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숭례문 '부실 복원' 재시공에 '혈세 42억' 추가 투입

김종일 기자 2014. 10. 1. 11: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단청 공사 31억·기와 공사 10억·지반 공사 1.2억 예산 투입 국가 예산 투입은 부실시공 관련 官 책임도 인정한 것

지난 2008년 화재로 소실된 국보 1호 숭례문 복원에 이미 250억원에 가까운 국가 예산이 투입됐지만 부실투성이 공사에 재시공 비용으로 혈세(血稅) 42억원이 추가적으로 더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청이 국가 예산을 추가 투입해 숭례문 복원 재시공에 나서는 것은 시공업체의 책임뿐만 아니라 관(官)의 귀책도 일부 인정한 것이다.

심재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일 문화재청으로 제출받은 '숭례문 복구에 추가 투입돼야 할 예산' 자료에 따르면 검증되지 않은 값싼 재료가 사용돼 부실이 드러난 단청과 기와, 지반 등 재시공을 위해 42억2000만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예산이 가장 많이 소요되는 공사는 약 31억원이 투입될 예정인 단청공사다. 감사원 감사 결과 문화재청은 숭례문 복원 과정에서 전통 단청 재현에 실패했다. 단청 공사를 책임진 단청장(長)은 시공과정에서 아교가 흘러내리고 색이 흐려지자 사용이 금지된 화학접착제와 화학안료를 몰래 사용해 단청에 균열이 생겼다. 심지어 단청장은 단청에 물이 닿으면 얼룩이 생기는 현상을 막고자 임의로 동유(희석 테레빈유)를 발라 화재 위험성을 키웠다. 화재로 인해 소실된 숭례문에 인화 물질을 사용한 것이다.

문화재청은 화재 전과 비교해 모양과 크기가 달라진 기와 공사를 하는 데도 약 10억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한다. 문화재청은 고증을 거쳐 기존 숭례문 규격대로 제작하기로 했던 기와와 관련, 업체로부터 시공이 번거롭다는 의견을 받고 KS(한국산업)규격으로 변경해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숭례문 지반 공사에도 1억2000만원 가량의 예산이 사용된다. 문화재청은 숭례문 지반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고증이나 자문 없이 공사를 진행해 숭례문과 주변 계단부분이 복구 기준시점인 조선 중·후기 지반보다 최고 145㎝ 높아지게 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지금까지 숭례문 복원에 소요된 예산은 2009년부터 현재까지 244억8700만원에 달한다. 화재로 불타고 떨어져 훼손이 심했던 숭례문 현판 복원에 투입된 예산은 2억8910만원이다.

문화재청이 숭례문 복원 재시공에 국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부실시공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경원 감사원 사회문화감사국장은 숭례문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시공업체에 부실시공 책임이 있으면 시공업체가 하자보수 책임이 있다"며 "관 귀책이 있으면 국가예산으로 (재시공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었다.

다만 문화재청은 단청 부실 등 숭례문 복원 재시공에 시공업체의 책임도 크다고 보고 향후 소송 등을 통해 기존에 투입된 예산을 최대한 환수한다는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단청 외에 기와와 지반 공사 등의 부실에 대한 귀책 부분은 인정하고 있다.

심 의원은 "국보 1호인 숭례문 부실 복원은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짓밟는 참화로 정부는 '소실 이전의 늠름한 모습으로 반드시 복원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이번에는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며 "국가의 직무유기와 졸속행정으로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정부당국은 철저한 감시를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