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과 그의 친구들은 왜 IS에 투신했나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2014. 9. 2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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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국경에 인접한 터키의 가지안테프 주. 이곳의 한 호텔에서 근무하는 세르주크 씨(가명)는 투숙객들에게 방을 배정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신분증과 여권 기록을 보관하는 일도 한다. 호텔 매니저의 평범한 일상이다. 그러나 그는 아주 특수한 임무도 수행한다. 투숙하는 외국인들의 동태를 살피는 것이다. 그가 주목하는 외국인들은 가지안테프에서 차로 두 시간 정도 떨어진 킬리스를 경유해 시리아 북부의 알레포로 향하는 이들이다. 알레포는 이라크 내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 IS(이슬람국가)의 주요 거점 도시다. 즉, 세르주크 씨는 IS 대원이 되기 위해 가지안테프로 모여드는 외국인을 적발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독일 공영방송 ARD는 '가지안테프에 IS의 군 주둔지가 있다'고 보도하기까지 했다. 세르주크 씨가 일하는 호텔에도 보안요원이 배치되어 있다. 이들은 호텔 매니저나 서빙하는 직원으로 위장해 영국, 미국, 아시아 등지에서 온 투숙객들을 감시한다. 세르주크 씨는 "무자헤딘(이슬람 전사)이 되기 위해 들어온 외국인들은 뭔가 다르다. 관광에는 관심이 없다. 시리아로 그들을 안내할 아랍인들과 접촉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경찰에 보고한다"라고 말했다.

9월4일 가지안테프의 에르달 주지사는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IS에 가담하려던 외국인 19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이 외국인들은 주로 유럽과 러시아 남부의 캅카스 지역에서 터키로 들어왔다. 가지안테프 주정부는 이슬람 근본주의 관련 경력이 있는 외국인은 구속 수사하고 나머지는 본국으로 추방할 계획이다. 가지안테프의 한 경찰관은 "이런 외국인들 때문에 비상근무 중이다. 공항과 택시, 호텔 등에서 불심검문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AP Photo

생포한 이라크 정부군 병사들을 향해 총을 겨누는 IS 대원. 수많은 외국인이 IS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수많은 외국인이 시리아에 들어가 IS를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IS에 투신한 미국인이 3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미국 여권을 가진 사람 수백명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 반군과 함께 활동 중이다"라며 우려했다. 지난 5월에는 20대 초반 미국인 IS 대원이 시리아 북부에서 자살폭탄 공격을 감행했다. 시리아의 온건파 반정부 세력인 '시리아 연합'과의 전투에서 사망한 미국인 대원도 있다. 시리아에서는 알아사드 독재정권, IS, 서방세계가 지지하는 '시리아 연합' 사이에 치열한 3파전이 벌어지고 있다. '시리아 연합' 관계자는 IS의 외국인 대원들은 전사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전투 수행능력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어릴 때부터 컴퓨터 게임으로 익힌 사격술은 실제 전투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외국인 IS 대원들의 존재가 부각된 것은 지난달 발생한 미국인 인질 제임스 폴리 기자의 참수 때다. 동영상에 등장해서 폴리의 목을 벤 복면을 쓴 IS 무장대원은 '존'이라 불리는 영국인이었다. 영국 국내정보국(MI5)과 국외정보국(MI6)은 참수 사건 직후 긴급 추적에 나서 '존'의 신원을 밝혀냈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한때 랩 가수로 활동하던 압델마제드 압델 바리(23)였다. 압델 바리는 최근 누군가의 잘린 머리를 들고 찍은 사진을 IS 명의의 트위터에 올리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인이 미국인을 참수한 이번 사건으로 영국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필립 해먼드 영국 외무장관은 <선데이 타임스> 기고문에서 "극악무도한 가해자를 영국이 키워냈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 폴리를 참수한 자는 영국을 배신한 것이다"라고 한탄했다.

ⓒAP Photo

'미국인 기자 참수' 동영상의 IS 대원 '존'이 영국인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런더니스탄'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

현재 최소한 500명의 영국인이 IS에 합류하기 위해 시리아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보기관과 경찰은 한 달에 20명 정도의 영국인 극단주의자가 IS에 합류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 중 절반은 런던 거주자다. 오죽하면 이슬람 계열의 국호에 들어가는 '~스탄'을 '런던'에 붙인, '런더니스탄'이라는 신조어까지 유행할까. 런던에 이슬람 근본주의를 전파하는 이맘(이슬람교 지도자)과 마드라사(이슬람 학교)가 많기 때문이라는 인종주의적 시각까지 횡행하고 있다.

마크 롤리 런던 경찰청 차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검거한 '지하드(이슬람 성전) 혐의자'는 모두 69명이다. 이들은 IS와 접촉하기 위해 중동을 왕래하거나 관련 자금을 모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심지어 실제로 테러를 모의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종류의 혐의로 검거된 건수가 지난해보다 5배나 증가했다. 검거율도 5배 높다"라는 게 마크 롤리 차장의 얘기다.

여성들도 IS에 상당수 합류하고 있다. 영국 킹스칼리지에 있는 국제 급진조직 연구센터(ICSR)가 발표한 사례에는 '움 라이트'라는 20대 영국 여성이 등장한다. 그녀는 지난해 11월 시리아로 건너가 여성만으로 구성된 IS의 알칸사 여단에서 활약 중이다. 알칸사 여단은 시리아 북부의 IS 근거지인 라카에 있다. 여성 대원들의 임무는 여성을 검문하거나 이슬람식 복장이나 관습에 어긋난 활동을 적발하고 처벌하는 것이라고 알려졌다. 움 라이트는 영국 글래스고 출생으로, 사립학교에서 교육받고 장래 직업으로 의사를 희망할 만큼 부유하고 평범한 백인 여성이다. 그런 움 라이트가 어떤 경로로 IS 무장전사가 되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알칸사 여단에는 움 라이트 외에도 영국 여성 세 명이 활동 중이다. ICSR는 18세에서 20대 초반에 이르는 영국 여성 60여 명이 지하드를 수행할 목적으로 시리아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한다.

IS의 외국인 대원들은 국적에서도 다양한 분포를 나타낸다. 마리 하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최소 50개국 출신의 1만2000명이 시리아에서 암약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 역시 최근 "이라크·시리아를 포함해 중동 지역에서 활동하는 프랑스 지하디스트는 약 900명이다"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자국 출신의 IS 대원을 320여 명으로 추산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안보정보기구(ASIO) 데이비드 어바인 국장은 "약 60명의 오스트레일리아 조직원이 이라크 및 시리아의 알카에다 연계 조직인 알누스라 전선과 IS에 있는 것으로 안다. 이 가운데 15명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라고 말했다. 지난 7월에는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출신의 지하디스트 칼리드 샤루프가 시리아 정부군의 잘린 머리를 들고 있는 7세 아들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자국민들을 경악하게 한 바 있다.

IS에 합류하는 미국과 서방 국가의 젊은이들은 주로 아랍계 이민 2세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백인과 아시아인도 상당수 합류하고 있다. 이 젊은이들이 IS나 지하드를 어떻게 동경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분석이 없다. 공통점이 있다면, 실업 상태이거나 인터넷에 능숙한 젊은이가 많다는 것이다. 미국·영국 등 서방 정부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충분한 실전 경험을 쌓은 자국 출신 젊은이들이 계획적으로 귀국한 뒤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이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 중이며, 영국 정부도 반(反)지하디스트법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해외로 출국한 자국민들이 IS와 접촉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고, IS 관련자일지라도 국적을 박탈(국제법 위반임)하기는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시리아의 한 인권단체 활동가는 "IS에 가담한 젊은이들은 대부분 시리아 독재정부를 전복시켜야 한다는 순수한 정의감에 충만해 있다. 동시에 전쟁을 컴퓨터 게임이나 서바이벌 게임 정도로 생각한다. IS의 전문가들은 이들을 접촉하기만 하면 아주 손쉽게 세뇌시켜 급진적인 이슬람 무장전사로 만들어낸다"라고 말했다.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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