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일본경제 따라잡기..마지막 완성은 '中企'

박일경 2014. 8. 28. 17: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韓-日 대기업 격차 거의 사라져..日 넘어선 韓대기업
韓日간 경제규모 차이 4배..日, 세계 1등 품목도 4배
韓-日 간격, 中企에서 와..'강소기업' 10년 대계 첫 삽

경영성과는 지난해 기준, 환율은 2013년 평균환율인 1달러당 101.517엔과 1095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자료=한중일 경제삼국지(안현호·2013년), 수치는 개별회사 홈페이지 Annual Report 참고

한국과 일본의 산업별 주요 대기업 간에 차이가 거의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세기 넘게 지속된 우리나라의 치열한 '일본경제 따라잡기'도 마지막 단계에 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 집중도가 유난히 높은 한국경제의 특수성 때문에 강한 중소기업이 많은 일본을 다 잡았다고 보기에는 아직까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정부와 재계, 경제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국내 전기·전자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2조880억5000만달러(원화 약 228조6921억원)로,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회사인 파나소닉 매출액 7620억3000만달러(엔화 7조7370억엔)보다 3배 가까이 크다.

특히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3350억9000만달러(36조7850억원)로 파나소닉 영업이익 300억달러(3050억엔)를 무려 10배 이상 초과하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삼성전자는 16.1%, 파나소닉은 3.9%를 각각 기록해 이익률 측면에서도 삼성전자가 파나소닉을 4배 이상 앞지르고 있다.

일본의 전기전자업계 순위 1위인 파나소닉과 소니, 도시바, 히타치 등 내놓으라는 일본의 10대 전자회사를 모두 합쳐도 삼성전자 한 회사의 영업이익을 당해내지 못한다. 한국은 삼성과 LG전자를 내세워 전자왕국 일본을 누르고 신흥 전자강국으로 부상했다.

철강산업에서도 포스코는 신일철주금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지난해 포스코는 매출액 5640억9000만달러(61조8647억원)와 영업이익 270억3000만달러(3조원)를 각각 달성했다. 이 기간 신일철주금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430억3000만달러(5조5162억엔), 290억3000만달러(2984억엔)로 포스코 실적과 비슷하다.

영업이익률 역시 포스코는 4.8%, 신일철주금은 5.4%로 별반 차이가 없다. 자동차분야의 경우에도 현대자동차(9.5%)가 도요타 자동차(6.0%)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3.5%포인트 더 높다.

한국과 일본 양국 간 중공업 분야를 견줘 봐도 현대중공업 매출액은 4940억8000만달러(54조1881억원)로, 미쓰비시중공업 매출액 3280억8000만달러(3조3491억엔)를 한참 넘어섰다.

자동차부품 시장 세계 8위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현대모비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120억3000만달러(34조1986억원), 260억7000만달러(2조9244억원)에 이른다.

일본 1위이자 세계 2위의 자동차부품회사인 덴소의 매출액은 4030억4000만달러(4조959억엔)이고 영업이익은 370억2000만달러(3780억엔)인데, 현재 현대모비스는 덴소를 맹추격하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현대모비스가 8.5%, 덴소는 9.2%로 두 회사 간 간극이 좁혀지고 있다.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이처럼 한일 양국 간 대기업 격차는 우위를 가리기 힘들어졌지만, 한국과 일본경제가 대등해진 것은 아니다.

톰슨앤드로이트가 선정한 '2013년 세계 100대 혁신기업'에 일본기업은 도요타와 파나소닉, 히타치, 소니, 후지츠, 미쓰비시중공업 등 28개사나 자리를 잡았으나, 한국기업은 삼성전자와 LG전자, LS산전 등 3개사에 불과했다.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도 최근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10년 일본 251개, 한국 71개로 일본이 한국의 3.54배 더 많은 실정이다.

2011년에도 일본 229개, 한국 61개로 3.75배였고 2012년 역시 일본 231개, 한국 64개로 3.61배에 달해 좀처럼 4배에 육박하는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국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한일 제조업 세계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1년 한국이 3.4%, 일본이 5.0%라는 비중을 각각 보여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이 일본에 비해 1.6%포인트 낮다.

이런 차이는 중소기업에서 왔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점유율은 대기업이 대부분 성취한 것임에 반해 일본의 경우 부품 및 소재산업을 중심으로 강한 중소기업들이 많아 한국기업과의 글로벌 경쟁에서 밀린 일본 대기업의 부진을 상당부분 강소기업들이 메웠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 100대 자동차부품업체에는 ▲덴소(Denso) 2위 ▲아이신(Aisin) 5위 ▲야자키(Yazaki) 10위 ▲스미토모(Sumitomo Electric) 16위 ▲토요바 보쇼쿠(Toyoba Boshoku) 17위 등 일본 회사가 29개사나 된다.

한국은 현대모비스(8위), 현대위아(38위), 만도(46위), 현대파워텍(70위), 현대다이모스(90위) 등 5개사에 그친다. 그나마도 현대차와 기아차의 '일감 몰아주기'로 큰 회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소기업이 지나치게 허약한 우리경제의 기초체력을 키우기 위해 '강소기업' 육성을 위한 10년 목표 계획에 착수한 상태다.

최근 들어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1년 가까이 지속된 원화 강세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수출 중소기업의 환율 리스크마저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중소기업은 한국 전체 기업 수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고용도 90% 넘게 책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내수활성화 대책에도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 중소기업의 부진이 외수 침체를 야기해 한국경제가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본과의 수출 경합제품이 많은 우리로서는 기타 통화 대비 원화 환율 하락보다 원·엔 환율이 수출 경기에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관측된다.

원·엔 환율이 올해 연평균 950원까지 하락할 경우 국내 총수출은 전년 대비 9.1% 감소한다는 게 현대경제연구원의 추산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경우 논란이 크지만 정책금리 인상 시점 등 긴축기조로의 선회를 고민하고 있음은 달러화 강세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어 "실제로 엔화의 투기적 거래를 보면 최근 순매도 규모가 확대되는 등 엔화의 추가 약세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며 "국내 수출 경기가 환율 리스크 사정권에 재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이종 통화 환율 리스크를 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강소기업' 육성을 위한 10년 대계(大計)의 첫 삽을 뜬 만큼 환율 리스크에 휘청거리는 중소기업들이 아베노믹스를 등에 업은 일본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고비를 잘 넘길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연초부터 불어 닥친 엔저 공포가 한창이던 올해 1월21일 10년 시한의 '중견기업 성장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이하 중견기업 특별법)이 제정돼 지난달 22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사실 '중견기업'이라는 개념이 나온 지도 얼마 안 됐다. 기존에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두 가지로만 구분하다가 지난 2010년 '중견기업'이란 용어가 마련됐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이 아니면서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기업으로, 중소기업기본법상 3년 평균 매출이 1500억원 이상이지만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군'(대기업 집단)에 속하지 않는 회사를 말한다.

그러나 중소기업기본법에서 상시근로자수가 1000명 이상인 기업과 자산 총액이 5000억원을 넘은 기업을 중소기업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중소기업 상한기준을 두면서 그동안 문제가 계속돼 왔다.

중소기업은 세제혜택 등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는 데 반해 중소기업을 벗어나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면 이 같은 각종 혜택이 일절 중단돼 무방비 상태로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도태되는 등 경영상 애로를 이유로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것을 오히려 기피했던 것.

정부는 중견기업을 대기업과 동등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으로 키워 국가 경제체질을 탄탄히 하기 위해 재계의 건의를 받아들여 중견기업 특별법을 만들었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최근 일본 기업들이 다시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으며 조선 등 주력산업에서도 우리를 추월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일본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업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정부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에 전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