다. 만약 군검찰, 군법원이 아니었다면 좀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요?

▶ 임태훈 소장 / 군인권센터:

네, 저는 뭐 다른 결과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울산 계모 살인사건도 항소심에서는 결국 살인죄가 인정되었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1심에서는 상해치사죄였고요.

▶ 임태훈 소장 / 군인권센터: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판결문을 입수해서 쭉 분석을 했는데요. 당시 아동이 항거불능, 그리고 보호자로부터의 공격, 이런 것들을 주된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윤 일병한테 적용 한다면요.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간 군인입니다. 군인은 헌법상 시민보다도 한층 더 두터운 보호를 받아야 되는 것이고요. 그리고 국가는 윤일병의 보호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선임병들도 보호자이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로부터 공격을 당했고 그것도 한 차례가 아니라 무려 35일간 계속 지속적으로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했던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살인죄에 대한 입증은 저는 결코 어렵지 않았다, 라고 보고 있고요. 과연 그렇다면 군검찰은 재판 내내 살인죄에 대한 자신들의 기소를 입증할만한 노력을 했는가,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증거가 불충분했다, 이런 말씀이신가요?

▶ 임태훈 소장 / 군인권센터:

증거보다는 노력이겠죠.

▷ 한수진/사회자:

제대로 수사를 안했다?

▶ 임태훈 소장 / 군인권센터:

그러니까 통상적으로 살인죄 적용 같은 경우에는 우리 공판 검사들이 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법정에서는요. 수사검사들이 다 나와서 하고 심지어는 때에 따라서는 부장검사까지 공판장에 나와서 유죄입증을 위해서 최선을 다합니다. 그런데 사법연수원 갓 졸업한 군검찰관 세 명이 나와 가지고요. 한 명은 졸고 있고요, 한 명은 웃고 있고요, 그나마 한 명이 겨우겨우 열심히 하고 있는데요. 사법적 지식이 일천하다보니까 그만큼 유죄를 입증할 만큼 강력한 검찰력을 발휘하지는 못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군 법원은 살인죄를 적용할 수 없었던 이유, 한 마디로 살인의 고의성이 없었다, 이렇게 본 거죠?

▶ 임태훈 소장 / 군인권센터:

그건 그렇게 믿지 않고 싶은 거겠죠.

▷ 한수진/사회자:

그렇게 믿지 않고 싶은 거다...

▶ 임태훈 소장 / 군인권센터: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왜냐면 기도폐색이라는 것이 직접적 사인이 아니라는 게 밝혀졌습니다. 그것도 저희들이 폭로한 것이죠, 2차 브리핑을 통해서요. 그만큼 이 사건에 대해서 국가 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공익의 수호자로서 실체적 진실을 파야 될 검찰의 의무를 다했는지를 점검해봐야 되는데 그렇지 않았고요. 또 군사법원 또한 그러한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여타의 노력들을 과연 했는지도 저는 좀 의심스럽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법원도 제 역할을 못 한 것 같다,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 이런 말씀이신데요.

▶ 임태훈 소장 / 군인권센터:

그렇습니다. 재판부 구성을 보면요. 아까 말씀드린 하나회 전두환 조카사위인 김현집 사령관이 임명한 사람이 재판장으로 들어옵니다. 이 사람, 사령관의 꼭두각시이고요. 그리고 주심 군판사, 별로 경험이 없습니다, 부장판사급도 아니고요. 부심 군판사 대위, 여기도 별로 경험이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재판하니까 이런 엉터리 판결이 나오는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군검찰도 재판부도 문제가 있었다, 이런 말씀이시고요. 어제 윤 일병의 어머니가 결과 보고 아주 오열을 하시던데. 지금 유가족들은 어떤 상태인가요?

▶ 임태훈 소장 / 군인권센터:

유가족들이 좀 힘들어 하는 건요. 어제 빠른 손을 자랑하는 모 언론사가 '살인죄 버금가는'이라는 헤드라인을 빼면서 포털 사이트를 점령했는데요. 이것에 대해서 왜 도대체 살인죄 버금간다, 라는 재판장의 말을 그대로 인용했는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SBS 8시뉴스 같은 경우에는 이 부분에서 심도 있게 다뤘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줬는데요. 그나마 다른 언론들이 제 역할을 해서 유족들이 조금은 안도했는데, 문제는 이겁니다. 국가가 지켜주지 못했는데 결국은 끝까지 국가가 우리 아들을 버린다는 생각에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 라는 말씀도 하셨고.

저한테는 개인적으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소장님, 저는 이 사건 끝나면 승주 따라 가겠습니다" 이런 이야길 했어요. 그래서 제가 어머님 그러시면 안 된다고,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유가족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는 어떠한 좀 노력이, 의료적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 때인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만큼 지금 심각한 상태군요. 많이 힘들어하시고요.

▶ 임태훈 소장 / 군인권센터:

윤 일병 부모님뿐만 아니라 군에 자식을 보내서 사망한 유가족들이 지금 꽤 시간이 흘렀지만 몸과 마음이 굉장히 피폐해지고 있습니다. 어제 재판에 뇌수막염으로 사망한 노우빈 훈련병 어머니도 참여를 하셨는데요. 굉장히 병원을 왔다갔다하면서 많이 힘들어하시거든요. 그리고 뭐 신성민 상병, 뇌종양으로 사망한 유가족도 계속 이 재판을 방청하고 계시지만 큰 누님께서는 갑상선이 또 오셨어요. 그래서 마음의 병이 몸을 침범하고 있다, 저희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정신과 의사님들로 구성된, 트라우마 심리치료를 할 수 있는 그러한 팀도 저희가 좀 구성을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재판부는 가해자들이 뒤늦게나마 반성하는 기미를 보였다고 하는데, 정말 반성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항소를 했잖아요?

▶ 임태훈 소장 / 군인권센터: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주범인 이 모 병장 같은 경우는요. 부심 군판사의 질문에 대해서도 "윤 일병이 꾀병인 줄 알았다" 계속 윤 일병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성이라는 것은요. 그런 변명이 뒤따라오지 않아야 된다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들이 정말 어떤 죄를 지었고, 어떤 잘못을 했는지, 아직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우리 군이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과 살인죄에 대한 엄단을 하겠다고 말로만 하고 있기 때문에, 믿는 구석이 있으니깐 가해자들이 그런 국가 폭력에 기대가지고 가는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네,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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