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무기한 휴전을 합의한 지 하루 만인 27일(현지시간) 제각기 '승리'를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오후 국영TV 기자회견에서 "하마스는 큰 타격을 입었으며 휴전 협상에서도 요구한 바를 전혀 얻지 못했다"며 "하마스는 이번 같은 패배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도 이날 성명에서 "팔레스타인이 시오니스트(유대 민족주의자) 테러의 포화에도 꿋꿋하게 맞서 저항한 덕에 전쟁이 끝나기 전 군사적 승리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하마스 대원들은 기관총, 박격포탄, 로켓포, 대전차 미사일을 든 채 환호했고 주민들은 대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러나 장기간 이어진 충돌로 서로가 입은 상처도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무장해제라는 애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휴전에 덜컥 합의해 버렸다는 내부 비판에 직면했다. 이스라엘 최대 일간 예디오트 아흐로노트는 "테러리스트들이 수십명의 군인과 민간인을 죽이고 평범한 일상을 파괴했던 50일이 지난 뒤 우리는 휴전선언 이상의 것을 기대했다"며 총리 사퇴론을 제기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막강한 군사력을 상대로 끈질긴 저항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고 있지만 휴전 이후 행보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가자지구 알아자르 대학의 므카이마르 아부사다 교수는 "가자 재건이 장기화된다면 하마스의 인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말했다.

가디언은 구호물품과 건설자재의 가자지구 반입이 재개됐지만 피해복구에 수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15만명이 5일간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실은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차량이 이날 가자지구에 들어왔다. WFP의 가자지구 지원은 이스라엘의 봉쇄가 시작된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