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이후.. 가을철 전세난 심해질까

양홍주 2014. 9. 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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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전셋값 작년보다 4.36% 상승 이사철 앞 전세시장 일찍 뜨거워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70% 육박

저금리 기조에 월세 전환 급증하고 재건축 규제 완화로 이사 수요 늘어

추석 연휴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될 이사철 전세난이 심상치 않을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 가을 세입자들이 전통적으로 이사수요가 늘면서 경험하는 전세난과 더불어 저금리 기조로 인한 월세 전환의 급증,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재건축 연한 조정 등 추가적 압박을 겪을 것으로 내다본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추석 연휴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될 이사철 전세난이 심상치 않을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 가을 세입자들이 전통적으로 이사수요가 늘면서 경험하는 전세난과 더불어 저금리 기조로 인한 월세 전환의 급증,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재건축 연한 조정 등 추가적 압박을 겪을 것으로 내다본다. 전세가격이 이례적으로 급등했던 지난해 가을에 비하면 세입자들이 체감할 어려움이 작을 것이란 예상도 있지만, 특정 지역의 경우 국지적으로 늘어나는 재건축 수요로 인해 전세난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주택매매자 위주로 진행되는 정부의 부동산 완화대책들이 세입자들의 보금자리 찾기에 걸림돌이 되면서 전세난의 정도가 계속 심화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이어진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휴가철인 지난달에도 전월 대비 전국적으로 전셋값이 0.17%, 특히 수도권은 0.25%나 올랐다.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상승률은 4.36%(수도권 6.29%)에 달했다. 매맷값 상승률(1.60%)에 비하면 전셋값이 어느 정도 크게 움직이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정부는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를 선점하려는 수요가 많았다"며 일찌감치 뜨거워진 전세시장을 진단했다. 최근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아파트 전세 가격 상승세가 매매가 오름세를 점차 따돌리면서 전국 전세가율(매맷값 대비 전셋값의 비율)이 조만간 70%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가와 매매가의 격차가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셋집을 구하는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말과 다름없다.

계절적인 요인도 있지만 추석 이후 전세난이 만만치 않으리라 내다보는 데에는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2.25%로 내리면서 굳어진 저금리 기조의 영향이 적지 않다. 임대인 입장에서 전세금을 금융상품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줄어드는 셈이어서 전세와 달리 '고정적' 수익을 보장하는 월세로의 전환을 더욱 부추긴다는 얘기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전월세 거래량 가운데 월세거래 비중은 25.5%로, 전년보다 4%포인트 이상 늘었다. 김규정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추석연휴가 끝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전세물건을 찾아 나설 것이며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더욱 적당한 집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사실과 직면할 것"이라며 "저금리로 버티기 어려워진 임대인들이 월세로 돌리는 물량은 계속 많아지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가을 이사철임에도 9월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 달보다 40% 이상 줄어든 1만5,459가구에 그칠 예정이다. 더불어 강남, 송파, 서초 등을 중심으로 2만여 가구의 재건축 이주 수요가 연내 발생할 것으로 보여 전세로 움직여야 하는 세입자의 고민은 커질 전망이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이주를 앞둔 재건축 단지는 대체로 집주인보다 사정이 좋지 않은 세입자들이 사는 곳이어서 재건축이 이뤄지는 동안 이들은 서울 외곽, 혹은 수도권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매매수요 증대로 서민주거안정 문제를 해결하려 해 전세난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재건축 규제가 완화됐지만 정작 수익성이 높지 않아 재건축으로 인한 전세난은 심각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임대계약이 올 가을 만료되는 세입자들은 2년 전보다 전셋값이 많이 올라 그만큼 피부로 느끼는 전세난이 힘겨울 수 있다"며 "다만 재건축은 그나마 수익이 기대되는 강남권 저층 아파트들에 국한될 전망이어서 상계, 목동 지역까지 재건축으로 전세난을 겪으리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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