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통 판사'가 국회의원들에 호소편지 보낸 까닭은

2014. 10. 23. 15: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소년범 대안가정 '청소년회복센터' 아동복지지설로 인정해야"

"소년범 대안가정 '청소년회복센터' 아동복지지설로 인정해야"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비행 청소년을 전담하는 공동생활가정인 '청소년회복센터'가 아동복지시설로 인정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법정에서 애정어린 호통을 치면서까지 비행 청소년들을 선도하고자 애써 '호통판사', '비행 청소년의 대부'로 불리는 천종호(49)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가 23일 국회의원 43명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편지는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 21명과 청소년회복센터가 집중 설치된 부산과 창원지역 국회의원 22명에게 발송됐다.

천 부장판사가 편지를 보낸 것은 사법형 그룹홈인 청소년회복센터가 아동복지시설로 인정돼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기 위해서다.

청소년회복센터는 부모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소년범들을 범죄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대안가정'과 '대안부모'에 해당한다.

천 부장판사는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한 비행 청소년들이 서서히 범죄자의 길로 빠지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뜻있는 사람들을 설득해 2010년에 처음으로 청소년회복센터를 설립했다.

사법형 그룹홈으로 불리는 청소년회복센터는 현재 부산 6곳, 경남 6곳, 서울 1곳 등 전국에 13곳이 운영되고 있다.

전국청소년회복센터에서 제공한 법무부 자료를 보면 소년사범은 2005년 8만6014명에서 2013년 10만835명으로 크게 늘었다.

재범률은 2008년 28.5%, 2009년 32.4%, 2010년 35.5%, 2011년 36.6% 등으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소년범도 범죄자입니다. 그래서 국민은 그들을 혐오합니다. 하지만 사연을 살펴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소년범 가운데 배가 고프거나 아무도 보살펴 줄 사람이 없어서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입니다."

천 부장판사는 편지에서 청소년회복센터를 설립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사법형 그룹홈을 거쳐간 소년범들의 재범률은 30% 이하로 현격히 떨어졌다"며 "운영자들의 지극한 사랑과 따뜻한 돌봄이 만든 기적이지만 그룹홈에 지급하는 비용은 법원에서 소년법을 위탁하면서 주는 1인당 교육비 30만∼60만원 외에는 전혀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 청소년회복센터에서 10여 명의 아이를 먹이고 재우고 공부시키면서 부모 이상의 희생을 감내하고 있다"며 "저는 운영난을 겪는 센터장들 앞에서 만큼은 판사가 아닌 죄인의 심정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천 부장판사는 소년재판 이야기를 주제로 쓴 책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의 인세 3천600만원 전액을 사법형 그룹홈 운영비로 기부한 바 있다.

부산시의회가 천 부장판사의 설명을 듣고 만든 사법형 그룹홈을 지원하는 조례(안)은 부산시가 아동복지법 상의 '공동생활가정'에 해당하지 않고 상위법의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반대한 바람에 상정되지도 못하고 폐기되고 말았다.

송호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천 부장판사를 만나 아동복지법 개정에 나섰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송 의원은 지난달 27일 '청소년회복센터'를 아동복지시설에 편입시키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송 의원은 "현직 부장판사가 소년범을 위한 대안 교정 모델을 만들고 고군분투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다"면서 "법률상 지원 근거가 없어서 청소년회복센터가 운영난에 처하게 한 것은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천 부장판사는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성인범죄 증가율이 6%였지만 소년범죄 증가율은 11%에 달했다"며 "사법형 그룹홈을 제도화하지 않으면 운영난에 지쳐 문을 닫을 수도 있고 만일에 그렇게 된다면 범죄의 나락으로 빠져 가는 소년범들이 점점 더 늘어갈 것이다"고 지적했다.

6년째 소년재판 전담판사를 고수하고 있는 그는 사법형 그룹홈이 소년범죄 예방의 모델로 정착하고 확산된다면 사회적 비용의 감소와 사회 안정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소년범죄의 악순환은 차단되고, 소년범의 건강한 사회복귀와 사회 안정을 도모하는 놀라운 효과가 역사에 기록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소년범의 아픔과 비행의 악순환을 목격한 법조인이자 어른으로서 조금이라도 책임지려는 판사의 열정으로 혜량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는 사법형 그룹홈을 창안하고 설립과 운영을 주도한 자신도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렇게 편지를 마무리했다.

ccho@yna.co.kr

신해철 여전히 의식불명…"부어오른 장이 심장 압박"
'정신이상 증세' 30대 흉기로 부모 살해
'허망한 인생역전' 사기범 전락한 242억 로또 당첨자
이시영 은퇴 시사…인천시체육회에 1천만원 기부
"우리 아기 죽어가요" 119신고…출동하니 강아지

▶ 이슈에 투표하고 토론하기 '궁금한배틀Y'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