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수정본도 '오류투성이'

2014. 8. 2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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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고교 고대사편 50쪽에서만 70여개

인용출전 삼국유사를 삼국사기로

발해유민을 고구려유민으로 서술도

교육부 수정권고 내용조차 안고쳐"이 교과서대로 시험보면 틀릴수도"

2015학년도에 고등학교에서 실제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수정본이 '오류투성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해 말~올해 초 '교학사 교과서 파동' 당시 현대사 논란에 가려진 고대사 부분에서도 교과서에 나온 대로 시험 정답을 골랐다간 오답이 될 수준의 오류가 수십군데 발견됐다.

21일 <한겨레>가 역사학계의 고대사 전문가들한테 자문을 구해 교학사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수정본을 분석해보니, 50쪽에 불과한 '고대'편에서만 70여개의 크고 작은 오류가 발견됐다. 오류가 1쪽에 1.4개꼴이다. 교과서에서 사용하기에 부적절한 용어와 문장은 물론, 기초적인 역사적 사실을 잘못 서술한 부분도 많았다. 심지어 교육부가 수정 권고한 내용을 고치지 않은 대목도 있다.

우선 명백하게 틀린 사실이 눈에 띈다. 이 교과서 46쪽에서는 원효의 대중불교 운동을 설명하고 있다. "가난하고 무지몽매한 무리까지도 모두 부처의 호를 알게 되었고…" 등을 인용하며 출전을 <삼국사기>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내용의 출처는 <삼국유사>다.

39쪽에서는 "발해의 멸망 이후 고구려 유민들은 고려로 망명하였고, 왕건은 이들을 우대하여 동족 의식을 보여주었다"고 돼 있다. '발해 유민'이 고려로 망명한 것을 '고구려 유민'으로 잘못 적었다. 금성(90쪽)과 두산(39쪽) 등 다른 교과서가 '발해 유민'이라고 정확히 쓴 것과 대비된다. 하일식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코미디 수준이다. 일제가 조선을 강점하자 (조선인이 아닌) 고려인들이 만주로 가서 독립운동했다고 쓰는 것과 비슷하다"고 짚었다.

교학사 교과서에는 저자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술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들도 있다. 32쪽을 보면, 고구려의 돌무지무덤(장군총)에 대해 "큰 돌을 여러 층의 계단처럼 쌓아 올린 후 관을 놓고 그 위를 다시 돌들로 쌓아 만든 계단식 돌방 돌무지무덤의 형태가 나타났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고구려 돌무지무덤은 관을 넣고 돌을 올리며 완성시킨 게 아니다. 계단 모양으로 돌을 쌓아올리며 돌방을 다 만들고, 완성된 무덤의 중간에 설치된 석실의 문을 열고 관을 넣은 것이다. 한국고대사학회 회장인 임기환 서울교대 교수는 "돌무지무덤에 대한 설명은 저자가 장군총에 대해 아예 모르는 거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수정 권고를 받고도 미처 오류를 수정하지 못한 부분도 나온다. 50쪽을 보면 "4세기 백제, 근초고왕, 고구려의 평양성 공격, 요서와 산둥, 규슈 지방에 진출"이라고 돼 있다. 백제가 산둥과 규슈에 진출했다는 근거 없는 설에 기댄 서술이다. 교학사는 수정본을 내며 교육부 권고대로 본문을 고쳤는데 '단원 마무리 학습정리'에는 오류가 그대로 남아 있다.

전덕재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는 여전히 부적절한 용어와 표현, 내용의 혼란이 발견된다. 수정본도 교과서로서 품위를 갖췄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기환 교수는 "교학사 교과서대로 시험을 봤다가 틀리는 것도 문제지만, 학생들이 역사적 사실을 잘못 알게 되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짚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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