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말고, 결혼 말고, 동반자

2014. 10. 2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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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기획1] 혼인신고 않고 사는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가족 형태 따른 차별 완화 위해 생활동반자법 발의 예정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창에 '진선미'를 입력했다. 사진을 포함해 출생·가족·소속 등 이력이 나온다. 특이한 건 가족 정보다. 14년 동안 연애하고 16년 동안 함께 살아온 배우자 이름 대신, 오빠 이름이 쓰여 있다. 지난 1998년 '오래된 남자친구'와 결혼했지만 지금까지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다.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역시 결혼제도에서 비껴간 삶을 살고 있다. 중학교 3학년 때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을 부양하느라 헌신했던 친정어머니의 소원은 '딸 내외 혼인신고'다. "어머니는 '호로자식'이라는 말을 듣지 않게 하겠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시곤 했다. 정상 가족이라고 불리지 않는 가족에게 가해지는 차별을 아시기 때문에, 결혼제도로 들어가지 않는 것을 불안해하시는 것 같다." 진 의원은 결혼 밖 다양한 관계를 제도적으로 지원해준다면,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도 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의미 커"

이러한 고민을 거듭한 끝에, 진 의원은 10월27일 생활동반자 관계에 관한 법률안(생활동반자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혈연 및 혼인관계를 뛰어넘어 누군가와 함께 사는 사람들을 '생활동반자 관계'로 인정하고, 더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권리와 의무 등을 부여하자는 취지다. 생활동반자 관계에 있는 사람들도 결혼한 배우자들에게 주어지는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거나 가정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10개 개별 법률에 대한 개정안도 발의할 계획이다.

생활동반자법안에 따르면, 성인이 된 사람은 당사자끼리의 합의에 따라 생활동반자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당사자 쌍방의 합의를 서면으로 가정법원에 신고하면 법적 효력이 생기는 것이다. 다른 누군가와 혼인 중이거나 생활동반자 관계에 있는 사람은 생활동반자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 만약 한쪽의 과실로 생활동반자 관계가 해소된 경우, 또 다른 쪽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동거 중인 고성준(42·가명)씨는 이러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결혼한 사람들과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측면보다는,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다는 의미가 큰 것 같다. 동거를 일탈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많은데, 이제는 진지하게 선택된 또 다른 삶의 방식으로 바라봐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유럽과 미국 등 서구 사회에서는 결혼 밖 생활공동체를 어떠한 형태로든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생활동반자법안은 유럽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는 '파트너십 등록 제도'와 유사하다. 파트너십 등록 조건과 법적 권한은 국가마다 다르다. 프랑스에서는 1999년부터 공동생활약정(팍스·PACS)법을 시행해왔다. 이성이든 동성이든 커플로서 공동생활을 하는 이들의 관계를 결혼과는 별개로 인정해준다.

동거 허용, 가족 붕괴로 잇는 것은 기우

진 의원은 지난 7월 프랑스를 방문해 팍스 법안을 발의한 사회당 상원의원 등을 만나 제도 도입 효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팍스는 애초 결혼이 허용되지 않는 동성 커플을 위한 제도였다. 그러나 팍스 관계에 있는 사람들 중 95%는 이성 커플이고 나머지가 동성 커플이다. 프랑스에서는 팍스가 결혼 전 단계로 인식되고 있었다." 동거를 허용할 경우 가족이 붕괴해 사회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시각은 지나친 기우라는 뜻이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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