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까지 영입, 서북청년단 본격 활동.. "미친X는 뭉둥이로"

입력 2014. 9. 30. 18:33 수정 2014. 10. 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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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행동 예고 구체적 조직 구성까지…정권연장 광기의 시대 도래했다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청계천과 광화문 그리고 전국의 미친개들을 때려잡을 제2의 서북청년단의 활동이 절실하게 요망된다. 미친개를 그냥 두면 나라가 개판된다. 서북청년단처럼 몽둥이를 들자."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배성관 사이버뉴스24 대표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다.

배 위원장은 "지금은 종북좌익이 청계천에서, 광화문에서 주도권을 쥐고 깽판과 분탕질을 미친 개처럼 벌이고 있다. 일찍이 박정희 대통령께서는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하셨다"며 직접 행동을 예고했다.

극악무도한 살육을 벌였던 서북청년단이란 이름을 당당하게 내건 이들이 어떤 형태로든 끔찍한 역사를 재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치적 반대편에 대한 폭력을 목적으로 하는 이들의 출현을 단순한 보수 우파 세력의 일탈 행위로 치부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실 서북청년단이라는 이름은 그동안 수구 보수 단체에서 종종 거론돼 왔다.

지난 2005년 군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착용한 일군의 젊은이들은 '자유개척청년단'이란 이름의 단체를 결성했다. 창단식 장소는 경기 파주시 통일공원 '육탄십용사충효탑'이었고 행사가 끝난 후 이들은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당시 자유개척청년단 최대집 대표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과거 서북청년단과 대한청년단 등 공산주의자들과 맞서 싸우는 청년들의 정책과 정신을 계승하고자 했다. 또 우리나라가 형식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갖춰져 있다지만, 진정한 의미에서는 아직도 체제와 의식이 성립되지 않았기에 남한을 비롯한 북한에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건설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런 이름을 짓게 됐다"고 말했다. 자유개척청년단 부대표였던 장기정 씨는 현재 자유청년연합 대표를 맡고 있다. 당시 장 씨는 진보단체의 현수막을 철거해 재물손괴로 벌금형을 선고 받은 전력이 있다. 자유청년연합은 최근 세월호 유족 단식농성장에서 폭식 투쟁을 벌였고, 세월호 유족 대리기사 폭행 사건과 관련해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고발했다.

2014년 서북청년단은 2005년 자유개척청년단의 결성 취지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향후 '행동'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배성관 위원장은 3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말로만 하지 않고 행동을 하겠다"며 "2008년 쇠고기 파동도 종북 빨갱이들이 선동한 것인데, 세월호 유족들도 정당하지 않고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일을 할 경우 자기들이 행동하는 것만큼 우리도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배 위원장은 과거 서북청년단의 폭력 행위에 대해 "군인이 전쟁이 일어나서 총을 쏴서 죽이는 게 살인이냐"며 "김구를 서북청년단 안두희가 암살했다고 하는데 김구도 간첩과 놀아나서 이승만 건국에 반대해 우익에서 그런 것이다. 김구 역시 해방공간에서 암살을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배 위원장은 제주 4. 3 항쟁 당시 살인 행위에 대해서도 "빨갱이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보이겠지만 건국 자유주의 입장에서 보면 제거세력이다. 국가를 건국하기 위한 시대상황이었다"고 강변했다.

▲ 9월28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서북청년단재건위원회가 노란리본을 철거하겠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트위터리안 s172212014-09-28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는 조직체계도 구체화하고 있다. 위원회는 손진 대한건국회 회장(94)을 총재로 영입할 계획이다. 손진 회장은 서북청년단 선전부장 및 중앙집행위원으로 활동했고 <서북청년단이 겪은 건국과 6. 25>의 저자라고 위원회는 소개했다.

뉴데일리는 손민 회장의 책을 "해방후 소련군이 들어옴으로써 공산주의적 전체주의 체제로 바뀐 북한을 탈출해 38선을 넘어와 대한민국 건국운동의 최전선에서 공산좌익들과 싸우고, 다시 6.25남침 때는 호국의 최전선에서 북한군과 싸우며 생명을 초개같이 버렸던 북한출신 청년들의 이야기"라며 "손진 선생은 대한민국 현대사 교과서의 진실 왜곡과 더불어 서북청년회에 대한 온갖 중상모략에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피맺힌 원한을 품고 사라져간 동지들에게 욕지거리 퍼붓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틀림없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발기인으로 참여한 회원들도 극단적인 인사로 구성돼 있다.

재건위원회 대변인을 맡고 있는 정함철(40) 씨는 '행동하는 양심 실천운동본부' 대표를 맡고 있는데 강원도에서 진보 단체의 현수막 철거 활동을 벌여왔다.

발기인으로 참여한 선진화시민행동은 서경석 목사가 대표로 있고, 제주 4. 3 항쟁에 대해 "민중봉기가 아닌 5. 10 선거를 막기 위한 좌익 폭동"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보수 단체 90여개와 함께 '제주 4. 3 사건 바로잡기 대책회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또 "제주 4. 3 평화공원에는 남로당 수괴급 폭도와 4 3 폭동의 일급 폭도들의 위패가 봉안돼 있고, 공원 내에는 1500여 기의 불량 위패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두고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주목을 받았던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도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탈북자들을 위한 정착교육원인 '희망누리평생교육원' 인사가 참여한 것도 눈에 띈다. 서북청년단 재건위는 현재 10여 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100여 명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들이 상당수 청년단 조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함철 대변인은 "탈북자들은 북한 실상을 뼈저리게 알고 남한에 왔는데 배신자라고 하지 않나, 북한을 추종하는 자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세월호 배후에 종북세력이 진을 치고 있어 나서지 못해서 그렇지, 주변 여건이 되면 탈북자 뿐만 아니라 서북청년단의 정신을 계승하자는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일식 교수(연세대 사학과)는 3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가 광기의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서북청년단의 출현을, 보수 정권의 정치적 선동 구호가 공론의 장으로 나온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과거 김대중, 노무현 집권기에 야당(한나라당)과 보수 언론이 선전 선동을 통해 북한과의 화해 과정을 비난해왔고, 종북 좌파라는 말이 수구 보수 세력은 물론 국회의원 입에서도 나오는 공공연한 말이 돼버렸다. 지난 대선에서도 종북 좌파라는 말이 사회적 공론의 자리를 차지해버렸다"고 지적했다.

뉴라이트 집단의 논리가 정점에 이르면서 서북청년단의 출현을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있다. 애국을 위해서는 반공을 해야 했고, 어떤 인간적인 가치보다 독재를 찬양하고, 일제 통치 기간도 불가피했다는 논리가 보수 정권 하에서 강화되면서 서북청년단과 같은 극단적인 단체가 출현했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집권세력 연장을 위해 반사회적인 구호로 선동에 몰두하는 사람들을 활용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면서 공적 영역에 자리잡게 만들어놓은 결과"라며 "광기의 확장성을 도와주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했다. 박근혜 정권 이후에도 광기가 강화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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