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돌발 사퇴.. 김무성號 이번엔 당내 풍랑

김성환 2014. 10. 23.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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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활성화 법안 지연 이유로 "할 게 없다" 최고위원직 물러나

차기 주자로 부각 승부수 관측 "개헌론으로 박 대통령에게 염장"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회의장을 나오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대근기자inliner@hk.co.kr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개헌 봇물'발언으로 촉발된 당청 갈등이 김태호 최고위원의 사퇴 선언으로 이어지면서 당내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김 최고위원의 돌발적인 사퇴 선언이 일단'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지만, 출범 100일을 갓 넘긴 '김무성 체제' 균열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차기' 존재감 부각 위해 승부수

김 최고위원은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회를 향해 경제활성화 법안만 제발 좀 통과시켜달라며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애절하게 말해 왔는데 국회에서 어떻게 부응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저 자신부터 반성하고 뉘우친다는 차원에서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최고위원을 사퇴한다. 번복 가능성은 없다"며 사퇴 철회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 최고위원의 갑작스런 사퇴 표명에 김 대표는 "조금 이해가 안 가는 사퇴인데 설득을 해서 다시 철회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김 대표는 실제 이날 저녁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김 최고위원을 우연히 만나 40여분간 면담을 하며 사퇴를 만류했지만, 김 최고위원은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김 최고위원은 이날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해 개헌과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가 둘 다 새누리당의 절박한 과제임을 알리고자 했다"며 사퇴 배경을 재차 강조했다.

당 안팎에서는 김 최고위원의 전격적인 사퇴 배경을 놓고 무성한 추측이 오가고 있다. 사퇴의 변이나 시기 등을 볼 때 언뜻 이해할 수 없는 행보이기 때문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경제활성화 법안의 처리 지연을 사퇴 이유로 들었지만 법안 처리 지연이 어제 오늘 의 얘기가 아니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김 최고위원은 또"'개헌이 골든타임이다'라고 하면서 대통령한테 염장을 뿌렸다. 아마 많이 가슴 아파하실 것"이라며 박 대통령 편에 서긴 했지만, 김 최고위원이 평소 개헌론을 지속적으로 피력해왔다는 점에서 뜬금 없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때문에 김 최고위원이 차기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충격요법을 쓴 게 아니냐는 게 대체적인 당내 반응이다. 김 최고위원은 전대에서 3위로 지도부에 입성했지만 사실상 김무성 대표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게 사실이다. 김 대표가 최근 당청갈등으로 수세적 상황에 처하자 김 최고위원이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김 대표와 각을 세우며 치고 나온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친박계 사전교감설 부인하나, 친박 비박간 갈등 기폭제될 수도

비박계인 김 최고위원이 이날 박 대통령의 기조에 동조하며 사퇴를 선언하자 친박계와의 사전 교감설도 나왔으나 친박계 의원 측은 한결 같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날 일부 기자들과 만나 "사퇴를 왜 했는지 내가 현장에도 없었고 전화도 없어서 드릴 말씀이 없다"며 "(현 지도부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됐는데 같이 좀 어려운 시기에 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박 최고위원들의 연쇄 사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일각에서는 김 최고위원이 대선주자로서 자리매김 하기 위해 박 대통령과 친박계에 신호를 보낸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김 최고위원의 사퇴 선언이 미풍으로 그친다고 해도 그의 사퇴가 김 대표를 중심으로 한비박계와 친박계의 갈등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 최고위원이 사퇴 의사를 거두지 않는다면 새누리당은 한달 안에 전국위원회를 열어 보궐선거를 통해 새 최고위원을 선출해야 한다. 벌써부터 지난 전당대회에서 아깝게 탈락한 친박 중진인 홍문종 전 사무총장의 재도전설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최근 심상찮은 당청 갈등 기류와 맞물려 친박계와 비박계간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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