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저가 스마트폰, 한국 시장 흔들까

2014. 9. 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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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재편되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10월 '단말기 유통법' 시행되면중국산 중저가폰 상륙 가능기기값·통신료 내려갈 듯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중저가폰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이미 중저가폰이 세계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의 성장세가 무섭다. 이들은 품질이 뛰어난 100~220달러의 저가 스마트폰을 출시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오는 10월에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되면 국내 시장도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주부 김시은(42·인천 연수동)씨는 최근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샤오미의 스마트폰 Mi3를 공동구매했다. 중국산 전자제품은 처음이다. "그전에 삼성갤럭시 노트2를 썼는데 데이터 전송 속도에 불만이 많았어요. 그런데 샤오미폰은 처리 속도가 아주 빨라서 답답한 게 없어졌어요. 그게 가장 만족스럽죠. 디자인도 깔끔하고 가벼워요. 중2 딸아이가 써보더니 자기 휴대전화와 바꾸고 싶다 하더라고요." 김씨의 샤오미폰 공동구매 가격은 35만원. 가격은 동급 국산 휴대전화의 절반도 안 되는데 품질은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게 샤오미폰 사용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중국산 스마트폰의 돌풍이 거세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거대 시장에서 경쟁력을 검증받은 제품들이 세계시장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화웨이·ZTE·레노버 등 선발 업체뿐 아니라 샤오미·비보·오포 등 2세대 제조사들의 성장도 눈부시다. 특히 '중국의 애플'로 불리는 샤오미폰의 성장세는 무섭다. 2014년 2분기 중국에선 '샤오미 쇼크'가 있었다. 애초 소프트웨어 업체로 출발한 샤오미가 휴대전화를 만들기 시작한 지 4년 만에 중국 시장에서 1499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점유율 14%로 1위에 올라선 것. 한때 중국 내 점유율 22%까지 기록했던 1위 업체 삼성전자는 2위(1323만대, 점유율 12%)로 내려앉았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중국 시장 1위를 재탈환하기는커녕 2위 자리도 위협받고 있다는 것. 3~5위를 차지한 레노버, 위룽,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이 점유율 1%포인트 이내 격차로 삼성전자를 바짝 따라붙고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악화는 일시적 현상일 뿐 3분기에 갤럭시 탭S와 노트4 등 프리미엄급 신제품을 앞세워 시장 주도권을 회복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금 같은 추세라면 이런 바람이 실현될지 의문이다.

이런 현상은 중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중저가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일본 시장조사기관인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 대수는 10억8821만대다. 이 중 단말기 가격 400달러 이상 고가폰이 4억4400만대(40.8%), 200~399달러 중가폰이 3억7500만대(34.5%), 200달러 미만 저가폰이 2억6900만대(24.7%)였다. 2011년 이후 가격대별 점유율 추이를 보면 저가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표 참조).

전세계 스마트폰 59.2%가 중저가폰

이에 따라 세계 스마트폰 평균 판매 가격은 2013년 1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30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지금은 200달러 안팎까지 떨어졌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스틱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올 1분기 휴대전화 평균 판매가는 각각 222달러(약 23만원)와 158달러(약 16만원)였다. 2012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스마트폰 평균 가격도 366달러(약 37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2년 우리나라 스마트폰의 국내 가격은 평균 643달러(약 66만원)였다. 세계시장의 주력 제품이 이미 중저가폰으로 이동했는데도 국내만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상황이다.

세계 중저가폰 시장은 단연 중국이 주도한다. 화웨이는 최근 4G 스마트폰 최신 모델인 '어센드 메이트 2'를 299달러(약 31만원)에 내놨다. 20~30대 젊은 층의 인기를 끌고 있는 샤오미의 저가 모델 레드미(Redmi) 시리즈는 100달러 안팎이다. 중국 3위 업체인 ZTE도 파이어폭스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 '오픈C'를 나라별로 70~90달러에 판매 중이다. 대만의 아수스(ASUS)는 지난 4월 젠폰(ZenFone) 시리즈 중 4인치 화면의 젠폰4를 99달러(약 10만원)에 출시했다.

중국만 저가폰을 만드는 건 아니다. 지난 6월 구글은 신흥시장을 겨냥한 저가 스마트폰 플랫폼 '안드로이드 원'을 발표했다. 구글은 단말기 생산을 제조사에 맡기되 구글이 이를 인증하는 방식으로 품질을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4.5인치 화면에 FM라디오, 듀얼 심 슬롯을 갖춘 구글 모델의 판매가는 100달러 이하로 책정될 예정이다. 핀란드의 상징이던 노키아를 인수한 MS도 최근 '윈도'를 운영체제로 사용하는 115달러짜리 스마트폰 '루미아530'을 출시해 신흥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인도 휴대전화 업체인 마이크로맥스는 스마트폰 '캔버스' 시리즈의 일부 모델 가격을 불과 60~80달러(6만~8만원)로 낮췄다. 이같은 초저가폰으로 국내시장 점유율을 20%대까지 끌어올리고, 내친김에 세계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시장도 중저가 스마트폰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섰다. 국산 스마트폰이 품질에 압도적 우위를 지닌 것도 아닌데다 가격경쟁력에서 중저가폰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국산 휴대전화는 전반적으로 단말기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고 통신요금도 여전히 부담스럽다. 이용구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통신협) 상임이사는 "샤오미의 Mi3폰에 이어 최신 모델 Mi4의 공동구매를 곧 진행할 예정"이라며 "국내 휴대전화 시장에서 더 이상 애국심 마케팅은 먹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소비자의 분노가 폭발한 거죠. 특히 중국산 휴대전화의 품질이 국산과 별 차이가 없는데다 샤오미폰은 브랜드만 중국산일 뿐 대만에서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됩니다."

10월부터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되면 국내 휴대전화 시장이 더욱 빠른 속도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금까지 값비싼 출고가에 많은 보조금 지급으로 소비자를 붙잡아온 휴대전화 판매행태에 제동이 걸리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단말기유통법은 △휴대전화 기종에 따른 보조금 차별 금지와 공시 의무화 △단말기 보조금 대신 통신요금을 할인받는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 두가지를 뼈대로 한다. 이동통신사 보조금과 단말기 제조사 보조금을 분리해 공시하고, 보조금 지급 한도도 25만~35만원으로 제한했다. 단말기 보조금이 줄면 소비자 판매가는 그만큼 비싸질 가능성이 크다. 같은 품질에 값이 싼 중저가폰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보조금 없는 중저가폰을 쓸 경우 소비자는 이동통신사의 약정에서도 자유로워진다.

LG경제연구소는 최근 '중국의 신생 스마트폰 기업들이 위협적인 이유'라는 보고서에서 "샤오미·오포·비보 등 중국 2세대 스마트폰 업체들이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신흥시장으로 뻗어나가고 있으며 이들 기업이 가져올 스마트폰 시장의 변화는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이들 기업의 성장전략을 '세그멘테이션 마케팅'이란 열쇳말로 분석했다. 스마트폰 시장을 카메라·오디오·여성·젊은이 등으로 세분화하고 목표 고객을 명확히 하는 맞춤화 전략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단말기유통법, 중저가폰 확산 계기

중국 휴대전화 업체의 마케팅 방식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샤오미는 자사 스마트폰을 온라인에서만 한정 수량을 판매해 소비자의 호기심과 구매 경쟁을 이끌어낸다. 이른바 '헝거 마케팅'(Hunger Marketing)이다. 최근 샤오미가 인도에 출시한 Mi3는 2초 만에 1만5천대가 모두 팔려나가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런데도 국내 휴대전화 매장에선 외국산 저가폰을 찾아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프리미엄급 제품인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서 유통되는 사실상의 유일한 수입폰이다. 국내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해외 저가폰 수입에는 '적합인증'이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휴대전화는 전파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제품 설계도와 부품 사양 등 민감한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그래서 일부에선 이미 세계에서 널리 쓰이는 제품의 전파 인증을 거듭 요구할 이유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소비자가 느끼는 트렌드 변화의 온도는 뜨겁다. 이용구 통신협 상임이사는 "국내 이통사들의 휴대전화 유통 독점 구조가 깨지지 않으면 몇년 안에 샤오미 등 중국 업체에 내수시장의 상당 부분을 빼앗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통사의 보조금 약정에 묶이지 않는 자급제 휴대전화, 별정통신사를 이용하는 저가 알뜰폰의 확산이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을 것이란 이야기다. 휴대전화를 바꿀 때가 됐다는 서울의 40대 직장인 최아무개씨는 "올 하반기에 출시될 애플 아이폰6와 샤오미 Mi4에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이통사·휴대전화제조사·판매업계는 수입폰 공세, 단말기유통법, 소비자 인식 변화 등이 국내 휴대전화의 유통시장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세계 1위 메이커인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약진에 공식적으로 반응하고 있지 않지만 은근히 신경 쓰는 눈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8월15일 중국 광둥성 후이저우와 둥관의 스마트폰 공장을 찾아 생산 현황을 둘러봤다. 이 부회장은 후춘화 광둥성 당서기 등 고위 관리들과도 투자 및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몇년 새 글로벌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삼성 스마트폰도 신흥국 시장에선 중저가 보급폰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급부터 저가폰까지 라인업을 다양하게 운용한다는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자급제 휴대전화가 대중화하려면 국산 스마트폰 출고가가 내려가고 소비자가 공단말기를 구할 수 있는 유통경로가 많아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그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당장 시장 판도가 급변할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그는 다만 "이통사도 어떤 단말기를 파느냐에 따라 매출과 시장점유율이 달라지므로 외국 스마트폰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동구에서 휴대전화 판매점을 운영하는 이종천씨는 "단말기 제조업체가 거품 가격으로 시장을 지배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우리나라에선 출고가 60만원이면 중저가폰으로 분류되는데, 프리미엄폰 가격을 그 수준으로 낮춰도 제조사들은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동통신유통협회 간사이기도 한 이씨는 "단말기 가격이 낮아지지 않으면 (통신요금이 싼) 알뜰폰 소비가 늘어도 소비자와 판매업자들은 실익이 없다"며 "아직까진 국내에서 '중저가폰 시장'이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공단말기 유통경로가 관건

이통사들은 단말기유통법 시행을 앞두고 고객 붙잡기에 마지막까지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6월9일엔 SKT, LG유플러스 등이 출고가 90만원대의 최신 스마트폰을 공짜폰으로 대량 방출하는 '6·9 보조금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종천 간사는 "이후 소비자들이 또 다른 '공짜폰'을 기대하는 바람에 휴대전화 매장엔 발길이 뚝 끊겼다"며 "단말기유통법 시행으로 이런 파행이 사라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위 업체인 중국 화웨이는 현재 LG유플러스의 LTE 통신망에서 자사의 최신 스마트폰 '아너6'의 망 적합성 테스트를 하고 있다. 시장에선 화웨이가 자사의 스마트폰을 한국 시장에 출시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선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스마트폰의 국내 유통업체로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LG유플러스 기지국에서 주파수 신호를 잡는 장비의 일부에 화웨이 제품을 쓰고 있다. 화웨이가 그 장비의 성능 테스트를 자사 스마트폰으로 하는 것일 뿐 LG유플러스가 중국산 단말기를 국내에 출시하는 방안은 전혀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말기유통법 시행으로 수입산 저가 스마트폰 유통이 늘 수는 있다"며 "국내 이통사들은 보조금이 아니더라도 통신요금 할인, 단말기값 인하, 보상기변 등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여러 방법을 강구하고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일준 부편집장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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