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우산 혁명' 특파원 3신]렁춘잉 사퇴 시한 끝.. 긴장 감도는 센트럴

홍콩 | 오관철 특파원 2014. 10. 2.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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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전야 맞은 시위 국면정부 건물 점거 시도할 땐 경찰과 물리적 충돌 불가피시위대 동력 지속 과제 속 정부와 물밑 협상 움직임도

홍콩 학생단체들이 렁춘잉 행정장관의 사퇴 시한으로 통첩한 2일을 넘기면서 홍콩 시위가 폭풍전야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홍콩 8개 대학 연합체인 홍콩전상학생련회(香港專上學生聯會)는 지난 1일 렁춘잉 장관이 2일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주요 정부 건물을 점거하겠다고 경고했으며 실제 점령을 시도할 경우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바로 점령에 돌입하기보다는 포위 형태로 렁춘잉 장관을 압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시위대나 홍콩 정부 양측 모두 끝이 언제일지 모르는 대치 국면을 이어가면서 일각에서는 서서히 탈출구를 모색할 것이란 전망도 없지 않다.

2일 밤 홍콩 도심 애드미럴티에 있는 정부청사와 바로 옆 렁춘잉 장관의 집무실이 있는 건물 주변은 높이 1.5m가량의 바리케이드를 두고 100여명의 경찰과 수백명의 시위대가 2m가량의 거리를 두고 대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애드미럴티를 중심으로 이미 수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를 점령한 상태이며 일부 시민들은 경찰과의 충돌을 예상한 듯 마스크와 시위용 안경을 착용했다. 현장에는 응급센터도 눈에 띄었다.

이날 오전부터 렁춘잉 장관 집무실이 있는 건물로 진입하는 도로는 시위대에 의해 사실상 봉쇄됐다. 바리케이드에는 '초심을 잃지 말자, 민주 쟁취'라는 구호 등이 적힌 푯말이 붙어 있었다. 바리케이드 앞에 앉아 있던 시민 아이윈(39)은 "매우 긴장된 분위기며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 민주 정부를 원하는 시민들은 아무런 무기가 없다"면서 경찰의 무력진압 자제를 요구했다.

오후 6시 무렵에는 청사에서 약 100m쯤 떨어진 곳에서 '센트럴을 점령하라' 공동 설립자인 베니 타이 홍콩대 부교수와 학생운동 지도자 조슈아 웡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가 열렸다. 두 사람은 연설을 통해 시위대들에 "통일을 유지하면서 장기전을 준비하고 나이 든 사람과 어린이들은 안전을 위해 정부청사에서 떨어져 있어 달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렁 장관의 사퇴요구는 일단 벽에 부딪히며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태다. 재스퍼 창 홍콩 입법회 주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렁 장관 사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홍콩 정부는 중국 당국과의 교감 속에 시위 열기가 가라앉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위대들 역시 시위 동력을 계속 이어가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시위대들은 이들 단체와 거리를 두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친구나 동료들과 자발적으로 다음 행동을 결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위대가 통제불능 상황에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로 인해 '센트럴을 점령하라'와 홍콩전상학생련회가 연합전선을 통해 시위대 통제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베니 타이 교수는 2일 아침 시위에 참석한 뒤 "시위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큰 계획을 세울 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밑에서는 협상을 위한 움직임도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홍콩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렁 장관이 사퇴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전제로 학생 대표와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홍콩 명보가 보도했다. 현재로서는 중국도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친중국 성향인 신민당을 이끄는 레지나 입 의원은 3일 시위대와 홍콩 정부가 전제조건 없이 TV토론을 벌일 것을 제안했다.

<홍콩 | 오관철 특파원 ok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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