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드는 껌 시장] 국내 제과 3사 껌 매출 '껌값'

2014. 10. 2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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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10년 전 연 5000억 → 2900억 .. 기능성 강화·해외 진출로 만회 노려

제과업계를 대표하는 상품인 '껌'매출이 예전 같지 않다. 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증가와 커피 등 대체 기호식품이 늘면서 국민 식품으로서 지위를 잃은 것이다. 업계는 절치부심, 기능성을 높인 제품을 늘려 매출 하락을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제과시장의 성장 둔화와 껌 수요 부진 등으로 매출 축소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롯데제과·오리온·해태제과 등 제과 3사는 2000년대 초 '껌 황금기'를 누렸다. 2000년 출시된 '자일리톨 껌'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껌은 명실상부한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자일리톨 껌은 광고·마케팅까지 '대박'을 치며 당대 문화코드로 도 통용됐다. 1995년 1500억 원에 불과했던 껌 시장 규모는 2003년 4000억~5000억 원 수준으로 불어나며 불과 8년 새 3배 시장으로 성장했다. 제과 3사로서는 신바람나던 시기다.

수요 감소에 대체재 증가 영향

자일리톨 껌을 처음 내놓은 롯데제과는 껌 매출이 1990년대 1000억 원대에서, 2002년 2387억 원, 2003년 2418억 원까지 가 파르게 증가했다. 당시 우리나라의 전체 과자 수입액 1억 5700 만 달러(약 1600억 원)보다 1.5배나 많이 벌어들였다. 당시 시중에 출시된 자일리톨 껌의 경우 10개 중 9개가 롯데제과 제품일 정도였다. 껌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며 롯데제과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를 훌쩍 넘었다. 오리온과 해태제과도 잇따라 자일리톨 껌을 내놓으며 커지는 시장에 대응했다. 롯데제과 만큼 많이 팔리지는 않았지만, 시장이 커진 수혜를 톡톡히 입었다. 오리온과 해태제과도 당시 껌으로만 1000억 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수백억 매출에 만족해야 했던 1990년대와 비교하 면 껌은 제과업계의 효자 상품이 됐다.

하지만 자일리톨 껌 열풍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유행을 일으키던 자일리톨 껌은 출시 2년 만에 거품이 꺼졌고, 이듬해인 2004년부터 판매량이 급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판매량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던 자일리톨 껌이 줄자, 전체 껌 시장 규모도 4000억 원 아래로 내려왔다. 1년 새 1000억 원 가까이 떨어진 것. 여기에 껌을 씹으면 불량해 보인다는 부정적 인식 확산 등으로 2006년 3400억 원, 2012년 2900억 원 등 하향 추세를 그렸다. 식당 계산대 한켠에 입가심용으로 놓였던 껌의 자리는 어느새 입 안에서 녹여 먹을 수 있는 사탕이 대체했다. 캔디류 시장은 2003년 2000억 원대에서 지난 2012년에는 3000억 원 시장으로 급성장했다.

이후로도 소비자들의 식습관 변화와 커피 등 문화코드를 가진 대체 상품이 늘면서 껌 매출은 지난해에는 2500억 원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반면 2007년 1조5880억 원에 불과했던 국내 커피시장은 규모는 지난해 4조6000억 원으로 확대됐다. 각 제과회사의 매출에서 껌이 차지하는 비중도 10년 새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효자상품이 몰락을 맞은 것이다.

이에 대해 제과업계에서는 단순한 통계적 착시라고 설명한다. 자일리톨 껌이 일시적으로 시장 규모를 키웠기 때문에, 지난 10 년의 움직임을 두고 시장 흐름을 재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자일리톨 껌은 워낙 폭발적으로 팔려나갔고, 제품군으로 따져도 역대에 꼽을 만한 상품이었다"며 "껌 판매는 자일리톨이 고점을 찍은 지난 10년을 두고 자연 감소했기 때문에 2003년과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1990년대 100~200원, 2000년대 초 500원 안팎으로 팔리던 껌이 요즘에는 1000~1500원에 판매된다. 값은 2~10배가량 높아졌음에도 매출은 오히려 꺾인 것이다. 판매량이 줄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각종 껌의 출하량을 무게로 비교하면 지난 2011년 1만 2599t이었던 것이 2012년에는 1만 400t으로 줄었다. 시장에서는 자일리톨 껌과 무관하게 경제성장에 따른 후식 문화 변화 등으로 매출 감소는 피할 수 없다고 평가한다. 백운목 대우증권 이사는 "껌을 포함한 국내 제과 시장이 위축되고 있고, 껌의 경우는 사탕·초콜릿·커피 등 수없이 많은 대체제가 있어 수요감소가 더 심하다"며 "제조원가, 마케팅 등 비용을 줄여 이익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더욱 이 껌은 다른 상품들보다 이익률이 높기 때문에 껌 매출 감소는 제과업체의 이익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증권가 분석이다.

껌 수요 감소의 원인을 경제성장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국민 소득이 낮은 나라는 대개 껌이 가장 대표적인 기호식품이다. 값이 저렴한 편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한국전쟁 후에 많은 가정이 미군 보급품으로 나오는 껌을 간식으로 삼았다. 가난한 가정에서는 나중에 허기를 달랠 요량으로 씹던 껌을 벽에 붙여 뒀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소득수준이 차츰 오르면서 쿠키·사탕 등의 다른 대체제가 다수 등장하게 됐고, 껌의 수요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불량해 보인다', '사각턱이 된다' 는 등의 부정적 인식도 악영향을 미쳤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껌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부각되면서 판매량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소비자들이 껌을 씹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여러 장점도 알아두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껌의 장점보다 단점 부각

전체 제과시장이 줄어들고 있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건과류 및 스낵과자의 국내 출하량은 지난 2002년 28만 3000t을 고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2010년에는 22만 1000t까지 떨어졌다. 생산량 역시 2005년 27만 3000t에서 2009년 26만t으로 줄었다. 제과 시장이 줄어든 것은 주요 소비층인 청소년 인구 감소와 더불어 소비자들의 건강·영양에 대 한 요구 증대가 영향을 미쳤다.

물론 제과업계도 이 같은 상황을 가만 앉아서 지켜만 볼 리 없다. 매출 감소를 극복하고 껌 소비를 다시 늘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우선 과거 껌의 성격을 '후식'과 '재미'에 두었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기능성을 부각해 소비층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껌의 졸음방지와 뇌 활성화 기능을 강조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는 한편 기능성을 홍보할 예정이다.

롯데제과는 올 초 '졸음번쩍껌'과 '치아 미백껌'을 내놨고, 자일리톨 껌도 치아 부식 방지 및 충치 예방 효과 기능을 부각해 제2의 전성기를 노리고 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미국 학생들은 껌을 필수품으로 생각하는 등 수요가 높은 데 비해 한국은 아직 총수요 자체가 떨어진다"며 "효능 중심의 제품과 마케팅을 많이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벤트성 판촉 활동도 계속 전개하는 한편 다이어트·치매예방·영양보충 등의 부수 기능을 개발해 껌 소비를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오리온은 지난 2011년 히트친 '펌프껌'을 반 전의 계기로 삼고, 편의성·휴대성을 내세운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해태제과도 졸음운전 예방을 위한 껌 경품 이벤트 등 이미지 개선 행사를 지속하고 있다.

담뱃값 인상 덕 볼까?

제과업계는 해외진출을 통한 껌 시장 확대도 적극 검토 중이다. 해외시장은 오리온을 제외하고는 아직 진출 초기 단계다. 롯데·해태제과의 껌수출 실적은 아직 미미하다. 그러나 이들 회사도 카자흐스탄·인도·러시아·베트남 등지에서 매출이 서서히 오르는 추세라 기대를 갖고 있다. 특히 이들 지역은 아직 경제발전 초기 단계로 앞으로 껌 수요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껌 등 국내 제과 시장은 수입과자 및 PB상품 증가로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모멘텀은 해외에 있 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지난 2001년 베이징 공장에 껌 생산설비를 증설한 뒤 시장공략에 나서 지난해 현지 껌 매출 1700억 원을 달성했다. 대표제품인 초코파이 매출(1400억 원)보다 많다. 롯데제과도 세계시장에서 지난 2007년 1524t(껌·캔디류)이었던 껌 매출이 2009년 1724t으로 늘어나는 등 확대 추세다. 특히 중국에서는 올해 상반기 매출에서 껌의 비중이 23%에 달할 정도로 호조를 띄고 있다. 중국은 껌 시장 (2013년 기준, 28억 달러)이 지난 4년 새 2 배 가까이 성장하며, 미국을 제치고 최대 껌 소비국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상황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전 세계적으로 껌 수요가 있는 나라는 미국·중국·일본 등 극히 제한적인 데다, 국내 업체들이 노리는 지역에는 이미 글로벌 제과업체들이 상당수 진출한 상태라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껌은 세계시장으로 봤을 때 이미 볼륨이 감소한 상태라 수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중국 등 수출할 만한 지역은 이미 글로벌 업체가 많이 진출했기 때문에 중동이나 동남 아 쪽을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껌의 기능성과 관련해서도 소비자들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껌의 각성과 미백·충치예방 효과 등은 이미 10~20년 전부터 제품이 출시돼 왔고, 최근에는 사탕·패치·스마트폰 앱 등 대체 상품이 즐비해 껌의 경쟁력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내년 담뱃값 인상 여파로 껌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담뱃값이 정부안대로 2000원 안팎으로 오르면 금연 인구는 1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금연을 위 해 껌·사탕 등 금연 보조식품 판매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2004년 정부가 담뱃값을 500원 인상했을 당시 성인 남성 흡연율은 57.8%에서 44.1%로 떨어졌고, 편의점 담배 판매도 10% 가량 감소했다. 반면 껌·사탕 등의 매출은 5% 가까이 판매가 늘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담뱃값 인상폭이 워낙 커 금연 보조용품이나 껌·사탕 등을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고 있다"며 "실제로 담뱃값이 오르는 내년 초까지는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담뱃값 인상에 따른 소비재 판매 증가는 일시적이기 때문에 향후 동향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김유경 이코노미스트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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