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군, 윤 일병 유족-목격자 만남 방해"
목격자 진술 확보…"목격자 2명 더 있었는데 수사 안 해"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군 당국이 선임병들의 폭행으로 사망한 윤모 일병의 유족과 폭행사건 목격자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27일 오후 영등포구 센터 사무실에서 긴급브리핑을 열어 윤 일병 사망사건의 목격자인 김모 일병을 직접 만나서 들은 내용을 공개했다.
김 일병은 윤 일병이 의무대로 배치받아 오기 전부터 천식 증세로 의무대에 입실해 있던 환자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김 일병과 그의 아버지는 지난 4월 11일 윤 일병의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는지 28사단 병영생활상담관에게 문의하는 등 수차례 윤 일병의 유가족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지난달 13일 3군사령부 검찰부 간부 3명이 수사를 위해 김 일병을 찾아왔을 때도 김 일병의 아버지는 윤 일병 유족의 동행을 요청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유족에게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유족이 김 일병을 만나게 해달라고 하자 "김 일병이 원치 않는다"며 거부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27일 윤 일병 사건 2차 공판에 김 일병이 불출석한 경위를 두고도 군 당국과 김 일병 측 설명에 차이가 있었다.
국방부는 지난 8월 11일 브리핑에서 "군 검찰이 김 일병을 출석시키려 노력했지만 이미 천식으로 전역한 상태였고 김 일병의 부모가 출석을 거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김 일병은 6월 12일 군으로부터 한차례 전화를 받았고, 당시 공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혀 듣지 못한 김 일병의 아버지가 (아들의) 건강이 상당히 좋지 않아 지금은 출석이 어렵다고 답한 뒤에는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임 소장은 전했다.
임 소장은 "김 일병 아버지는 군 당국의 비협조로 유족과 연결이 닿지 못하자 군인권센터를 찾아가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던 참"이라면서 "그런데 국방부의 브리핑 때문에 사회적 지탄을 받고 신상털이까지 당해 고통받는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당시 의무대에는 윤 일병 사망 당일에는 없었어도 오랫동안 입실해 폭행 정황을 잘 아는 병사가 2명 더 있었지만 군 당국의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임 소장은 "초동수사부터 검찰부 수사까지 제대로 조사가 이뤄졌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일병의 진술로 윤 일병이 병원으로 실려가기 직전 정황 역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임 소장은 "윤 일병이 사망 당일 오전 과호흡증후군을 보였고 의식을 잃기 직전 눈이 반쯤 감기고 눈동자가 돌아가 흰자가 보였다"며 "그런데도 가해자들은 윤 병장의 복부와 가슴을 세게 가격했다"고 설명했다.
윤 일병 측 법률 대리인인 정연순 변호사는 "가해자들이 피해자의 비정상적인 신체 상태를 알고 있고 자신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이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던 만큼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브리핑에는 윤 일병의 둘째 누나가 참석해 김 일병이 윤 일병에게 보낸 편지를 낭독했다.
편지에서 김 일병은 "적극적으로 막지 못한 죄송함을 표현하려 (윤 일병) 부모님과의 만남을 수차례 원했지만 여의치 않았다"며 "힘든 고통 속에서도 환자인 내게 베풀었던 의무병 본연의 모습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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