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CT·MRI 촬영하다 사망? 무서운 '조영제' 부작용

박광식 입력 2014. 10. 25. 07:16 수정 2014. 10. 28.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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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KBS 9시뉴스에 CT나 MRI 등을 촬영할 때 조영제 주사를 맞고 숨진 사람이 지난 4년동안 무려 스무명에 이른다는 단독 보도를 내보낸 뒤 저에게 메일 한통이 왔습니다. 지난 2012년 '조영제'와 관련해 비슷한 사례로 아이를 잃은 부모님이었습니다.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싶다며, 기사에 소개된 변호사 연락처를 알려 달라고 했습니다. 이것도 어렵다면 취재에 응하겠다고 기사화를 부탁했습니다. 치료가 아닌 검사 중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얼마 전 법원에서 조영제 관련 판결이 나왔습니다. 지난 2012년 60대 남성이 대학병원에서 건강검진으로 뇌 MRI 검사를 받다가 조영제 이상반응으로 숨진 사건입니다. 이 경우는 자식이 어이없이 부모를 잃은 경웁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부모님 건강을 챙기려고 건강검진을 받도록 해드렸을 텐데 주검으로 돌아오셨다니 얼마나 애통했을까요? 결국 유족들은 병원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고, 병원 측과 힘든 싸움 끝에 법원은 병원 측이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 판독 효과 높이는 '조영제'…자칫 사망까지

확률적으로 조영제 때문에 CT 촬영자 10만 명당 1명이 사망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1명이 나의 가족이거나 자신이면 너무나 억울하고 힘들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조영제가 뭐길래 병원에서 사용하고 부작용은 왜 생기는 걸까요? 사실 CT나 MRI 검사를 할 때 조영제 없이 그냥 찍을 수 있습니다. 두개골이나 얼굴, 갈비뼈의 미세골절 정도는 다 확인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뇌나 뱃속 장기들을 보거나, 복잡한 구조를 볼 때는 잘 구분이 가질 않습니다. 혈관조영제를 투입하면 일종의 인공물감 같아서 혈관이나 각종 장기는 물론, 숨은 암덩어리도 명확히 보이는 장점이 있습니다. 판독의 정확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인공물질이다 보니, 부작용이 심심찮게 발생합니다. 식약처 자료에 보고된 이상반응 통계를 보면, 가장 흔한 부작용이 두드러기입니다. 다음으로 가려움증, 구토, 메스꺼움, 발진 순입니다. 모두가 가벼운 증상들입니다. 이게 다면 좋겠는데 문제는 치명적인 부작용도 있다는 겁니다. 심장정지나 신부전, 과민성 쇼크 등으로 사망하기까지 합니다.

◆ 검사 건수 늘면서 부작용 속출…문제는 '예측불가'

실제 식약처에 보고된 통계를 보면, CT MRI를 합쳐 조영제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는 지난 2010년 3천여 건에서 2013년 천2백여 건으로 약 4배 증가했는데, 올해만 6천 5백건이 발생했습니다. 부작용 가운데, 심장정지된 경우만 살펴봤더니, 올해 벌써 5명이 검사를 받다 심장마비가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쇼크사든 뇌부종이든 숨진 것만 따져보니 2010년 이후에만 20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렇게 사망을 포함해 부작용 사례가 느는 건, 무엇보다 검사건수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 어떤 분은 검사가 늘어도 사전예방을 철저히 하면 줄일 수 있지 않냐고 반문하실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이 조영제 부작용이 누구에게 생길지 사전에 예측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예전에는 조영제 피부반응 검사를 해보면 30% 정도는 예측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막상 대규모 연구를 해보니 전혀 예측이 불가능했습니다. 실제로 제가 취재과정 중에 만났던 병원 관계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환자 분 중에는 지난 CT 조영제 검사에선 분명 멀쩡했는데, 2번째 할 때 가렵고 숨막히는 부작용이 발생해 큰일 날 뻔했다고 증언합니다. 한번 괜찮았다고 또 괜찮은 게 아니란 얘기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조언할 수 있는 건 과거에 조영제 부작용을 경험한 사람은 같은 검사를 피하는 게 좋다는 정도라고 합니다.

◆ 단순 건강검진 위해 조영제 검사? 줄이는 게 답

그렇다면 치명적인 부작용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답은 이미 나와있습니다. 무분별한 조영제 검사를 줄이는 겁니다. 사실 몸이 아픈 사람이 아픈 원인을 찾기 위한 치료의 목적이라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단순 건강검진 차원에서 건강한 사람이 받는 조영제 검사는 가급적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꼭 해당 부위에 대한 검사를 받아보고 싶다면 조영제를 쓰지 않는 초음파 등 대체 가능한 검사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언급한 법원 판결에도 해법이 숨어있습니다. 판결 내용을 보면 조영제에 의한 과민성 쇼크는 불가항력적이라고 돼있습니다. 그런데도 병원 측에 책임을 물은 건 호흡곤란이 발생한 환자에게 즉시 치료제 투약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보통 조영제 부작용으로는 혈압이 떨어지다가 후두가 부어 숨이 막히고 이내 심장정지로 사망하는데, 초기에 바로 혈압을 상승시키고 숨길을 확보하는 등 전문 심폐소생술이 이뤄지면 생명을 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조영제를 쓰는 CT, MRI 검사는 이런 신속대응팀이 가동되는 병원에서 받는 게 중요합니다. 건강검진센터가 아무리 크고 화려해도 이런 대응팀이 없으면,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막을 수 없습니다. 각 병원마다 매뉴얼이나 안전관리 기준이 있기도 하지만, 주먹구구식입니다. 정부차원에서 체계적인 기준을 만들고 과연 지켜지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CT나 MRI 검사건수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부작용 때문에 10만 명당 한명꼴로 죽는 건 어쩔 수 없다고 그냥 방치해선 안 됩니다. 멀쩡한 사람이 CT나 MRI 조영 검사를 받다가 숨지는 일은 단 한 명이라도 줄여야 하지 않을까요?

☞ 바로가기 [단독] CT·MRI '조영제 주사' 위험…심하면 쇼크사

박광식기자 (sikiw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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