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자본주의, 불평등.. '논란의 경제학자' 피케티, 한국 온다

임아영 기자 2014. 9. 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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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 한국어판 출간 맞춰 18일 방한.. 경제 토론·강연 가져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의 한국어판이 오는 11일 출간된다.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나온 번역본이다. 도서출판 글항아리에 따르면 1일 현재 접수된 예약 판매 신청만 3000건이 넘었다. 장경덕씨 등이 번역하고 이강국 리츠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가 감수를 맡았으며 이정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가 해제를 썼다.

이 책은 올해 초 미국에서 영어판이 출간된 뒤 50만부 이상이 팔리면서 '피케티 현상' '록스타 경제학자'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정우 교수는 해제에서 이 책의 장점으로 경제학 저술이면서도 복잡한 수식 대신 19세기 소설을 인용하는 등 인문적 소양이 담긴 점을 꼽았다.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는 300여년에 걸친 통계 자료 분석을 토대로 부가 노동보다 자본에 더 많이 돌아가는 구조가 불평등을 낳는 원인임을 밝혀내고 현재의 자본주의를 '21세기 세습자본주의'라고 규정했다.

한국어판 출간을 맞아 피케티 교수는 18일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할 예정이다. 이번 방한 일정에는 국내외 경제전문가들과의 토론, 기자회견, 대중강연 등이 포함돼 있다. '불평등'을 이슈로 다룬 이 책이 한국 사회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이정우 교수는 "피케티를 둘러싼 시시비비는 하도 다양해서 이런 논쟁을 정리하기만 해도 책이 한 권 나올 정도"라며 "폴 크루그먼 같은 진보적인 경제학자는 피케티를 아주 높이 평가하는 반면, 현재 세계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교과서 <경제학원론>의 저자인 그레고리 맨큐 같은 보수적인 경제학자는 피케티를 혹평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학계에서도 영어판 출간 이후 <21세기 자본>에 관한 다양한 소모임이 생길 정도로 호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은 "주류경제학(신고전파)의 틀에 갇혔다"며 책을 혹평하기도 했다. 감수자인 이강국 교수는 한 칼럼에서 "모든 자산을 포함하는 피케티의 자본 개념은 이윤을 낳는 사회적 관계로 자본을 파악한 마르크스의 눈으로 보면 몰역사적이고 물신적"이라며 "한계생산성 하락으로 무한대의 자본 축적이 파국을 맞을 것이라는 피케티의 마르크스 해석은 상당한 오독에 기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또 "피케티의 인기로 불평등에 대한 급진적인 비판과 계급투쟁이 체제 내에서 순화되고 다른 진보적 대안들이 논의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좌파들은 우려한다"며 "하지만 대부분 피케티의 논지에 대한 근본적 비판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류동민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마르크스주의 연구' 가을호에서 "피케티와 신고전학파보다는 피케티와 마르크스 사이의 거리가 훨씬 더 가깝다"면서 "마르크스 이론과 피케티의 이론이 양립불가능하지 않으며 오히려 상호보완적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류 교수는 "다만 피케티는 신고전학파적 생산함수의 틀 안에서 주어진 자료를 설명함으로써 주류경제학적 틀을 포기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책을 둘러싼 논쟁은 관련 책들의 출간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항아리는 <21세기 자본>과 관련한 세계적 논쟁들을 소개하는 <피케티 패닉>을 이달 말 출간할 예정이다. 피케티가 공저자로 참여한 <불평등의 경제학> 한국어판도 이달 중으로 나온다. 김공회 당인리 대안정책발전소 연구위원 등 국내 소장연구자들이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의 관점에서 <21세기 자본>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책도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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