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Pub] 한국인들은 왜 이렇게 醉中(취중) 실수가 많은가?

조갑제 2014. 9. 1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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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유명인사들 중 醉中(취중) 실수로 관직을 잃거나 망신한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고위 장성이 과음하여 실수한 일로 轉役(전역)했다. 한국인들은 유전적 체질로는 세계에서 가장 술에 약한 민족인데, 독특한 心性 때문인지 飮酒量(음주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알코올의 주성분은 에탄올, 즉 에틸 알코올이다. 에탄올은 胃(위)와 12指腸(지장), 小腸(소장)에 흡수되어 혈액을 통하여 全身으로 이동한다. 대부분은 肝(간)에서 代謝(대사)되어 에틸 알코올은 아세트알데히드-식초산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된다. 술을 마시면 一過性(일과성)으로는 알코올의 가벼운 마취작용에 의하여 중추신경이 억제된다. 酒量(주량)이 많아지면 운동신경과 언어기능이 마비된다. 너무 많이 마시면 의식장해, 호흡중추의 마비가 일어나 때로는 사망한다.

술을 몇 잔 마시지 않았는데도 循環器系(순환기계)가 반응하여 온몸이 벌겋게 되거나 심장박동이 증가하고 두통이 생기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알코올의 제1차 代謝 産物인 아세트알데히드의 직접적, 간접적 작용이 원인인데 왜 일부 사람들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알코올의 代謝에는 에탄올을 아세트알데히드로 바꾸는 '알코올 脫水素酵素(ADH:탈수소효소)'와 다음 단계에서 이 아세트알데히드를 식초산으로 바꿔주는 '아세트알데히드 脫水素酵素(ALDH)'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세트알데히드는 강력한 약리작용을 가져 인체에 유해하지만 ALDH에 의하여 재빨리 無害(무해)한 식초산으로 바뀌는 것이다.

소량의 술을 마시고도 나쁜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은 이 ALDH 효소에 뭔가 變異(변이)가 발생하여 그 때문에 대사능력이 약해지고 아세트알데히드를 쉽게 식초산으로 대사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몸 안에서 아세트알데히드 농도가 증가하고 몸에 이상이 생긴다.

肝(간) 속에는 다량의 ALDH가 있다. 일본 학자들이 무작위로 일본인의 간으로부터 추출액을 얻어 전기분리법으로 분석해보았다. 분리속도가 빠른 것을 ALDH2, 늦은 것을 ALDH1이라 이름 붙였다.

일본인들에게 집단적으로 조사를 해보았더니 ALDH2의 경우 40%의 사람들이 불활성형이고 60%가 活性型(활성형)이었다. 서구의 백인이나 아프리카 흑인들은 전부가 활성형이었다. ALDH2와 ALDH1 두 효소의 차이점은 ALDH2는 신속하게 아세트알데히드를 식초산 성분으로 바꿔놓는 데 대해서 ALDH1는 아세트알데히드의 농도가 일정량에 도달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인 중 약 40%는 알코올 분해 능력이 약하여 술을 마시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체질을 가졌다는 이야기이다.

이 ALDH 효소의 유전자 鹽基(염기)배열을 조사해보았더니 세 가지 형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N형을 가진 사람은 몸 안으로 들어온 알코올 성분을 분해하여 물과 이산화탄소로 배출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런 사람들은 酒豪(주호)가 될 소질이 있다. D형은 이런 분해능력이 매우 떨어진다. 심할 경우엔 분해능력이 N형의 20분의 1이다. 이런 사람들은 술을 받지 않는다. 말하자면 타고난 禁酒(금주)체질이다. ND형은 중간치이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인, 일본인, 北중국인 등 몽골계통 사람들 가운데 ALDH의 D형과 ND형이 세계 어느 민족보다도 많다는 점이다. 즉 유전적으로 술에 약한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이다. 한국인은 28%, 일본인은 44%, 北중국 사람은 41%, 태국 사람은 10%, 헝가리 사람들은 2%, 그외 西歐(서구) 사람들은 0%이다.

서양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술에 강하고 한국 등 몽골인종은 유전적으로 술에 약하다. 헝가리 사람들 중 술에 약한 사람들이 2%쯤 되는 것은 몽골계 훈족의 침략을 받았고 마자르族이란 몽골-투르크계 기마군단의 점령 하에 있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인들의 1인당 음주량은 세계 2~7위권이다. 국방예산과 맞먹는 돈을 술 마시는 데 쓰고 있다. 한국인의 감성과 남자들의 호쾌함 숭배 심리가 한 원인일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몽골인종보다도 알코올 중독이 많은 것은 알코올을 잘 분해하는 ALDH-N형의 체질이 거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즉, 술을 잘 분해하는 사람들 속에서 알코올 중독자가 많은 것이다. 한국인들은 체질상 안맞는 술을 무리해서 마시다가 보니까 술주정과 음주 후의 싸움박질이 많다. 서양 사람들은 술을 잘 소화하므로 그런 일이 드물다.

그래서 한국에선 술주정이 죄가 되지 않지만 서양에서는 술 마시고 행패부리면 사람 대접을 못받는다. 체질의 차이가 가치관의 차이를 부른 것이다. 한국도 요사이엔 취중 실수에 엄격한 분위기로 변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다가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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