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추기경 "세월호 아픔 이용해선 안돼"

유민환기자 2014. 8. 2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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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이들에 초점맞춰야 한다는 뜻"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염 추기경은 26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 해법을 묻는 질문에 "아픔을 해결할 때 누가 그 아픔을 이용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세월호 참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냐'고 묻자 "그런 사람들이 있다 없다는 말이 아니라 그런 데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수님도 난처한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정치적 얘기는 안 하시고 '하느님 것은 하느님에게,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라고 말씀하셨을 뿐"이라며 "정치적 논리에는 빠져들지 않고 싶다"고 덧붙였다.   염 추기경은 "진심이 서로 통하고 가족들도 이해받고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 교황님께서 그렇게 해 주셨는데 (현재 나타나는) 구체적 행위는 서로 다른 거같아 안타깝다. 가족들이 생각하는 대로 이뤄지면 좋겠지만 어느 선에서는 양보해야 서로 뜻이 합쳐진다"고 말했다. 지난 14∼18일 방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추모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염 추기경은 세월호 문제를 얘기하며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죽은 성녀 에디트 슈타인(1891∼1942)에 관한 책 내용을 언급했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어갈 때 하느님은 어디 있었느냐고 하자 작가는 '하느님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 제일 먼저 죽어서 연기와 함께 올라가셨다'고 했다. 사람들은 과연 어디 있었을까? 세월호 문제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문제이다"며 "누구 하나 책임자로 몰아서 희생시켜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세월호는 경쟁 속에서 나만 잘살면 되고 돈만 최고라는 의식의 총체적 결과였다"며 "누구 때문에 안 되고 그런 게 아니라 우리가 새로워져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세월호 사태에 관해 중재에 나설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염 추기경은 "가족들과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염 추기경은 이날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있었다. 이에 앞서 염 추기경은 지난 22일 광화문 광장에서 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며 농성 중인 세월호 유족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유족들은 염 추기경에게 여야 대표와의 대화를 주선해 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일정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을 묻자 "남북 관계를 말씀하실 때 한 가족, 하나가 되는 게 중요하다는 부분이 가슴 깊이 와 닿아 눈물이 나고 마음이 찡했다"고 전했다. 염 추기경은 "교황께서는 이론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삶 속에서 깊이 기도하고 말씀하신다"며 "살아 있는 믿음을 갖고 부활하신 예수를 만나고 사람을 대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황 방한이 남긴 교훈에 관해선 "진심으로 복음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안의 좋은 것, 하느님이 만든 본연의 모습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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