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토사 뒤덮인 한려수도 통영 앞바다

김기범 기자 2014. 8. 2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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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정책연구원 "재검토" 의견에도 낙동강청 "영향 없다"
주민들 "골프장 제초·살충제 피해뿐 아니라 생계도 위협"

경남 통영시에 많은 비가 내린 지난 19일 미륵산 정상에서 바라본 통영 앞바다는 황토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한려수도 경관 훼손 논란 속에 짓고 있는 산양읍 골프장 건설현장에서 대거 떠내려온 토사 때문이었다. 깎여가고 있는 골프장 예정지와 바다를 잇는 수로, 그 끝부분에 있는 작은 영운항은 산과 바다의 푸른 색깔과 확연히 구분되는 누런 빛이었다. 공사장 옆 개천에서는 붉은빛까지 감도는 흙탕물이 빠르게 쏟아져 내렸다.

흙탕물이 그대로 바다로

많은 비가 내린 지난 19일 경남 통영시 미륵산 전망대에서 바로 앞쪽 능선을 깎고 있는 통영골프장 건설현장에서 토사가 흘러내려 바다로 이어지는 수로와 인근 영운항 앞바다를 누렇게 물들이는 모습이 내려다보이고 있다. |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영운항에서 만난 어민들은 "골프장 건설 전까지는 바다가 황토빛으로 바뀌는 일이 전혀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마을 앞 정자에 모여 함께 누래지는 바다를 보고 있던 어민들은 "앞으로 바지락이며 멍게, 굴, 미역 양식을 못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토사가 가라앉아 바다 밑이 뻘밭으로 바뀌면 바지락·멍게 등이 숨을 못 쉬게 된다는 것이다. 완공된 골프장에서 대량으로 살포되는 제초제·살충제가 바다로 흘러들어올 가능성이 높은 것도 어민들의 시름을 키우고 있다.

통영시가 동원관광개발을 사업시행자로 삼아 지난 6월부터 짓기 시작한 통영골프장은 97만6130㎡ 면적에 18홀의 골프장과 부대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사업자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를 보고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당시 연구원이 사업 반대 이유로 골프장 건설 과정의 지형 훼손과 생태계 파괴를 제시했지만, 낙동강청은 주변 환경에 중대한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협의 절차를 마무리했다. 큰 비에 토사가 흘러 바다를 오염시키는 골프장은 환경 파괴 우려가 현실화됐고, 주민들의 생계까지 위협하고 있다.

연구원이 사업 재검토 이유로 지적한 경관 훼손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미륵산에 올라 산이 깎여나가고 바닷물이 누렇게 물든 모습을 본 시민들 속에서는 "아름다운 한려수도 경관에 골프장이 웬 말이냐"며 화를 내는 사람도 많았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은 "통영시는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단하고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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