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오존홀 회복의 불편한 진실

안영인 기자 2014. 9. 1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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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만 가던 남극 오존홀이 드디어 작아지기 시작했다."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는 최근 9월 16일 세계 오존층 보호의 날을 앞두고 남극 오존홀이 드디어 작아지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는 환경문제에 대해 세계 각국이 공동으로 대처해 결실을 거두기 시작한 대표적인 사례다.

남극 성층권의 오존이 감소한다는 것이 알려지기 시작은 것은 지난 1960년대지만 오존홀이 확인된 것은 지난 1985년이다. 위성사진을 분석한 이후다.

오존홀은 지표부터 상층까지 대기권 전체에 있는 오존 총량을 가지고 정의하게 되는데 오존 총량이 220돕슨(DU) 이하인 상태를 오존홀로 규정하고 있다. 평균적인 대기의 오존 총량은 약 300돕슨이다. 220돕슨이 기준이 된 것은 1979년 오존층이 문제가 되기 이전에는 220돕슨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기 때문에 오존홀이 생기기 직전 값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대기 중 오존 총량을 그림으로 표시하면 남극 상공에 오존량이 적은 지역이 마치 구멍처럼 나타나는데 이 때문에 오존홀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연도별 오존홀 면적, 단위: 100만km2, 자료: NASA>

2013년 오존홀의 면적(9월7일~10월 13일 평균)은 2천 1백만 제곱킬로미터로 한반도 전체 면적의 100배 정도나 된다. 1979년에는 10만 제곱킬로미터에 불과 했던 것이 2006년에는 관측사상 가장 넓은 2천 6백 60만 제곱킬로미터까지 넓어졌다가 다시 작아지기 시작했다.

<연도별 오존 최소량, 단위: 돕슨(DU), 자료: NASA>

지난 1979년 이후 남극 상공의 오존량(9월 21일~10월 16일 평균)은 급격하게 감소했다. 1979년 225돕슨이었던 남극 상공의 최소 오존량은 1994년에는 92.3돕슨까지 떨어졌다. 지구 평균이 약 300돕슨인 것을 고려하면 최대 3분의 2 정도가 파괴된 것이다. 2013년에는 조금 상승해 132.5돕슨을 기록했다. 사이트(

클릭

)에 가면 미 항공우주국(NASA)이 만든 연도별 남극 오존홀과 최소 오존량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오존층 파괴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가 되면서 1987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는 오존층 파괴 물질의 생산과 사용 규제에 대한 의정서가 정식으로 채택됐다. 이른바 몬트리올 의정서다. 1994년 유엔총회에서는 몬트리올 의정서가 채택된 9월 16일을 세계 오존층 보호의 날로 지정했다.

1989년 1월 공식적으로 발효된 몬트리올 의정서에 따라 오존층 파괴물질로 알려진 염화불화탄소(CFCs)가 단계적으로 퇴출 됐고 2010년부터는 개발도상국에서도 사용이 전면 중단됐다. 이런 전 지구적인 감축의 효과로 파괴되어가던 남극의 오존층이 회복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겼다. 남극 오존홀은 작아지기 시작했는데 지구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몬트리올 의정서가 발효되면서 각 국가와 기업에서는 냉장고나 에어컨, 스프레이, 소화기 등에 사용되던 염화불화탄소(CFCs)대신에 새로운 냉매제인 수소불화탄소(HFCs)를 사용했다. 새로운 냉매제는 오존층 파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처음에는 완벽한 성공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문제는 염화불화탄소를 대체한 수소불화탄소를 비롯한 새로운 냉매제가 초강력 온실가스라는 점이다. 실제로 수소불화탄소의 지구온난화지수(Global Warming Potential) 즉 지구온난화에 기여하는 정도는 이산화탄소보다 적어도 수백 배에서 많게는 1만 배 이상 크다. 염화불화탄소와 수소불화탄소 모두 강력한 온실가스지만 염화불화탄소를 수소불화탄소로 대체하면서 당시에는 오존층 파괴여부만 고려했을 뿐 지구온난화 문제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오존홀 문제가 일단 해결되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현재는 오존홀 문제보다도 오히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가 지구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환경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수소불화탄소의 배출량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매우 적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개발도상국들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세계적으로 냉매제(수소불화탄소)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 연평균 7%씩 증가하고 있는 수소불화탄소 배출량은 2050년까지 65기가 톤이 될 것으로 세계기상기구와 유엔환경계획은 전망하고 있다. 지구를 뜨겁게 하는 정도가 이산화탄소보다 최고 1만 배 이상 큰 온실가스 배출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오존층이 파괴되는 것은 막는다지만 급격한 지구온난화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또 하나의 몬트리올 의정서가 필요한 시점이다. 작게는 수소불화탄소를 대체하는 또 다른 냉매제를 찾아야 한다. 물론 조건은 오존층을 파괴하지 말아야 하고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켜서도 안 된다. 특히 이번에 찾는 냉매제는 수소불화탄소처럼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없는지 사전에 충분히 살펴봐야한다.

세계기상기구와 유엔환경계획이 최근 발표한 <정책결정자를 위한 오존 고갈에 대한 과학적 평가>에는 단순히 남극 오존홀 회복 소식만을 전하고 있지 않다. 수소불화탄소 같은 염화불화탄소를 대체한 냉매제의 지구온난화 유발 문제와 또 다른 새로운 냉매제 문제에 대해 매우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파괴되어 가던 오존홀이 회복된다는 것은 분명 많은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던 좋은 소식(Good News)이다. 하지만 정책결정자나 기업에게 중요한 뉴스는 굿 뉴스 뿐 아니라 대체한 냉매제가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킨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Bad News)일 것이다. 배드 뉴스를 알아야 국가나 기업이 이에 대처할 수 있는 계획이나 정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오존층 회복의 불편한 진실, Bad News가 정작 Good News일 수 있다.

<참고>

* 오존 단위 돕습(DU, Dobson Unit) : 0℃, 1기압의 표준 대기 상태에서 특정 지역의 대기 중에 있는 오존을 모두 지표상으로 모았을 때 1mm의 두께로 쌓이는 오존량을 100돕습(DU)으로 정의한다. 평균적인 대기의 오존량은 300돕습으로 지표상으로 모을 때 약 3mm의 두께가 된다.

<참고문헌>

* WMO and UNEP, 2014 : Assessment for Decision-Makers, Scientific assessment for ozone depletion:2014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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