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내각의 군위안부 강제연행 지우기 '전면전' 양상

입력 2014. 10. 22. 08:02 수정 2014. 10. 2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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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성 문서삭제·유엔보고서 수정시도 이어 고노발언도 문제시

외무성 문서삭제·유엔보고서 수정시도 이어 고노발언도 문제시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군위안부 강제연행을 역사에서 지우려는 아베 내각의 노력이 전면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7월 고노(河野) 담화 검증을 통해 '강제연행의 증거가 없다'는 주장을 재확인한 아베 내각은 8월 초 아사히 신문의 오보 인정(제주도에서 여성들을 위안부로 강제연행했다는 요시다 세이지씨 증언을 토대로 작성한 과거 기사 16건을 취소한 일)을 계기로 강제연행을 부정하는 주장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펴고 있다.

최근 "10대 소녀까지 포함된 많은 여성을 강제로 위안부로 만들고"라는 문구가 담긴 아시아여성기금 호소문을 외무성 홈페이지에서 삭제하고, 1996년 일본군 위안부를 '성노예'로 규정하고 일본 정부에 사죄와 배상을 권고한 유엔 보고서(일명 쿠마라스와미 보고서)의 일부 철회를 작성자에게 요구한 것이 그 예다.

또 지난 17일 중의원 문부과학위원회에서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과 자민당 의원은 일어사전에 등장하는 군위안부 강제성에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아울러 내각의 실질적 2인자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1일 강제연행을 긍정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의 고노담화 발표 당일(1993년 8월4일) 기자회견 발언이 "큰 문제"라며 걸고넘어졌다.

고노담화는 군위안부 제도 운용에 일본군과 관(官)이 관여한 사실과, 피해 여성에게 가해진 강제성을 인정했지만 아베 내각이 부정하는 납치 형태의 이른바 '좁은 의미의 강제연행'을 명확하게 인정한 표현은 담고 있지 않다. 결국 '아사히 오보'를 '고노담화 흔들기'로 연결하기는 어렵게 되자 고노 전 장관의 발언을 '타깃'으로 삼은 양상이다.

아베 내각의 이런 행태들이 지닌 문제는 우선 아사히의 오보 인정을 군위안부 강제연행이 없었다는 주장으로 연결하는 '논리 비약'이다. 아베 내각은 고노담화 작성 당시 일본 정부가 청취한 한국 피해자들의 강제연행 증언이 입증조사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강제연행은 고노담화 작성 이후 존재가 확인된 외국 법정 문서와 일본 국내 문서 등에서 엄연히 확인된 사실이다.

1944년 일본군이 네덜란드 여성 35명을 연행해 인도네시아 자바섬 스마랑 근교에 억류하고 군 위안부로 삼은 사건(스마랑 사건)을 단죄하기 위해 전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BC급 전범 군사재판의 공소장과 판결문이 대표적인 예다.

그럼에도, 아베 내각이 강제연행을 부정하는 것은 일본 언론이 '스마랑 사건' 등 한반도 밖에서 이뤄진 강제연행에 대해 거의 보도하지 않는 상황에서 문제를 철저히 한일관계의 갈등 사안 중 하나로 왜소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 하나 문제가 되는 대목은 강제연행을 부정하는 수준을 넘어 군위안부 제도의 강제성 자체를 부정하려는 시도다. 지난 3일 "일본이 국가적으로 성노예를 삼았다는 근거 없는 중상이 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아베 총리의 국회 발언에서 이 같은 시도가 엿보였다.

군위안부는 '성노예'라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식에 도전한 이 발언은 결국 '군위안부는 전쟁터에서 활동한 매춘부'라는 일본 극우세력의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없지 않았다.

이런 시도들에 대해 국제사회의 여론이 동조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1차 아베 내각 때인 2007년 3월 '군위안부 강제연행을 입증할 자료가 없다'는 주장을 각의(국무회의) 의결한 것이 미국 조야의 대일 여론을 악화시켜 같은 해 7월 미국 의회의 군위안부 결의안이 가결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 일도 있었다.

다만, 일본 우익들이 '자학사관'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하는 군위안부 문제에서 강제성을 지운 '수정주의 역사관'을 일본 안에서 확산시키고, 내년 8월 자민당 총재선거에 앞서 보수층의 지지를 굳히는 효과 등은 아베 총리가 의식할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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