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무덤 말고는 평화 없는가"

2014. 9. 1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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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 공습 예정' 시리아 주민들 공포

"우리는 지난 한주 동안 시리아 정부군의 폭격에 대한 엄청난 공포 속에 살았다. 지금은 미국이 우리를 폭격하러 오고 있다. 어디로 가야 하나? 왜 모두가 우리를 죽이려 하나?"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주요 거점인 시리아 알레포 동부의 밥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 아부 리아드의 말이다. 그는 "미국이 주도하는 이슬람국가에 대한 군사행동이 필연적으로 더 많은 대학살과 무고한 생명의 희생을 불러올 것"이라며 "무덤 말고는 평화를 찾을 수 없고, 이것이 시리아인의 운명"이라고 한탄했다.

미국이 시리아에 대한 군사작전을 준비하는 가운데, 이슬람국가 점령 지역의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중동 전문 매체인 <알모니터>는 최근 시리아 북부의 밥 마을을 방문해 주민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18일 전했다.

최근 시리아 정부군은 밥 마을에 대량의 '배럴 폭탄'(기름통에 폭발물과 인화물질, 금속조각 등을 채워 만든 폭탄)을 투하해 많은 이들이 죽거나 다쳤고, 주민들은 시내를 떠나 외곽으로 피난을 가야 했다. 이제 미국의 공습이 임박하자 주민들은 또다시 안전한 곳을 찾아 피란길에 올랐다.

주민들은 목숨을 걱정하는 것 외에도 오랜 내전의 혼란 끝에 잠시 얻은 소박한 일상을 다시 잃을까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밥 마을의 한 주민은 "(다른) 반군들이 한 것이라고는 서로 훔치고 싸우는 것뿐이었지만 이슬람국가는 도로와 전선을 고쳤고 궁핍한 이들에게 음식을 줬으며, 교통경찰도 두고 학비를 받지 않고 학교도 운영한다"고 말했다. 이슬람국가는 인질 참수 등으로 악명이 높지만, 점령지에서 '통치' 능력을 보이기 위해 주민들의 일상을 돌보는 면모도 보이고 있다.

<알모니터>는 "점령지의 주민들이 미국의 공습을 환영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라며 민간인 사상자가 늘어나면 서방에 반대하는 분노가 커지고 오히려 이슬람국가의 지지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이슬람국가는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어, 오히려 미국의 군사개입을 내심 반기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에이피>(AP) 통신은 18일 "지난 24시간 동안 탱크를 앞세운 이슬람국가 무장세력이 시리아-터키 국경지대 쿠르드족 마을 16곳을 추가로 장악하면서 보복을 우려한 주민들이 대거 피란길에 나섰다"고 전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2011년 3월 시작된 시리아 내전의 사망자가 지난 8월 이미 18만명을 넘어섰고, 이 가운데 약 3분의 1이 민간인이라고 밝혔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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