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에 매몰된 30대, 준비되지 않은 노후 불안

2014. 9. 19.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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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포세대 '3불세대'가 되다③] 30대들의 노후 불안 문제

[CBS노컷뉴스 장규석·신동진 기자]

연애, 결혼, 출산 3가지를 포기한 '3포 세대', 그 원조는 바로 30대다. 74년생에서 84년생까지, 이 시대의 30대들은 IMF 구제금융 직후 굳게 닫힌 취업문을 시작으로 카드 대란, 벤처 대란, 부동산 대란을 잇달아 겪으며, '3포 세대'의 시작을 알렸다.

어렵사리 3포 세대의 고개를 넘어 결혼과 출산에 이른 지금 30대들의 삶은 그렇다면 희망적인가. CBS는 30대들의 대표적 불안요소를 주거, 직장, 노후 등 세 가지로 분류하고, 30대를 '3포 세대'에 이은 '3불(不) 세대'(주거불안, 직장불안, 노후불안)로 규정했다. '3불 세대' 기획을 통해 '불안한 대한민국의 허리', 30대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어본다. [편집자 주]

결혼 8년차 김준수(39) 씨와 도현정(39) 씨 부부의 한달 가계 소득은 세후 기준 400만 원. 김 씨가 지난해 연봉 기준 7,000만 원 가량을 벌었다고 신고는 돼 있지만, 세금 등 이것저것 떼고 나니 실제 통장으로 들어온 건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돈도 통장을 스쳐가긴 마찬가지. 말이 400만 원이지 외벌이 김 씨가 5살과 3살된 딸아이를 키우다보면 오히려 매월 적자다. 결혼 후 8년 동안 불어난 빚만 9,000만 원일 정도다.

몇달 전까지만 해도 신용대출이 6,000만 원이었는데 이번달 전세계약이 끝나면서 전세대출 3,000만 원이 추가됐다. 나라에서 치솟는 전세금을 잡지 못하니 매번 전세금 갱신 때만 되면 머리가 아프다.

그렇다고 김 씨가 노후를 위해 돈을 많이 저축하는 것도, 돈을 헤프게 쓰는 것도 아니다. 400만 원을 벌어도 팍팍하기만 한 현실이 김 씨를 노후 불안자로 내몰고 있다.

김 씨의 한달 씀씀이는 이렇다. 먼저 매달 월급의 1/4에 해당하는 100만 원 가량이 대출 원리금 상환 명목으로 통장을 스쳐간다. 그나마 이마저도 회사에서 무이자로 3,000만 원을 빌린 덕분에 이자부담이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아무리 어려워도 부모님께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해야한다는 신념에 따라 양가 부모님께 매월 25만 원씩(50만 원)을 드리고, ▲가족 보험금(50만 원), ▲큰 애 어린이집(20만 원), ▲주유비(20만 원), ▲의료비(10만 원), ▲전기·가스·수도요금 등 주거관리비(15만 원)을 빼고 나면 135만 원이 남는데, 네 식구 생활비로 쓰다보면 오히려 적자가 된다.

◆ "10년 뒤 노후 책임질 수 있을까…꿈과 현실 괴리 커"

김 씨는 "현재 나름 안정적인 직장에서 몸담고 있지만, 당장 10년 뒤에 내가 뭘 하며 살수가 있을까라는 불안감과 50살에 뭔가를 새로 시작해서 노후를 책임질 수 없을 것이라는 실망이 함께 있다"며, "열심히 살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정당한 사회를 꿈꾸지만 너무 괴리가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만의 얘기가 아니다. IMF 직후 어렵사리 취업문을 뚫었지만 박봉에 시달리고, 치솟은 아파트 가격으로 막대한 빚을 질 수 밖에 없고, 마이너스 통장을 안고 자녀를 낳아 기르고 있는 2014년 30대들의 현재 모습이다.

특히 이들의 노후 문제는 '불안' 수준을 넘어 '위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성장이 둔화되면서 이전 세대보다 더 적게 벌지만 생활비는 더 많이 들어가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수명까지 늘면서 노후 대비가 중요시 되고 있는데 지금 30대는 이에 대한 준비가 전무한 상황이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은퇴 준비 점수는 100점 만점에 절반 수준인 56.7점(한국인의 노후 준비 정도를 조사해 산출한 '종합은퇴준비지수')에 불과했다. 특히 재무 분야에 대한 은퇴준비는 51.4점으로 위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 30대의 은퇴준비 점수, 위험 단계

30대의 자산 대비 부채비율 역시 30대의 노후 위험을 반영하고 있다. 통계청이 조사한 '201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30대의 가계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21.1%로 전체 세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가처분 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94.2%로 지난해 보다 3.6% 늘었다.

게다가 늦어진 사회생활로 인해 결혼 전 돈을 모은다는 게 쉽지 않다. 취업포털업체 인크루트에 따르면 평균 취업 연령사회은 1998년 26세에서 2008년 29세로 3년 늦어졌다.

어렵사리 늦깎이 취업을 하고 결혼까지 골인하고 나면, 집세와 부모 용돈에 아이 양육비 부담이 기다리고 있다. 정작 자신들의 노후 준비는 할 수 없는 구조다. 3040세대가 허리띠를 아무리 졸라매도 노후 대비는 그저 남얘기일 수밖에 없다.

방법은 없을까. 재무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소득에 비해 소비 수준이 너무 높지 않은지 점검해보라고 권한다. 이어 통장을 목적별로 쪼개 소득을 철저히 관리하고, 월세보다는 전세를 살라고 조언했다.

▶노후 불안을 대비하기 위한 전문가의 조언은 "통장부터 쪼개고 월세는 피하라"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기사 바로가기

CBS노컷뉴스 장규석·신동진 기자 sdjinn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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