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세월호 기관장 "사고 전 선장과 도박하지 않았다"

구용희 2014. 9. 3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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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기관부원 구하려 3층 간 것 아니다"모호한 답변 태도에 재판장 수 차례 '주의'

【광주=뉴시스】구용희 기자 = 세월호 기관장 박모(55)씨는 30일 사고 직전 선장과의 도박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나는 도박에 취미가 없다"고 말했다.이날 오후 광주지법 법정동 제201호 법정(제11형사부·부장판사 임정엽)에서 열린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제19회 공판기일에 출석(피고인 신문)한 박씨는 '사고 직전 선장 등과 도박을 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물음에 이 같이 답했다.

박씨는 "잠결에 '올라오라'는 전화를 받고 사고 당일 오전 8시30분께 조타실로 향했다"며 "이준석 선장은 정중앙에 위치해 있었으며 조타수는 조타기를 잡고 있었다. 3등 항해사는 레이더를 보고 있었다. 커피를 만들어 마시려다 보니 이 선장이 안보였다"고 밝혔다.

또 "이후 선실 침대에 기대어 최근 교체한 스마트폰을 잡고(보고) 있는 이 선장을 목격했다. 당시 선장은 러닝셔츠에 팬티만 입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사고 당시 3등 항해사가 무슨 지시를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이후 조타수가 '어어 안돼. 조타기가 (작동이)안돼요' 라며 소리를 질렀다. 또 '반대로' '반대로' 라는 목소리가 들렸으며 이 상황에 배는 기울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씨는 "'세월호는 속된 이야기로 어중이 떠중이 아무나 전부 쓰느냐'며 원래 선장이 사무실 관계자에게 비아냥거리는 투로 말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며 "이 이야기를 듣고 조타수 조모씨의 업무능력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발전기의 전원을 보호하라'는 선장의 지시에 조타실을 빠져나왔다. 3층 선미에 있는 비상발전소로 향하려 했지만 사정 상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사적 관계에 있는 특정 기관부원을 구하기 위해 조타실을 나서 기관실로 가려한 것 아니냐'는 검사의 물음에는 "말도 안된다.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선후 사실관계에 있어 박씨의 모호한 답변이 이어지자 재판장은 박씨에게 수 차례 주의를 촉구하며 명확한 태도를 주문하기도 했다.

'일부 기관부원들이 기관장의 지시에 의해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하는데 맞느냐'는 질문에 박씨는 "그렇지 않다. 당황해서 그런 진술을 한 것 같다. 나는 무의식 중에 구명조끼를 꺼내 입었다"고 진술했다.

또 "3층 통로에서 대기하던 중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폭발성 물질이 있는 기관실에 오래 근무했던 습성 상 평소에도 흡연장소 이외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리부원 한 명이 통로로 굴러떨어지는 것을 보고 3등 기관사의 침실에서 꺼내 온 캔맥주를 마셨다"고 말했다.

기관장의 흡연 여부, 음주 시기 등에 대해서는 기관부원들 사이에서도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박씨는 3층 기관부 승무원 침실 앞 복도에서 자신의 지시대로 선저 기관실을 빠져나온 다른 기관부원들과 30여분을 대기하다 해경의 고무단정 등을 이용, 침몰하는 세월호를 탈출했다.

이들이 탈출하기 전 3층 통로에는 다친 여성 조리원과 조리수 한 명이 있었으며, 구조되지 못한 이들은 결국 같은 장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는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기록된 것 같다'며 수사기관에서 자신이 한 진술 내용 중 일부를 번복하기도 했다.

그는 "승객 수가 많은데 '어떻게 하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며 "하지만 갇혀 있는 처지라 별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경황 또한 없었다"고 밝혔다.

'단원고의 어린 학생들이 선내방송을 듣고 침착하게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앞선 공판서 제시)을 봤느냐'는 질문에 그는 "죽을 죄를 졌다"라고 답했으며, 이에 검사는 "배를 처음 타 본 상당의 학생들도 침착하게 (지시를)기다리고 있는데 왜 (일부 승무원들은) 탈출에만 급급했느냐"고 질타했다.

박씨는 모호한 답변 태도와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 구조조치에 관한 변명성 대답 등으로 방청석에 앉은 피해자 가족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서 일부 피고인의 변호인은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전문가 자문단이 작성, 합동수사본부에 제출한 전문가 보고서 내용 중 탈출시뮬레이션(Case 3)에 관한 조건 설정의 오류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persevere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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