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회장 '밥상머리 교육'에서 나온 현대차 '통큰 베팅'

입력 2014. 9. 21. 06:23 수정 2014. 9. 2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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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보증금 999,999,999,999원.."전직원 한데 모아야" 의지

입찰보증금 999,999,999,999원…"전직원 한데 모아야" 의지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한전부지에 대한 '통큰 베팅'의 배경에는 아버지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으로부터 내려온 가부장적 전통이 적잖이 작용했다.

정 회장이 이번 입찰에서 10조5천500억원의 과감한 베팅을 지시했던 것은 뿔뿔이 흩어져 있는 직원들을 한 곳에 모아 그룹 직원들간에 모두 '한 식구'라는 강한 유대감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21일 "이번 한전부지 인수를 통해 30여개 주요 계열사를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를 건설해야 한다는 최고경영층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전부지 인수는 단순 수익 창출이 목적이 아니라 30여개 그룹사가 입주해 영구적으로 사용할 통합 사옥을 짓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회장의 이런 통합사옥 의지는 아버지인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와도 다름없다.

정 명예회장은 생전에 매일 새벽 5시에 분가한 자식들을 청운동 자택으로 모두 집합시켜 '밥상머리 교육'을 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매일 가족이 함께 모임으로써 가풍을 전달하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시간으로 삼았다.

또 생전에 현장 직원들과 한 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밥을 먹고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씨름, 배구 등을 즐겼던 '왕 회장'은 1983년 계동 사옥을 지으며 직원들을 한군데 모았다.

정 회장도 그룹 계열사 전직원을 모두 한 곳에 모음으로써 과거 본인이 전수받았던 '식구 경영'을 직원들에게 전파하려는 의도로 판단된다. 그는 평소 "가족은 함께 할 때가 좋은 것"이라고 자주 읊조린다는 후문이다.

현재 서울시 소재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30개사이고 소속 임직원은 1만8천명에 달하지만 양재사옥 입주사는 4개사에 불과하고 근무인원도 5천명 안팎에 그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아버지로부터 배운 정 회장의 가부장적 직원 사랑이 이번 한전부지 인수에 은연중 발휘됐을 것"이라며 "정주영 회장의 계동사옥 시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자신만의 삼성동 시대를 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정 명예회장이 산업 근대화의 기수로 국가경제에 크게 기여했다는 자부심도 정 회장이 다소 과도하게 보이는 입찰가를 정하는데 한몫했다. 정 회장은 "사기업이나 외국기업이 아니라 정부로부터 사는 것이어서 가격을 결정하는데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고 말했다.

이런 정 회장의 의지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입찰 보증금으로 1조원에서 1원 빠진 9천999억9천999만9천999원을 냈다. 자신의 이름에 있는 '구(九)'를 12개나 연이어 써냄으로써 한전부지 인수가 자신의 뜻임을 내비친 것이다.

보증금은 입찰가의 5% 이상만 내면 되지만 현대차그룹은 이런 의지를 반영하듯 입찰가 10조5천500억원의 9.5%에 이르는 돈을 보증금으로 냈다.

정 회장은 다소 털털하고 투박해보이는 개인 이미지에도 직원들에게 잔정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이 행복해야 훌륭한 제품이 나온다"라는 개인 철학에 따라 평소 직원들의 복지와 근무환경을 직접 챙긴다고 현대차 관계자는 전했다.

이달 초 추석기간에 인도와 터키로 현장경영을 떠났을 때에는 만찬자리에서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운 김, 고춧가루, 멸치 등으로 이뤄진 한식 식자재 선물을 직원들에게 손수 전달하기도 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추석 연휴기간이었던 7일 터키공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만찬 자리에서 직원 부인에게 한식 식재료가 든 선물세트를 전달하고 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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