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1]알리페이·페이팔 전자지갑 대전 규제 많은 한국 이제 걸음마단계

2014. 8. 2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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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부 김미연 씨(37)는 최근 전자 결제 서비스 '페이팔'에 가입한 이후 수시로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자주 직구(직접구매)하는 김 씨에게는 페이팔이 만능 지갑이다. '이베이' '아마존'은 물론 미국 내 대부분 온라인 쇼핑몰에서 간편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예전에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는 일일이 번호를 기입하는 등 불편한 점이 있었다. 일부 해외 사이트에 (신용카드 정보를 제공하는 게) 찜찜하기도 했는데 페이팔을 이용하면 클릭 한두 번에 결제를 끝낼 수 있어 편리하다. 이베이나 아마존 등에 쌓이는 적립금을 페이팔 계좌로 한데 모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라고 자랑했다.

# 국내 회원 3700만명을 확보하고 있는 카카오가 송금과 결제 등이 가능한 금융 서비스 사업에 진출한다. 카카오는 이르면 9월부터 송금(뱅크월렛카카오)과 결제(카카오간편결제·가칭) 서비스를 시작한다. 뱅크월렛카카오는 시중 14개 은행과 제휴해 전자지갑에 충전된 현금으로 송금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한 번에 50만원까지 충전 가능하며 카카오톡(이하 카톡)에 등록된 친구들에게 하루 최대 10만원까지 송금이 가능하다.

신용카드와 통장 없이 온라인 전자상거래나 오프라인 쇼핑에서 송금과 결제 등이 가능한 '전자지갑' 플랫폼을 놓고 글로벌 기업들은 물론 국내 인터넷 기업들도 가세해 한판 대결을 앞두고 있다.

페이팔은 1998년 서비스를 시작한 전자지갑의 원조다.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이베이의 전자 결제 시스템으로 약 1억50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연간 거래액은 180조원에 달한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전자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는 지난해 전 세계 사용자 수가 8억명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결제액이 100억위안을 웃돈다(박스 기사 참조). 반면 한국은 글로벌 전자 결제 경쟁에서 한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쟁 뒤처진 한국

액티브X에 금융 규제 첩첩산중

사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전자 결제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작한 곳 중 하나다. 2000년대 들어 인터넷 쇼핑몰 등 온라인상거래가 급증하면서 결제 시장도 함께 성장했다.

초기 모양새는 온라인상거래 구매자와 판매자 중간에서 결제 대금을 임시로 보관했다 거래가 완료되는 동시에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결제 서비스였다. 다날, KG모빌리언스, 인포허브 등 지불결제대행사(PG·Payment Gateway)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이들은 통신사, 온라인 쇼핑몰 등과 손잡고 신용카드나 무통장입금 없이 결제 대금을 통신 요금에 합산해 청구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런 인터넷 소액 결제 시장은 폭발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거래 규모만 3조6800억원에 달했다.

2010년 이후 전자지급 서비스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모바일 전자지갑이 나타난 것. 통신사와 금융사들은 앞다퉈 앱을 통해 지급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SK텔레콤은 2010년 '스마트월렛'을 출시했고 이후 KT와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금융권에서는 하나은행이 2012년 스마트폰에서 결제와 송금이 가능한 '하나N월렛'을 내놓았다. 신용카드사들도 지난해 5월부터 각 사 카드를 탑재한 전자지갑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덕분에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올 상반기 거래 금액만 6908억원으로 커졌다. 가장 먼저 앱카드를 내놓은 신한카드는 16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페이팔이나 알리페이 같은 '로그인' 기반의 압도적인 원클릭 결제 서비스는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통신사만 보더라도 전자지갑이 제각각이다. 카드사도 각자 별도의 앱 서비스를 내놓다 보니 서비스가 중구난방이다. 해외에선 흩어져 있는 플랫폼이 하나로 합쳐지고 규모가 커짐에 따라 보안성도 강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전자지갑 시장 성장을 주도해야 할 정부와 금융권이 방향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가다간 해외 업체들이 국내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각종 지급결제 서비스들이 난립하는 데다 규제로 인해 알리페이나 페이팔 같은 강력한 플랫폼이 등장하지 못한다"는 부연 설명이다.

인터넷 소액 결제 서비스의 선구자 격인 한국이 전자지갑을 통한 원스톱 서비스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하는 배경으로는 무엇보다 정부 규제가 첫손에 꼽힌다.

가장 대표적인 게 '천송이 코트' 논란으로 대변되는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다.

국내에서 전자 결제에 필수적인 공인인증서를 설치하려면 어떤 OS(운영체제)든 액티브X와 같은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반면 아마존이나 이베이의 페이팔,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등은 한 번의 클릭과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간단히 결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자 결제를 위해 필요한 보안 프로그램이 10개라고 하자. 아마존이나 페이팔 등은 8~9개 이상을 자사가 직접 설치·운영한다. 책임도 기업이 진다. 사용자들은 별로 설치할 것이 없기 때문에 간편하다. 반면 우리는 7~8개 이상을 사용자가 설치해야 한다. 이에 따른 책임도 사용자에게 돌아간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결국 보안 책임을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다. 우리나라는 기업이 보안 투자 비용을 사용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보안 문제의 책임은 1차적으로 금융 회사가 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공인인증서만 설치하면 해당 거래에 이상이 생겨도 금융 회사들 책임이 없어진다. 공인인증서가 일종의 '면죄부'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각종 금융 규제 또한 걸림돌로 지목된다.

국내에서 전자지갑 결제 서비스를 위해선 반드시 금융 회사와 별도로 제휴할 필요가 있다. 가령 A통신사의 전자지갑으로 카드 결제나 계좌 이체를 한다면 내부 프로세스는 모두 해당 신용카드사나 은행의 인증과 거래 절차를 따른다. 전자지갑은 솔루션만 제공하고 실제 인증은 금융사가 하는 셈이다.

하지만 페이팔이나 구글 원클릭 서비스는 다르다. 이들은 신용카드 정보를 갖고 직접 인증 업무를 수행한다. 중국의 알리페이 같은 경우에는 아예 별도의 금융 자회사를 통해 결제뿐 아니라 수익을 내는 금융 서비스도 내놓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알리페이 같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금융위원회로부터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IT 기업이 금융업 허가를 받는 일은 일정 이상의 자금을 갖춰야 하는 등 만만치 않다.

앞의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내 금융 규제에 따르면 통신사나 인터넷 기업이 신용카드나 인증 정보를 보관하지 못하게 돼 있다. 진정한 의미의 원클릭 서비스가 힘든 상황이다. 선불로 적립해 놓고 결제하는 서비스만 해도 금액 한도가 용도별로 정해져 있는 등 규제가 너무 많다. 국내에서 대기업 IT 계열사가 알리페이 같은 금융 서비스를 했다간 당장 금산분리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자 결제 업체 관계자는 "규제가 많다 보니 각 기업들이 제각각 전자지갑 서비스를 내놓아 소비자들도 헷갈릴 정도다. 국내에서도 플랫폼 경쟁을 통한 대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주장했다.

한국판 알리페이 나오나

카카오톡·네이버 밴드 주목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국내 간편 결제 시스템을 하나로 묶는 플랫폼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많은 모바일 기업들이다. 지금까지 모바일 결제 시장은 통신사나 카드사, 혹은 여러 은행들이 각 사별로 서비스를 선보였다. 카톡이나 네이버 밴드의 무서운 점은 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플랫폼을 갖췄다는 사실이다. 카카오만 봐도 9개 신용카드사를 끌어들여 간편한 결제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르면 9월부터 송금과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다. 뱅크월렛카카오는 시중 14개 은행과 제휴해 전자지갑에 충전된 현금으로 송금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카카오간편결제는 카카오가 LG CNS와 협력하고 국내 9개 신용카드사와 제휴해 준비 중인 모바일 결제 서비스다. 이를 활용하면 기존 신용카드를 카카오톡에 등록한 이후 모바일 결제 시 간단한 비밀번호만으로 결제할 수 있다. 보안을 위해 LG CNS의 간편 결제 서비스 '엠페이(MPay)'를 적용한다. 엠페이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보안가군인증(공인인증서와 동등한 보안 수준)'을 획득한 서비스다. 비밀번호만으로 간단히 결제하면서도 안전하다는 점이 강점이 될 전망이다.

이에 질세라 네이버도 반격의 카드를 꺼냈다. 네이버는 모바일 메신저 밴드를 통해 소액 송금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밴드에는 회비를 참석자 수에 맞춰 나눠 낼 수 있는 'N빵 계산기'란 프로그램이 있다. 여기에 모바일 송금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를 들면 10명의 모임에서 비용이 30만원 나왔다면 N빵 계산기를 통해 1인당 3만원이라는 회비가 계산된다. 여기서 '회비 내기(가칭)'라는 버튼을 통해 즉시 송금하는 방식이다.

네이버 측은 "밴드에 외부 송금 서비스를 연결하는 것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도입 여부나 시기 등에 대해서는 최종 결정된 바 없다"고 말을 아낀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네이버가 카카오처럼 송금뿐 아니라 결제 시장에도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말 모바일뱅킹을 통한 자금 이체 규모는 하루 평균 1조4000억원이다. 전체 이체 금액의 4% 수준이다. 카톡과 밴드의 소액 송금 서비스(주로 10만원 이하)가 자리 잡을 경우, 이른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뱅킹은 주된 모바일 이체 수단으로 부상할 수 있다. 국내 은행의 전체 송금 건수 중 10만원 미만 소액 송금 건수 비중은 약 30%인데 이를 대부분 대체할 수 있다는 예상마저 나온다.

아직 카카오만 참여 의사를 밝힌 모바일결제 시장은 규모가 더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 쇼핑 시장 규모는 6조5590억원. 올해는 상반기에만 벌써 6조원을 넘어섰다. 가뿐히 1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카톡은 이 시장에서 '태풍의 눈'이 될 전망이다. 밴드가 모바일 결제 시장에 진출하면 비슷한 형태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카톡과 네이버 밴드가 간편한 결제 시스템을 들고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국내 전자 결제 시스템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고 본다.

한창민 오픈넷 사무국장은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기업이 전자 결제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긍정적 신호다. 경쟁을 유발하면서 새로운 혁신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너도나도 한국 시장을 노리는 상황에서 이젠 과거 틀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또한 카카오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카카오의 간편 결제 서비스는 결제 과정을 대폭 단순화함으로써 신용카드를 포함한 기존 지급결제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정이 이렇자 지금까지 전자지급 결제를 주도했던 PG 업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김종현 연구위원은 "카카오간편결제 서비스는 그동안 전자지급 결제 대행 역할을 담당했던 PG 업체 점유율을 상당 부분 잠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국내 PG 시장은 KG이니시스, LG유플러스, 한국사이버결제 3개 사가 시장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한다. PG 3사는 정부 정책 발표와 발맞춰 새로운 간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방어에 나섰다.

향후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 업체들과 금융기관들의 주도권 다툼도 예상된다.

우선 국내 IT 기업들은 엄격한 금산분리법과 전자금융감독규정에 따라 금융업 직접 진출이 불가한 탓에, PG사나 금융 회사를 동반해 우회적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제휴의 배경에는 국내에서도 비금융 회사의 금융업 진출이 완화될 경우를 대비, 은행·PG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인지도를 쌓겠다는 속셈이 숨어 있다. 특히 금융 회사들의 경우 당장은 카카오 등 지배적인 모바일 플랫폼의 힘을 빌려 거래 확대를 꾀할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금융업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안팎으로 팽배하다. 이에 따라 금융 회사들은 IT 기업·PG사들과의 제휴를 추진하면서도 내부적으로 새로운 전략 마련을 준비 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바일 간편 결제가 보편화되면 금융 산업 전반이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 입장에선 산업의 주도권을 지켜 나가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론 카카오간편결제나 밴드의 성공 여부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창화 단국대 IT융합과정 교수는 "(여러 사고 때문에) 우리 사회는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이 크다. 금융 사고가 터질 경우 정부, 금융기관, IT 업체 중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같은 기본적인 문제를 정리하지 않고 서비스를 시작하는 건 우려스럽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예를 들어 부정거래탐지시스템(FDS)이란 보안체계가 있다. 외국 은행이나 카드사에는 잘 구축돼 있는 시스템이다. FDS는 금융 소비자들의 평상시 거래 패턴과 다른 거래 내용이 들어오면 즉각 거래를 중지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에서 카드로 결제했는데 2~3시간 뒤 미국에서 같은 카드로 결제한다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 경우, FDS가 자동으로 작동해 거래를 중단시킨다.

우리나라도 카드사를 중심으로 대부분 FDS를 구축했다. 은행도 조금씩 이 시스템을 적용 중이다. 하지만 FDS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바로 작동하진 않는다. 소비자 각각의 정상 거래 패턴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전자금융과 관련된 정책들은 반드시 시간을 두고 추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정부 '관치 보안'은 문제

시장 믿고 문제 시 책임 강화해야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에 간섭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새로운 결제 수단이 나왔을 때 보안 기술이 확실한지는 시장에 맡기면 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일일이 여러 사안을 법으로 묶어 놨다. 이런 '관치 보안'이 전자 결제 시스템 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몇 년간 간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달라진 것이 없다. 정부는 시장에 맡기고 대신 문제가 생겼을 경우 보다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런 근본적인 대책이 없으면 이번에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한창민 사무국장은 이렇게 잘라 말한다.

보안 우려와 함께 각종 금융 규제 개혁 역시 정부의 중장기적인 로드맵이 필요한 부분이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카카오의 전자금융업 진출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잦은 금융 사고 발생으로 인해 전자금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여러 제한이 많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인터넷뱅킹 전문은행의 설립 또한 관련 규제 완화 차원에서 검토 대상이다. 미국과 중국의 전자지갑 시장이 확산된 데에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역할이 컸다.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일종의 인터넷 전문은행을 통해 금융업을 하고 있다. 한국도 뒤늦게나마 인터넷은행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위해 규제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나 네이버 등 IT 기업들도 금융 서비스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정부는 인터넷은행의 결제 방식도 '편의성'에 방점을 찍을 예정으로 다양한 제도 정비에 나선다. 성공 여부에 따라서는 한국형 페이팔과 알리페이의 탄생을 기대해볼 수 있다.

아마존이나 페이팔 같은 기업도 서비스 초기에는 많은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 시행착오 과정을 거쳐 지금과 같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미 글로벌 전자 결제 기업들이 국내 시장 진출을 앞둔 상황에서 계속 규제에 얽매여선 곤란하다는 목소리가 좀 더 설득력을 얻는다.

"페이팔이나 아마존도 처음부터 대기업은 아니었다. 문제가 생겼을 땐 책임을 물어야지, 기회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를 생각한다면 금융 규제를 좀 더 풀어야 한다." 김승주 교수의 얘기는 현 시점에서 새겨볼 만한 주장이다.

알리페이·페이팔 성공 노하우는

간편함과 빅데이터로 무장

아마존, 이베이(페이팔), 알리바바(알리페이)….

국내 시장을 노리는 글로벌 전자 결제 기업들이다.

중국 알리페이는 롯데면세점과 손잡고 2012년 말 인터넷 중국어 면세점을 열었다. 1년 남짓 지난 지금, 롯데면세점에서 알리페이를 통해 거래되는 금액은 한 달에 100억원이 넘는다. 최근 알리페이는 KG이니시스와 하나은행 등을 결제 협력사로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을 노린다는 계산이다.

페이팔과 아마존은 국내에서 해외 직구족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페이팔은 조만간 한국에 별도 법인도 설립할 예정이다. 이들은 모두 수억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간편하면서도 안전한 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이들이 국내 시장 진출 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는 2020년이 되면 미국 금융 시장의 30%를 IT 기업이나 인터넷은행 등이 차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만큼 해외에서는 IT 기업의 금융 시장 진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이베이는 1998년 세계 최초로 자사 사이트 내 결제 서비스인 페이팔을 선보였다. 16년이 지난 지금, 페이팔은 세계 최대 전자 결제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66억달러. 세계 온라인 쇼핑액의 18%가 페이팔을 통해 결제된다. 아마존은 올해 6월 자사 내 결제 서비스 '아마존페이먼트'를 선보이고 페이팔 추격에 나섰다.

중국 인터넷 기업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전자 결제 서비스 기업 알리페이는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을 석권했다. 회원 수는 무려 8억2000만명. 지난해 알리페이를 통해 결제된 금액은 무려 650조원이다.

구글, 애플 등 우리에게 비교적 친숙한 IT 기업들도 금융 서비스를 선보였다. 구글은 3년 전 출시한 '구글월렛'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는 이메일을 통한 송금 서비스도 선보였다. 애플은 신용카드 기반의 결제 서비스 '패스북'을 출시했으며 페이스북은 해외 송금 기업인 영국의 '아지모'와 제휴를 추진 중이다.

해외 IT 기업들이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송금이나 지급결제에서 벗어나 대출, 투자 중개, 보험, 예금 등으로 금융 영토를 넓히고 있다.

알리바바와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 IT 기업들은 정부로부터 은행업 허가를 받은 상황이다. 최근엔 민영은행 시범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은행이나 다름없는 지위를 얻었다. 이들 3사는 이미 지난해부터 온라인 전용 MMF(수시 입출금 가능하고 단기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 시장에 진출했다. 알리바바의 MMF '위어바오'는 출시 9개월 만에 가입자 8000만명을 모았다. 위탁 금액은 83조원에 이른다.

글로벌 IT 기업들의 장점은 폭넓은 고객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구글과 알리바바 등은 전통적인 은행 업무였던 대출 시장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 이들은 소비자 신용 평가를 할 때 빅데이터를 활용해 부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다.

[김병수·강승태·서은내 기자 / 사진 : 윤관식 기자 / 일러스트 : 정윤정]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71호(08.20~08.26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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