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마지막 10년] [2부·2] 아프고, 돈없고, 외롭고.. 三重苦 굴레 속의 老年

김수혜 기자 2014. 9. 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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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폐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 이영숙(가명·62)씨는 사실 암 말고 무릎 걱정을 더 하면서 살았다. 병원비 아끼려고 관절염 약을 1년 반쯤 끊었다. 그래서 자꾸 무릎이 시큰거리나 했다. 암 검진받고 보니 무릎 아픈 게 관절염이 아니라 암세포 때문이었다. 의사가 안타까워했다. "폐에서 시작된 암이 무릎뼈까지 번졌어요. 왜 이렇게 참으셨어요?"

암 투병에 들어간 뒤에도 이씨는 암 말고 다른 걱정이 더 컸다. "돈이죠." 이씨는 큰 병원에 못 가고 남양주시 노인병원에 누웠다. 같은 병원 다른 병실에 이씨의 시어머니(90)도 노환으로 누워 있다. 이씨는 두 사람 병원비를 신용카드로 돌려막았다. "아들(33)·딸(32)은 서울에서 각자 작은 회사에 다녀요. 자기 앞가림도 버겁죠. 오히려 제가 애들 결혼할 때 한 푼이라도 보태야 해요."

이씨의 얘기는 아프고 외롭고 돈 없는 '마지막 10년'의 삼중고를 보여준다. 세 가지 현상이 따로따로 벌어지는 게 아니라 아프니까 외롭고, 돈 없어서 병 키우는 식으로 물고 물린다. 핵심은 결국 건강이다.

취재팀이 고려대 박유성 교수팀에 의뢰해 한국인 100만 명의 의료 기록을 분석한 결과 주요 질환 유병률이 빠르게 상승했다. 고혈압·당뇨·관절 관련 질병이 두드러졌다. 2002년의 경우 60세 이상 한국 남성 네 명 중 한 명이 고혈압을 앓았다. 2010년엔 이 수치가 두 명 중 한 명이 됐다(27.2%→48.0%). 당뇨를 앓는 60세 이상 한국 남성도 2002년 일곱 명 중 한 명이었다. 2010년엔 이 수치가 네 명 중 한 명이 됐다(14.8%→25.6%). 여성은 관절 문제가 심각했다. 2002년에도 60세 이상 한국 여성 열 명 중 여섯 명이 관절 관련 질병을 앓았는데, 2010년엔 이 수치가 열 명 중 일곱 명으로 더욱 뛰었다(57.6%→72.1%).

이에 따라 이 기간 60세 이상 한국인이 한 해 쓰는 의료비는 건강보험 혜택과 본인 부담금을 합산해 총 세 배 가까이 상승했다(1인당 55만5000원→167만8000원). 그중 절반 정도가 고혈압·당뇨·관절 관련 질병 등 세 가지에 들어간 액수였다(31만2000원→74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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