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로 끊고 투항 요구"..여권서도 '대통령이 걸림돌' 불만

2014. 9. 1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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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 대통령 강경 발언 뒤 세월호 정국 어디로

"출구 열긴커녕 다 틀어막아…""사태 풀려는 의지 있는지 의심"이재오 등 당·청 지도부 비판"화끈하긴 한데 얻는것 없을것"청와대 일각 '불통 각인' 우려'야당·유족 강경대응 초래' 지적

박근혜 대통령의 16일 국무회의 강경 발언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선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을 통해 해법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인데, 대통령이 갑작스레 나서 협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향후 여당의 협상 여지를 틀어막고 교착 정국을 더욱 꼬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전날 청와대 회동에서 법안 처리 '지침'을 받은 새누리당 지도부는 17일 일제히 박 대통령의 강경 기조에 보조를 맞추며 야당 압박에 나섰다. 하지만 당내 비주류 의원들 사이에선 "박 대통령이 대치 정국의 걸림돌로 등장했다"는 불만과 비난이 터져 나왔다. 공개적인 포문은 비주류 맏형 격인 이재오 의원이 열었다. 이 의원은 이날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출구를 열어주는 정치를 해야지, 출구를 있는 대로 탁탁 틀어막아 버리면 결국 그 책임은 정부·여당에 돌아간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협상이라고 하는 것은 끊임없는 인내와 서로 간의 양보를 통해 하나의 결실을 이뤄내는 것인데, 청와대부터 당까지 일사불란하게 '이게 마지막'이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성토했다. '특별검사추천위원회의 여당 몫 추천위원을 야당과 유가족의 동의를 받아 추천한다'는 내용의 세월호 특별법 여야 2차 합의안에 대해 "마지막 결단"이라며 추가협상 불가 방침을 분명히 한 박 대통령과 이에 맞장구를 친 당 지도부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한 초선 의원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세월호 참사 책임은 정부와 국가에 있는데 모든 책임을 국회로 돌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물론 야당도 문제지만, 대통령이 나서서 저러는 건 세월호 정국을 더욱 꼬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의원들 사이에선 "사태를 풀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여야 협상을 퇴보하게 할 것"이라는 등의 말이 나왔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도 박 대통령의 강경 기조가 적절치 않았다는 평가가 일부 존재한다. "화끈하긴 한데, 얻는 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청와대 안팎에선 "야당과 유족의 투항을 요구한 것", "상대의 퇴로를 끊어버렸으니 결국 말라 죽으라는 것"이라는 평가들이 나왔다. 세월호 교착 국면을 답답해하는 대통령 지지층의 갈증을 해소해줬을지 몰라도, 너무나 강경한 입장을 감정을 섞어 그대로 표출해 세월호 협상에도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향후 국정운영에도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강경한 발언은 이전에 박 대통령이 국민들과 유족들에게 했던 '약속'들에 대한 진실성 여부도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박 대통령의 약점으로 꼽히는 소통 능력이나 포용력 부족이 부각되면서, 앞으로 야당과의 관계는 물론 박 대통령이 대선 때 약속했던 '국민대통합'도 힘들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청와대의 한 실무자급 참모는 "(유족들을) 끝까지 보듬어주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을 듯한데, 차갑고 냉정하게만 비칠 것 같다"며 "이번 참사 수습 과정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들과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이 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여권의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이 저렇게 세게 나가면, 유가족이든 야당이든 저쪽도 더 결속하게 되고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정국이 더 꼬이고, 격한 대치 국면이 해를 넘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야당 강경파는 박 대통령 발언에 대해 '선전포고', '계엄선포'라는 단어를 써가며 맞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유승희·이종걸·우원식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22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발언으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막는 당사자가 대통령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천명했다"며 "우리는 세월호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과 함께 모든 것을 걸고 결연히 투쟁해 나갈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김수헌 석진환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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