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대출·꺾기 강요.. 국책은행이 더 심하다"

김소연 2014. 10. 21.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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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대출 대가로 예금 요구 '꺾기' 최다...

임직원에 통신비 지원 年50억 펑펑

산은 부실채권 비율 역대 최대 수준, 사모펀드 투자 2년반 동안 1조 손실

부실 대출에, 꺾기 관행에, 방만 경영과 실적 부풀리기까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허술한 관리가 도를 넘어섰다. "민간은행보다 더 심하다"는 비판이 들끓는다.

21일 기업은행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운룡 의원(새누리당)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0년부터 올 7월까지 금융감독원에 적발된 구속성 예금(일명 '꺾기') 금액이 가장 큰 은행은 기업은행이었다. 구속성 예금은 대출을 해 주는 대가로 예금 가입을 요구하는 것으로 기업은행은 이 기간 321건, 총 202억원을 유치한 것이 적발됐다. 국민은행(152억원)을 웃돈 것은 물론이고 우리은행(43억원) 하나은행(23억원) 신한은행(16억원) 등 다른 시중은행들과 비교하면 무려 5~10배에 달한다. 또 다른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구속성 예금도 이 기간 42억원에 달해 대부분 시중은행을 웃돌았다.

기업은행은 임직원들의 스마트폰 단말기 구입과 통신비 지원에 매년 50억원 가까운 돈을 쓰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김태환 의원(새누리당)이 기업은행에서 제출 받은 '법인 스마트폰 지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2011년부터 스마트상품 영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임직원 중 희망자에게 스마트폰 기기를 무상으로 나눠줬고, 통신비도 직급별로 월 4만4,000~5만4,000원씩 지원했다. 특히 2년이 경과한 스마트폰에 대해서는 새 기기로 교체까지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은행의 법인 스마트폰을 사용한 직원은 6월 현재 9,990명. 전체 임직원(1만2,083명)의 82.7%에 달했다. 이로써 은행측이 부담하는 기기구입비 및 통신비는 3년 반 동안 160억원에 달했다.

정부의 기술금융 활성화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민병두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기술신용평가를 토대로 대출받은 592개 기업 중 기술등급이 하위권(T6 이하)인 기업이 231개로 39%에 달했다. 고객돈 횡령 및 유용 사건도 5년 간 15건에 달했다.

산업은행의 경우 부실채권 비율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학영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3.07%로 최근 10년 중 가장 높았다. 13개 일반은행의 평균 부실채권 비율(1.70%)에 두 배 가량 육박한다. 산업은행은 사모펀드(PEF) 투자로도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PEF 채권에 투자한 잔액은 6월말 현재 3조2,380억원으로 ▦2012년 584억원 ▦2013년 9,647억원 ▦2013년 6월 168억원 등 최근 2년 반 동안 손실액이 1조원을 훌쩍 넘는다. 이날 국감에서는 특히 산업은행이 청해진해운 등 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 대해 사업전망을 부풀려 특혜 및 부실 대출을 해줬다는 의혹도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기업은행 역시 유 전 회장 관계사인 천해지에 담보 감정액보다 많은 대출을 해줬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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