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경영 지상파 '밑빠진 독'

2014. 9. 1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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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중계료에만 800억 내지르고 수백억 적자 나는데도 임원 임금 올리고

◆ 방송광고 총량제 토론회 ◆

지상파 방송사들이 광고총량제 도입을 주장하기보다는 수년째 지적받고 있는 부실 경영 등 내부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광고가 해마다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방송사 재정적 위기의 본질은 방만한 경영을 지속한 방송사 자체에 있다는 지적이다. 방송업계에 따르면, KBSㆍMBCㆍSBS 등 지상파 3사는 상반기에 많게는 수백억 원의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사들은 광고 판매 감소와 경기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경영 실적이 악화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방송 3사 모두가 적자를 본 가장 큰 원인으로는 고액의 월드컵 중계료가 꼽힌다.

지상파 3사는 올해 브라질 월드컵 중계료로 약 800억원을 썼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 비해 3배를 웃도는 액수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이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광고 판매가 저조했고 방송사들은 500억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시장 상황에 대해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무턱대고 '베팅'한 결과 엄청난 손실을 떠안게 된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고임금ㆍ저효율 인력 운영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3월 감사원은 '한국방송공사(KBS) 및 자회사 운영실태 특정감사'에서 KBS는 퇴직금 등을 제외하고 (2012년 기준) 평균 1억1600만원의 연봉을 받는 1직급 382명 가운데 59.7%가 무보직자라고 지적했다. 또한 500억원 이상의 세전 이익이 날 경우에 지급하던 특별성과급 일부를 2010년부터는 아예 기본급에 편입하는 등 기본급화하지 않아야 할 수당을 기본급화함으로써 연평균 122억여 원의 예산이 추가 집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MBC는 신사옥 문제로 내년 수백억 원대의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임원 임금을 8.5%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오랫동안 방송산업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다. 그동안 영업이익을 시설 투자와 미래를 위해 모아놨다면 지금 광고 상황이 안 좋다고 당장 광고 늘려달라는 말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사회 공공재인 지상파가 경영이 어렵다고 광고를 늘려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상파의 사회적 책무를 외면한 발상이다. 문제가 생기면 외부의 도움(광고 증대)으로 해결하려는 안일한 태도는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광고 총량제 도입 전에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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