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원해야 할 시간강사료·교직원 인건비, 국립대 법적 근거 없이 '기성회비'로 메웠다

송현숙 기자 2014. 9. 22.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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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요금 등 부족분 4년간 2조5213억원 학생 부담으로 충당교육부, 수업료에 기성회비 통합 징수 추진 '면죄부' 논란

정부가 지원해야 할 국립대 시간강사료·교직원 인건비·공공요금 등이 학생·학부모 호주머니에서 법적 근거도 없이 걷고 있는 기성회비로 메워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제대로 된 감독도 하지 않고 외려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기성회비를 수업료에 포함시켜 걷을 수 있도록 '면죄부'를 줘 등록금 인상폭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2010~2013년 38개 국립대의 기성회회계와 일반회계 결산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 4년간 정부지원 부족분 2조5213억원을 기성회비에서 충당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금액은 기성회비 수입 5조1162억원의 49.3%를 차지한다. 당초 목적 밖으로 사용된 기성회비는 교직원(일반직) 인건비성 경비 1조601억원, 시설비·자산취득비·토지매입비 등 자산 관련 지출 9325억원, 시간강사료 부족분 1634억원, 공공요금 부족분 1601억원 등이다.

국립대의 기성회비는 면학분위기 조성과 교육여건 개선을 취지로 1963년 옛 문교부 훈령으로 만들어졌다. 회계관리 규정에선 사용처를 기성회 운영비와 시설·설비비, 교직원 연구비, 실험실습비, 학교운영 지원경비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회계결산서 분석 결과, 학부모와 학생들은 공무원 인건비·시간강사료·국가자산 매입비와 공공요금 등 교육여건 개선이나 면학분위기 조성과 관계없는 부담금까지 내고 있는 셈이다.

국립대 등록금 인상률은 2004~2014년 사이 11년간 사립대(26.5%)보다 높은 35.5%를 기록했고, 등록금 규모도 이 기간에 사립대의 53.2%에서 57% 수준으로 높아졌다. 도입 초기 등록금에서 20~30%를 차지했던 기성회비 비중은 최근 80%를 넘어섰다. 대학들이 인상 절차가 까다로운 수업료는 놔두고 별다른 규정이 없는 기성회비를 재정확충 수단으로 악용해온 것이다. 실제 기성회비 연평균 인상률은 수업료 인상률의 2배 이상이었다.

기성회비를 목적외 경비로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은 그간 감사원·국민권익위원회 등에서 꾸준히 제기됐고, 2012년부터 국립대 학생들의 기성회비 반환소송에서는 법적근거가 없는 기성회비를 학생들에게 반환해야 한다는 판결이 잇따라 오는 연말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기성회비의 부적절한 사용 실태를 개선하기는커녕 지난 18일 2015년 예산안을 발표하며 기성회비 1조3000억원을 수업료로 받도록 해 대학들의 기성회비 징수에 면죄부를 줬다. 정 의원은 "국립대의 설립·운영자인 정부가 국립대 운영경비를 전액 지원해야 함에도 불법으로 기성회비를 징수해 왔다"며 "이를 시정해야 할 교육부가 내년부터 기성회비를 수업료에 통합·징수하려 하는 것은 정부지원 확대 없이 국립대 재정의 책임을 학생·학부모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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