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 잃어가는 韓경제..늙고·빚 많고·제조업은 해외로

박일경 2014. 10. 2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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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새 성장률 '6.5→3.0%' 반토막..제조업 공동화
선진국 115년 걸린 고령사회, 단 17년만에 진입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 163% '위험수준'
사진=LG경제연구원

"늙어가고 있으며, 빚은 많고, 주축인 제조업은 생산기지를 나라 밖으로 옮기고 있다."

한국경제의 현 상황에 대한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반세기 만에 눈부신 성장을 이룬 젊었던 우리경제가 급속도로 탄력을 잃어가고 있다.

한국의 고령사회 진입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빨랐던 경제발전보다 초고속으로 이뤄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 수준인 저출산은 더 심각해 앞으로 3년 뒤면 생산가능인구도 감소될 것으로 예측된다.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한계에 달했다는 평가다. 생산기지 현지화를 명분으로 기업들이 국내 제조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제조업 공동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2일 한국은행과 경제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국내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 2012년 5.1%에서 지난해 2.1%로 절반 넘게 떨어졌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가리지 않고 전(全)산업에서 매출 증가세가 모두 크게 둔화됐다.

특히 제조업은 같은 기간 4.2%에서 0.5%로 대폭 하락하면서 매출액 증가율이 극히 저조했다. 이 기간 비제조업이 6.1%에서 3.6%로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제조업 경기가 상대적으로 상당히 좋지 않았음을 나타낸다.

대한상공회의소 통계도 다르지 않다. 제조업의 매출증가율은 지난 2010년 18.7%에서 지난해 0.7%로 4년 사이에 급격히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성장률 역시 2010년 6.5%에서 지난해 3.0%로 '반 토막'이 났다.

우리기업의 총자산증가율도 지난 2012년 5.1%에서 지난해 4.6%로 낮아졌다. 반면 전 세계 제조기업의 총자산증가율은 지난 2012년 3.7%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에는 5.1%로 급반등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4.8%에 달해 지난해부터 국내기업의 총자산증가율을 앞서고 있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 세계 제조기업의 성장성은 지난 2012년을 고비로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국내 제조기업의 성장성은 최근 수년간 큰 폭의 둔화 추세가 지속됐다"며 "국내 제조기업의 성장속도가 해외기업에 뒤쳐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성장탄력이 사라져가도 고부가가치 산업에 집중해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이 있으나, 불행스럽게 국내기업은 수익성 측면에서도 글로벌 평균에 못 미친다. 한국 제조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올 상반기 4.4%에 그친 데 반해 글로벌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우리보다 0.8%포인트 높은 5.2%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사회가 빠르게 노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의 고령화가 지나치게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00년부터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2%를 넘어 '고령화 사회'에 들어섰다. 불과 3년 후인 2017년에는 이 비율이 14%로 확대돼 '고령사회'로 진입한다.

고령화 진전 속도도 너무 빠르다. 선진국의 경우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7%에서 14%로 되는 데 짧게는 40년, 길게는 115년이나 걸렸다. 하지만 한국은 17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14%에서 20%까지도 단 8년 만에 도달할 것으로 보여, 이 추세대로라면 오는 2025년 '초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저출산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15세에서 49세의 가임여성의 평균 자녀수를 나타내는 출산율은 1960년대 6.2명에서 최근 1.18명으로 급락했다. 이는 OECD 국가 가운데 최저이며 일본보다도 낮다.

이처럼 낮은 출산율 때문에 15세부터 64세 사이의 생산가능인구는 3년 뒤인 2017년이면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고령화가 급격히 진전되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 경우 경제에 악영향이 미치게 된다. 일할 수 있는 인구가 줄면서 총수요가 감소하고 생산노동력도 떨어지면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저성장 국면에 빠질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현재 3%대 후반에서 2020년이면 2%대로 하락하고 2030년대에는 1%대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가격의 하락에서도 벗어나지 못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선진국의 경우에도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을 전후로 주택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격 폭락이 왔다. 한국도 2017년 이후면 주택수요 감소가 우려된다.

게다가 올해 6월말 기준 가계부채(개인부문)는 1242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말 가계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60.7%로 지난 2002년 관련 통계가 개편된 이래 역대 최악의 기록을 달성했다. 이 수치가 지난 4년 동안 6.6%포인트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내에 163%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새 경제팀이 들어서면서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와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확대하는 등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 주택경기를 살려야 한다고 하고 있는데,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63%에 이르고 있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수준인지를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제조업 공동화도 염려스럽다. 기업들이 국내투자보다는 생산기지를 '현지화'한다며 해외투자를 선호하고 있다. 국내투자 대비 해외투자비율을 살펴보면 지난 2004년 9.3%에서 지난해 27.2%로 10년간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최근 오피니언리더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의 제조업 공동화는 현재 진행 중에 있으며, 3년 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식 한국경제학회장은 "소득주도 성장전략은 단기적으로는 내수경기를 부양할 수 있으나 유지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내수부양 정책만으로 우리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고 판단했다.

그는 "수요 부양에 추가해 공급을 효율화하는 정책을 보완해서 사용해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출산율을 높여야 하나 이는 사회적, 경제적 여건이 성숙해야 가능하므로 우선 기업 투자를 활성화해 성장률 둔화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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