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이대론 안된다>歲費 10년간 51% '셀프 증액'.. 美·英보다 2배이상 올려

이화종기자 2014. 8. 2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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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하는 일 없이 돈은 꼬박꼬박 <끝>

한국의 국회는 대부분의 주요 선진국과는 달리 의원들의 세비(歲費)를 '셀프 증액'한다. 의원들은 지난 10년간 자신들의 세비를 51% 올렸다. 같은 기간에 미국 하원의원과 영국 하원의원의 세비는 각각 20%, 27% 상승했다. 물가상승률이나 각 국가의 개별적인 경제상황을 따져봐야 하지만 두 배가량 되는 한국 의원들의 세비 증액 폭이 영·미 등 다른 국가들보다 '과도'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세비 상승률이 사실상 법률에 의해 통제되지 않을 뿐 아니라 증가 내역이 비공개되는 시스템상의 허점은 더욱 큰 문제로 지적된다.

29일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에 따르면 한국 의원의 세비(연봉)는 지난 2001년 7913만7660원이었지만 2011년 1억1968만5200원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에 미국 하원의원의 연봉은 14만5100달러(약 1억4743만6110원)에서 17만4000달러(약 1억7680만1400원)로, 영국 하원의원 연봉은 5만1822파운드(약 8734만9090원)에서 6만5738파운드(약 1억1080만5343원)로 올라 상승 폭이 한국보다 작았다.

의원 급여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단순한 상승 수치보다는 결정 방식에 있다. 국가별로 의원 세비의 결정 방식은 ▲자동조정방식 ▲외부기관 권고 ▲국회 단독결정 등 3가지로 나뉜다. 자동조정방식은 공무원의 급여나 물가 상승률에 의해 의원 세비가 자동 연동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미국·프랑스가 이에 해당한다. 외부기관 권고는 말 그대로 법에서 지정한 외부기구에서 세비를 결정(영국·캐나다)하거나, 외부 권고를 통해 의회에서 결정(호주·이탈리아)하는 방식을 말한다. 한국과 독일이 채택하고 있는 자동조정방식은 국회가 독자적으로 법률에 의해 급여액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에도 자의적인 급여 상승을 막기 위해 법률에 의한 통제가 이뤄져야 하는데 한국은 그 안전장치마저도 허술한 상황이다.

현재 한국 의원들의 세비 종류와 내용은 '국회법'과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돼 있다. '의원은 따로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수당과 여비를 받는다'(국회법 제30조), '국회의원의 입법기초자료의 수집·연구 등 입법활동을 위하여 120만 원의 입법활동비를 매월 지급하며, 입법활동비 조정은 이 법이 개정될 때까지 국회 규칙으로 정할 수 있다'(국회의원 수당법 제6조) 등의 조항이 이에 해당한다.

한국 국회에서는 의원 급여를 법률 이외에 국회 규칙에 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개된 장소에서 논의해야 하는 법안 개정 대신 비공개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규칙 개정을 통해 보다 자유롭게 세비를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국회의원 수당법'이 제정된 1981년 당시 의원 급여 등은 이 법 외에 다른 법률이나 규칙으로 규정할 수 없고, 급여 인상을 위한 법 개정은 개정 당시의 국회의원 임기 중에는 효력이 없도록 했다. 그러나 1984년에 의원 급여를 국회 규칙을 통해 올릴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했고, 1988년에는 '급여 인상을 위한 법 개정은 개정 당시의 국회의원 임기 중에는 효력이 없다'는 조항을 삭제해 의원들이 임기 중에 자신들의 급여를 올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세비를 국회 규칙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 이후 의원들의 급여는 법률에 규정된 액수에 비해 최소 160%에서 최고 540%까지 높아졌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 수당법'에 의하면 의원의 일반수당은 월 101만4000원이지만 실제 수령액은 646만4000원에 이른다. 입법활동비도 법률에는 120만 원으로 규정돼 있지만 국회 규칙에 따라 실제 수령액은 313만6000원으로 높아졌다. 의원들은 자신들의 급여액을 '국회의원 수당 등 지급에 관한 규정'에 담고, 그 구체적인 내용은 보통 비공개로 한다. 이후 국회는 운영위원회에서 의원 급여 인상 예산안을 마련해 통과시키고 예결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재원을 마련한다.

선진국의 예를 보면 의원들의 급여 수준이나 인상폭을 의회에서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의회가 최종결정권을 가진 경우에도 법이나 외부기구의 권고안을 수용한다. 심지어 국회에서 외부기구의 권고 인상폭보다 실제 인상률을 낮추는 경우도 있다. 영국은 '의회규범법' 등에 의해 의회규범기구가 의원 급여와 연금액을 결정하고, 의원들의 경비지출내역을 심사한 뒤 내용을 외부에 공개한다. 미국은 윤리개혁법에 급여 조정률을 규정하고 있다.

한국 국회는 외부기구는 물론이고 법률에 의해서도 사실상 통제를 받지 않으며 비공개를 원칙으로 해 견제장치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도 법치주의에 어긋나는 세비 결정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의원들이 자신의 급여와 수당, 연금 등을 스스로 결정하지 않는 것이 국제 기준"이라며 "의원들이 자신의 급여를 결정하더라도 법률에 의해 의원이기주의를 견제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관계자는 "세비는 예산당국의 심의를 거쳐 확정되기 때문에 국회에서 단독으로 결정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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