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제대로 안 되면 유민이 볼 낯 없어" 미음도 거부

손현성 권재희 2014. 8. 22.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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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김영오씨 단식 40일 만에 병원 실려 갔지만..

"더 오래 싸워야" 설득에 입원했지만 병상서도 단식 중단하지 않아

주치의 "혈압 한때 쇼크상태" 우려… 이날 하루 시민 200여명 단식 동참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40일째 단식하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 김영오(46ㆍ고 유민양 아버지)씨가 22일 끝내 병상에 누웠다. 이틀 전부터 급격히 건강이 악화돼 의사와 유가족들이 이날 밤샘 설득한 끝에 병원에 왔지만 그는 기어이 미음을 물렸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전에는 단식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날 오전 7시 50분쯤 광화문광장에서 구급차에 실려 25분쯤 뒤 주치의 이보라 내과과장이 근무하는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시립동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김씨는 혈액ㆍ심전도 검사 등을 받고 10여분 뒤 병원 본관 3층 1인실 병실로 옮겨져 수액과 비타민 등을 투여 받았다.

이보라 과장은 이날 오후 김씨의 병실 앞 기자회견에서 "병원에서 잰 김씨의 혈당 수치는 55mg/dℓ(정상 기준 80~120mg/dℓ)으로 심각한 현기증 어지럼증, 의식 변화를 유발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씨의 혈압도 오전 한때 100/60mmHg로 쇼크 상태 수준이었으며, 간 수치도 52 IU/L로 정상기준(40 IU/L)을 벗어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씨는 병상에서도 단식을 중단하지 않았다. 세월호 희생자ㆍ실종자ㆍ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유경근 대변인은 "김씨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이 제정되는 것도 못 보고 멈추면 유민이를 볼 낯이 안 선다. 가장 하고 싶은 건 안산에서 가족과 같이 밥 먹는 것이니 제대로 된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점심과 저녁으로 병실에 들어갔던 미음과 맑은 된장국, 보리차는 번번이 입원실 앞 대기실 탁자로 밀려났다.

김씨는 지난달 14일부터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물과 소금만으로 목숨을 부지해왔다. 지난달 30일부터는 가슴팍에 '대통령님, 힘 없는 아빠 쓰러져 죽거든 사랑하는 유민이 곁에 묻어 주세요'란 문구를 내걸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6일에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광화문광장에서 만나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편지도 건넸다.

그간 김씨는 거의 매일 단식농성장이 있는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 앞 분수대까지 걸어가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지난 19일 청와대로 가던 중 경찰에 제지당해 격앙된 뒤 20일부터 김씨의 몸 상태는 급격히 안 좋아졌다. 21일 청와대는 그의 면담 요청을 공식 거절했다. 22일 새벽 2시부터 김씨는 물 한 모금도 못 삼킬 상태가 됐다. 전날 오후부터 주치의와 원재민 가족대책위 변호사, 유가족 3명이 설득에 나섰지만 김씨는 이날 아침까지 병원 이송을 거부해 지켜보는 이들의 속은 타 들어갔다. 유가족 등이 "응급 상황을 모면해야 더 오래 싸울 수 있다"고 간신히 설득한 끝에야 김씨는 들것에 몸을 눕혔다.

유가족 40여명은 이날 오후 청와대 민원실로 찾아가 '대통령의 결단만이 유민아빠를 살릴 수 있다.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 제정에 나서달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대통령의 대답이 있을 때까지 청와대 앞에서 기다리겠다"며 수시간 넘게 자리를 뜨지 않았다.

김씨가 입원한 날도 동조 단식은 확산됐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에 따르면 이날 시민 200여명이 광화문광장에서 단식에 동참했다. 김씨의 단식 이후 적어도 하루 이상 단식에 참여한 인원은 2,200명을 넘어섰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권재희기자 luden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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