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사 새로 쓴 이정현 승리 요인 5가지

최경호 2014. 7. 3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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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보은(順天報恩).

31일 전남 순천시내 곳곳에는 독특한 문구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7·30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새누리당 이정현 당선자가 내건 당선 사례였다. 그는 현수막을 통해 지역 구도의 벽을 넘게 해준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순천보은'이라는 제목 아래에는 '하늘처럼 받들고 은혜를 갚겠습니다'라는 문구도 적었다. '하늘의 뜻을 따른다'는 순천의 지명을 이용한 감사 문구였다. 이날 곡성 거리에는 '곡성보은'이라는 현수막도 걸렸다. 박성준(56·순천시 왕지동)씨는 "선거 때는 혼자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눈길을 끌더니 당선사례도 화끈하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야당의 텃밭인 순천에서 서갑원(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제치고 국회의원이 됐다. 1988년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후 광주·전남에서 당선된 첫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의원이다. 시민들은 일꾼론을 내세운 독특한 선거전략과 예산폭탄을 강조한 능력에 마음이 흔들렸다고 입을 모았다. 당내 세력을 규합하지 못한 서 후보의 실책도 새누리당 의원이 당선된 주된 요인이 됐다는 평가다. 이 당선자가 국내 정치사를 새로 쓰게 된 요인을 5가지로 나누어 짚어봤다.

① 마음의 벽 무너뜨린 중고 자전거와 사투리 = 이 당선자는 순천에 내려온 후 줄곧 자전거를 타고 선거운동을 했다.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을 만나기에 자전거만한 게 없다고 생각했다. 차량에 비해 친근감이 있고 골목골목을 다 누빌 수 있는 점도 자전거를 택한 이유다. 그는 순천에 내려오자 마자 자전거가게를 찾아 중고자전거를 샀다. 생산된 지 15년이 된 낡고 허름한 국산 자전거다.

그는 이 자전거를 타고 순천과 곡성 곳곳을 누비며 선거운동을 했다. 한 손에는 확성기를 들고 철저하게 혼자서 돌아다녔다. 소식을 들은 한 지인은 좋은 자전거를 빌려주겠다고 했으나 거절했다. 이 당선자의 다소 남루해보이는 행색과 투박한 전라도 사투리도 민심을 빠르게 파고들었다는 평가다. 이 당선자는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보니 많은 시민들과 친숙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고 말했다.

② 예산폭탄과 의대유치 등 강조한 일꾼론 =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 당선자는 호남 홀대론을 집중 부각시켰다. 여권 핵심 인물이 지닌 역량을 바탕으로 순천과 곡성 발전을 이끌겠다는 호소가 표심을 자극한 것이다.

그는 선거기간 동안 '예산폭탄'을 내세워 낙후된 전남 동부권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전남 동부권 대 개조 사업, 산업단지에 대기업 유치 추진, 청년일자리 확보 등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보궐선거의 특성을 감안한 선거전략도 주효했다. 그는 "일을 잘못하면 1년 8개월 후 바꾸면 되지 않느냐"며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시민들은 순천대 의과대 유치 추진과 순천정원박람회장의 국가정원지정 등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로 이 당선자를 선택했다.

③ 암 걸린 부인의 애절한 선거운동 = 이 당선자 캠프 안팎에서는 승리 1등 공신으로 부인의 내조를 꼽는다. 김민경(51·여)씨는 2011년 유방암 판정을 받고 3차례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허리디스크가 악화돼 거동조차 하기 힘든 상태다.

김씨는 "순천과 곡성에서 정치를 바꾸겠다"며 뛰어다니는 남편이 안쓰러워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돌아다니다 보면 탈진하기 일쑤였으나 포기하지 않았다. "힘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복용하던 항암제도 선거운동을 하면서부터 먹지 않고 있다. 수술 후유증으로 몸이 쑤시면 침을 맞거나 뜸을 떠가며 순천과 곡성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김씨는 "비가 쏟아지는 장터에 있던 5~6명의 유권자들 앞에서 열성적으로 유세를 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 절로 힘이 났다"고 말했다.

④ '사통팔달' 교통만큼이나 트인 순천의 민심 = 순천은 인구 27만78000여 명 중 외지인이 40%가량 된다. 교육과 정주여건이 좋아 인근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꾸준히 유입되는 추세다. 여수와 광양 지역 산업단지 등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특성을 반영하듯 순천에서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바람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2012년 총선의 경우 민주당 후보였던 노관규 전 순천시장 대신 통합진보당 김선동 전 의원을 선택했다. 2012년 재보궐선거와 올해 지방선거때는 민주당 후보 대신 무소속으로 출마한 조충훈 후보를 내리 순천시장으로 뽑기도 했다.

⑤ 현실 외면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자충수 = 순천·곡성 유권자들이 새누리당 후보를 선택한 데는 야권의 공천실패를 꼽는 목소리가 많다. 서 후보는 노 전 시장과 치열한 경선을 벌인 끝에 새정치민주연합 공천을 손에 쥐었다. 그러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돈을 받은 것이 선거 기간 내내 발목을 잡았다. 상대 후보들이 서 후보의 범죄 경력을 놓고 집중 공세를 퍼부은 것이다. 유권자들 사이에선 "범죄자에게 공천을 줬다"는 불만이 쏟아지기도 했다. 서 후보는 "돈을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으나 의혹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경선 과정에서 촉발된 갈등으로 노 전 시장 등 당내 세력을 규합하는 데도 실패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궐선거의 원죄가 서 후보에게 있다"는 여론도 이 당선자에게는 득이 됐다는 분석이다. 서 후보는 2011년 1월 대법원에서 추징금 5000만원에 벌금 1200만원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잃었다. 이 자리는 야권연대에 나선 민주당이 공천을 하지 않아 민노당 김선동 의원이 앉게 됐다. 순천시민들은 이후 재선에 성공한 김 의원이 국회 최루탄 투척사건으로 의원직을 잃게 되자 "또 선거를 하게 됐다"며 한탄했다.

순천=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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