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용 교수, 종교학자의 눈으로 본 '에반게리온' 비평서 펴내

정원식 기자 2014. 10. 30.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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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인간, 어떻게 구원할 것인가.. 마음 열어 외로움 덜라고 '에바'는 답하죠"

<신세기 에반게리온>(이하 <에반게리온>)은 1995년 10월 일본 도쿄TV에서 방영을 시작해 총 26화로 완결된 일본 애니메이션의 걸작이다. '에바'라는 약칭으로 불린 이 시리즈는 최근까지도 극장판이 제작될 정도로 일본에서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에반게리온>은 한국에서도 열혈 팬들을 양산했다. 일본 문화가 개방되기 전인 1990년대 중반 이 작품을 해적판으로 본 당시 10대와 20대들을 중심으로 자생적인 동인지가 만들어졌고, 당시 PC통신 게시판은 이 작품에 등장하는 복잡한 종교적·신화적 상징들에 대한 해석과 비평으로 넘쳐났다.

'에바'에 대한 열광과 해석은 주로 하위문화의 영역에서만 논의됐을 뿐 종교학자들의 분석 대상이 된 적은 드물다. 그러나 현직 목사인 이길용 서울신학대 교수(50)는 "애니메이션에 대해 말하는 것도 종교학"이라고 말한다.

<에바 오디세이>의 저자 이길용 서울신학대 교수. 서성일 기자

최근 <에반게리온>에 대한 비평서 <에바 오디세이>(책밭)를 펴낸 그는 "종교학의 최신 흐름은 종교를 세계를 설명하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세상과 삶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모든 시도를 종교학의 관점에서 읽는 것"이라며 "종교야말로 기호와 상징으로 점철돼 있는 문화현상"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생각 뒤에는 학제 간 연구가 일반화돼 있는 독일 대학의 풍토가 자리 잡고 있다. "마르부르크 대학에서 영화 <매트릭스>를 '영화와 구원'이라는 주제로 분석하는 세미나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종교학 전공자만이 아니라 철학·사회과학·예술 전공자까지 포함해 800여명이 한 학기 동안 이 세미나를 수강했습니다." 이 교수는 박사학위 취득에 꼭 필요한 5개 구술시험 중 하나도 캐나다 영화 <몬트리올의 예수>에 대한 비평으로 치렀다.

이 교수는 독일 유학 중이던 2000년 독일 TV에서 <에반게리온>을 보고 작품을 분석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본래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종교학의 관점에서도 충분히 분석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걸작 <에반게리온>.

"분석하다보니 '에바'는 불완전한 인간과 그 인간을 어떻게 구원할 것인가라는 심각한 주제를 담고 있는 작품이더군요. 기독교에서 인간의 불완전함의 원천을 '죄'라는 말로 표현한다면, 이 작품에서 그것은 외로움이에요. 작품에 등장하는 10대 주인공들은 물론이고 성인들도 심한 외로움과 정신적 콤플렉스를 안고 있죠. 이 문제에 대해 감독 안노 히데아키가 내놓는 답은 '인간이 외로운 이유는 마음의 벽 때문이다. 마음을 열고 동료를 만나라. 그들에게 한계가 있고 그들과의 만남에서 네가 상처를 받을지라도 인간과 인간은 서로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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