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스마트폰 결제시장 주도.. 한국은 걸음마

신동흔 기자 2014. 9. 15.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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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앱 열고 누르면 끝.. 美페이팔·中알리페이 급성장 애플도 애플페이로 시장 진출 한국, 인증서 규제 이제야 없애 카카오페이 겨우 시작 단계, 네이버도 송금 서비스 준비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서 열린 애플의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는 신형 아이폰 못지않게 '애플 페이(Apple pay)'라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눈길을 끌었다. 한 고객이 매장의 카드 결제기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고 화면을 손가락으로 누르자 금방 결제가 끝나는 영상이 나오자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는 "바로 이거야!(That's it!)"라고 외쳤다.

애플 페이는 신용카드 번호나 비밀번호 입력 등 복잡한 단계를 모두 생략하고 지문 인식만으로 간단히 대금을 치르는 방식이다. 오는 10월부터 미국에서는 모바일 상거래는 물론이고 메이시스·블루밍데일 등 백화점과 수퍼마켓 22만여 곳에서 애플페이로 대금을 치를 수 있게 된다. 스마트폰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결제 수단으로 급부상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간 신용카드

스마트폰에 신용카드 정보를 담아 사용하는 '모바일 결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의 경쟁이 치열하다. 애플뿐 아니라 미국 전자 상거래업체 이베이와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 등이 이 시장의 강자(强者)로 떠오르고 있다.

이베이의 경우 올해 2분기 전체 매출의 45%인 19억5000만달러(약 2조원)가 '페이팔' 결제 수수료에서 발생했다. 페이팔은 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물건을 구매할 때 이용하는 결제 대행 서비스. 3년 전인 지난 2011년 존 도나호 CEO가 "우리의 무기는 페이팔이 보유한 1억 개의 전자지갑"이라고 했던 예언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애플의 가세로 모바일 결제 시장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애플은 미국 2위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가 홈페이지에 애플페이 로고를 띄워놓을 정도로 금융권의 지지도 받고 있다.

이는 최근 전자 상거래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만 해도 2230억달러였던 전 세계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2017년 1조5000억달러로 7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베이도 올해 2분기에만 4억달러 이상을 모바일 결제 수수료로만 벌어들였다.

중국 내 모바일 결제 시장의 49%를 차지한 '알리페이'는 8억2000만명의 가입자를 기반 삼아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400개 이상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알리페이를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롯데면세점의 올해 중국 온라인 매출에서 알리페이 결제가 차지하는 비율만 90%에 달한다. 롯데 측은 지난 4월 중국 관광객들이 스마트폰으로 알리페이 앱(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해 매장에서 직접 결제하는 시스템까지 구축했다.

애플페이나 페이팔, 알리페이는 모두 로그인 한 번이면 끝나는 '원 클릭' 서비스라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미 국내에도 해외 직구(직접구매) 등에서 이를 경험해본 사람이 많다. 주부 홍지영(41·서울 송파구)씨는 "미국의 일부 사이트는 페이팔로만 결제가 되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랐다"며 "보안에 문제는 없나 걱정도 했지만 의외로 간편해서 해외 사이트에서 쇼핑할 때마다 이용한다"고 말했다.

◇걸음마 떼는 한국식 '간편결제' 시장

한국은 간편결제 시장에서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다. 3700만명이 쓰는 '카카오톡'의 다음카카오가 간편결제 서비스 '카카오 페이'를 이달 초 내놓았다. 송금 기능이 포함된 '카카오월렛'도 조만간 나온다. 네이버도 소액 송금 서비스를 내놓는다. 네이버 관계자는 "소모임 전용 밴드에서 모임 운영비 등을 손쉽게 걷을 수 있는 송금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통신회사들이 내놓은 '스마트월렛'이나 은행권에서 개발한 '앱 신용카드'와 달리 새로 나온 서비스들은 간편결제 방식을 택했다. 지난 5월 30만원 이상 전자상거래에 공인인증서 사용을 의무화했던 조항이 사라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금융 서비스는 공인인증서 사용 등 규제 조항이 많아 간편한 결제 방법을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스마트기기를 통한 간편결제가 확대될 경우 금융권은 고객에 대한 주도권을 IT 업체들에 빼앗기고 단순히 계좌만 관리해주는 곳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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