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정보 흘려서라도..대입 뺨치는 취업 눈치작전

2014. 10. 2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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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담당자 사칭 "A사 채용인원 늘려"무역공사·기업銀 등 24·25일 빅매치

'아는 선배가 인사 담당자인데 토익 950점 밑으로는 안 뽑는대요.' '올해 G회사 서류 합격자를 많이 뽑았대요. 인적성시험이 어려울 거래요.' 취업준비생들이 취업 정보를 구하는 사이트나 대학 게시판마다 쏟아지는 글이다. 대기업이나 금융 공기업들 필기시험이 한날한시에 치러지는 이른바 A매치, B매치 데이를 앞두고 이런 '취업 족보'를 가장한 허위 정보로 게시판이 도배가 된다. 취업준비생들이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서 벌이는 '눈치작전'이다.

일부는 채용 인원 정보를 허위로 흘리거나 근거도 없는 채용 자격을 게재한다. 시험 당일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시험장에 응시자가 많다며 허위 정보를 올리기도 한다. 심지어 인사 담당자를 사칭해 유언비어 수준의 글을 올리는 일도 있다. 상당수 대기업의 채용이 같은 날 치러지면서 경쟁률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한 취업준비생들의 기상천외한 '취업 준비'인 셈이다.

23일 만난 한 취업준비생은 "실제 시험장을 찾는 경쟁자를 한 명이라도 줄여보기 위한 '견제글'이 대부분"이라며 "서류상 중복 합격한 취업준비생들이 어느 기업의 시험장으로 향하는지가 실제 당락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런 거짓 정보를 흘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8일 치러진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의 입사 시험을 앞두고 각 대학 게시판에는 확인되지 않은 시험 정보가 쏟아졌다. 상경대학 출신들이 가장 선호하는 '신의 직장'들로, 매년 수백 대 일이 넘는 경쟁률 탓인지 역정보가 봇물을 이뤘다. 'A기관이 이번에 서류에서 50배수나 뽑았답니다. 필기에서 많이 거른다네요' '올해 B기관 채용 인원이 늘었대요. 입사는 '꿀'일 걸로 예상됩니다' '작년에는 C기관이 회계사들 위주로 뽑았대요. 없는 사람은 일찌감치 포기하세요' 등이다. 상당수는 근거가 없는 '뜬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복 합격자들이 분산되면서 보통 필기시험 응시율은 50~60%에 머문다. 일부는 시험장이 텅 비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한다.

필기 시험이 끝난 후에도 각자 참가한 시험장의 결시율을 체크하는 등 향후 면접 경쟁률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혈안이다. 'D기관은 영어 면접을 심하게 본다더라' 'PT를 잘하지 못하면 다른 곳 가는 게 낫다더라' 등 온갖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특정 기업 시험을 보지 말라는 '읍소형'도 취업 게시판에 오른다. '제발 E기업 시험장에는 오지 마세요. 부탁입니다' '저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부탁인데 다른 곳으로 가세요' 등이다.

24~25일은 이른바 B매치가 치러진다. 무역보험공사,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공공기관과 비씨카드, LF, 아시아나, 삼천리 등 인기 기업들이 입사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각 대학 취업 게시판에는 온갖 형태의 '눈치작전'이 난무하고 있다. 모 대학 게시판에는 '작년에 신용보증기금 현직 직원 다수가 무역보험공사 면접에 참여했대요. 다른 좋은 곳으로 가시고 신보에는 지원하지 마세요' 등의 글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한 금융 공기업 관계자는 "필기 시험을 동시에 치르지 않으면 최종 합격을 중복으로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회사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서류 합격자 수를 최종 합격 인원의 10~50배수로 뽑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희석 기자 / 송민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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