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짝퉁 한류의 범람' 어찌하오리까..대책은 無

이재훈 2014. 10. 21.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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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프로그램 포맷수입 1년1편으로 제한중국방송사의 '교묘한 베끼기' 나몰라라짜깁기'한류 드라마' 한국 역수출 시도도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청나라 옹정제 시대의 한 남자가 300년의 역사를 뛰어넘어 현재로 온다. 이 남자는 대기업 상속자다. 이 상속자는 천방지축 여고생과 사랑에 빠진다. 이 여고생 또한 과거 백제인이다.

시대 배경도 안 맞고 딱 봐도 어설픈 이 드라마의 제목은 '별에서 온 상속자들'이다. 제목에서 직감할 수 있듯이 SBS에서 성공한 두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상속자들'을 섞어놓은 짝퉁 드라마다. 10부작으로 제작돼 지난달 19일부터 중국 드라마 사이트 아이치이에서 방송하고 있다.

더 재밌는 건 이 드라마의 제작사가 '별에서 온 상속자들'을 한국에 팔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난 13일 신화왕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이 드라마는 한국어 더빙판 제작을 거의 완료했고 곧 한국 동영상 사이트 판권 판매를 시도할 계획이다.

한국 대중문화가 한류 바람을 타고 아시아 전역에 퍼져 큰 인기를 끌면서 이 인기에 편승하려는 '짝퉁'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음악, 예능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짝퉁 한류'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 중국 장쑤위성 TV는 KBS 2TV의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몇몇 코너를 그대로 베껴 항의를 받았다.

이 채널의 예능프로그램 '이치라이 샤오바(모두 함께 웃어요)'는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의 제왕' '렛 잇 비' '댄수다' '안 생겨요' 등을 대사 하나, 소품 하나까지 똑같이 따라했다.

이런 사례는 무수히 많다. 중국 후난 TV의 '화아여소년'은 케이블 채널 tvN의 여행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누나', 같은 채널의 '급력 일요일'은 '런닝맨'의 콘셉트를 그대로 따왔다. 산둥 TV는 KBS 2TV 음악예능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의 설정을 가져온 '가성전기'를 방송 중이다.

중국 방송사는 그나마 한국 프로그램을 부분적으로 교묘하게 베끼는 사례가 많지만 동남아시아로 넘어가면 제목과 내용, 대사와 소품까지 똑같은 드라마, 예능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한류와 짝퉁 한류가 동시에 공존하는 형국이다.

이렇게 저작권을 침해한 콘텐츠 베끼기가 아시아 전역에서 만연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책은 없다. 항의하는 것 외에는 사실상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2006년부터 베이징에 사무소를 세우고 한국 저작물을 보호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국제협력팀 남성현 선임은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불법 복제물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현지 관계기관과 협력해 처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의 언론과 출판, 영화, TV 담당기관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이런 상황을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중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법조계의 분석 또한 다르지 않다. 저작권법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중국 당국이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는 이상 처벌할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콘텐츠 제작사는 억울하지만 대응책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별에서 온 그대'를 제작한 HB 엔터테인먼트와 '상속자들'을 만든 화앤담픽쳐스는 "일단은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중국 방송사가 한류 콘텐츠를 무단으로 가져다 쓰는 이유는 광전총국이 프로그램 포맷 수입을 1년에 1편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 방송사는 인기와 시청률을 보장하는 한국 프로그램 형식을 무단으로 도용하게 된다. 중국 당국은 이를 알면서도 묵인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윤재신 수석연구원은 "안타깝게도 정부 차원에서든 민간 차원에서든 지금으로써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중국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약하고 중국 당국도 이 상황을 눈감아 주고 있기 때문에 소송을 하더라도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콘텐츠가 그만큼 우수하다는 의미이니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재미가 없으면 따라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한류 상품을 베끼는 나라의 네티즌 또한 이런 사실을 알고 이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 우리가 너무 적극적으로 나서면 반감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드라마 평론가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70, 80년대 우리가 일본 프로그램을 따라하던 게 생각난다"며 "이런 호응이 결국 한류 인기의 방증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이어 "중국 등의 짝퉁 한류에 대해 경직된 생각을 갖기보다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공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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