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맞나?' 모욕..국방헬프콜의 '한계'

2014. 8. 2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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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방부는 구타와 가혹행위, 성폭력 같은 각종 군 범죄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는 국방헬프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태를 들여다보면 말처럼 상담 처리가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어려운 한계점이 눈에 띕니다.

최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현역 병사의 아내인 A 씨는 지난해 6월, 임신 중에 심각한 혈전증을 앓게 됐습니다.

아기와 산모 모두 위험할 수 있다는 병원 경고에 A 씨는 급히 남편의 부대에 외출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어찌 된 일인지 남편은 직속상관인 중대장을 대동하고 외출을 나왔습니다.

실제 임신한 게 맞는지, 혼자 걷기 어려운지 직접 눈으로 봐야겠다며, 중대장이 집으로 찾아온 겁니다.

[인터뷰:A 씨]

"내려갔는데 저를 보더니 올라가시면 됩니다. 그러더라고요. 중대장이 할 말 있다고 잠깐 보자고 그런다고 다시 내려갔거든요. 갔는데 그냥 또 올라가라고. 두 번."

몇 개월 뒤, 남편은 아내의 출산을 함께할 수 있게 배려해 달라며 휴가 연장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중대장은 휴가를 줬으면 수술을 해서라도 출산을 하게 했어야 하지 않느냐며 어김없이 폭언을 내뱉었습니다.

속앓이를 하던 A 씨 부부는 최근 군 폭력사건을 접하곤 이런 사정을 1303 국방헬프콜에 털어놨습니다.

한 번에 고충 처리를 해주겠다는 홍보 내용을 믿었지만, 실상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인터뷰:국방헬프콜 상담원]

"몰라서 못 해 드리는 거에요. 징계나 형사처벌 절차 및 인권침해 관련 문의는 육본 법무실 번호를 제가 알려드릴게요."

병사의 아내가 겪은 정신적인 피해는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까지 돌아왔습니다.

[인터뷰:국방헬프콜 상담원]

"피해상담은 잘 모르겠는데, 와이프에 대한 피해상담은? 상식적으로 군에서 피해상담을 해주는 사람은 없잖아요?"

군헬프콜의 상담 체계 속에서 A 씨 부부 같은 신고자가 도움을 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심리 상담에 초점을 맞춘 생명의 전화와 처벌이나 조사를 담당하는 헌병대 신고가 분리돼 있기 때문입니다.

익명으로 상담을 받아도, 조사나 처벌은 헌병대에 실명 신고해야만 이뤄집니다.

가혹행위를 목격하더라도, 신고자 입장에서는 신분이 노출돼 불이익이 있을까 부담스러운 절차입니다.

게다가 전문상담 인력이 낮에는 2명, 밤에는 1명뿐이라 깊이있는 상담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국방부가 적발한 각종 가혹행위와 폭행은 육군에서만 3,900여 건이나 되지만, 군헬프콜에 같은 내용으로 접수된 신고는 130여 건뿐.

절박한 심정에 비밀스레 도움을 받으려는 병사가 마음놓고 전화 하기에 국방 헬프콜은 아직 너무 멀어 보입니다.

YTN 최원석[choiws888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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