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 "러시아 금융·방산·에너지 분야까지 전방위 제재"

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입력 2014. 7. 31. 00:36 수정 2014. 7. 31.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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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천연가스 의존도 높은 유럽국들, 항공기 격추 이후 맘 돌려.. 미·러 군축 협력 등 균열 우려

유럽연합(EU)이 미국과 보조를 맞춰 러시아에 강도 높은 경제 제재를 하기로 했다.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 때문에 제재를 망설여온 EU를 제재에 동참시킨 것이다. 서방과 러시아의 관계가 탈냉전 이후 최악으로 치닫게 됐다.

28개 EU 회원국 대사들은 29일 7시간 논쟁 끝에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하기로 합의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이들은 러시아 국영은행들과 무기금수, 에너지 개발 기술 제공 중단 등 구체적인 제재 방안을 30일 발표하기로 했다.

EU는 러시아 정부가 50% 이상 주식을 보유한 은행이 유럽 금융시장에서 주식과 채권을 팔지 못하도록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러시아에 대해 무기금수 조치를 취하고 심해 시추, 셰일가스와 북극 에너지 탐사 기술 등 민간 산업과 군사 부문에 동시에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의 러시아 수출도 금지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EU의 합의가 있은 뒤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에너지 분야 관련 특정 품목과 기술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하고, 은행과 방위산업체로 제재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또 "러시아 경제개발프로젝트를 위한 신용공여 제공 및 금융지원도 공식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 대외무역은행(VTB)과 자회사인 뱅크오브모스크바, 러시아 농업은행에 대한 미국인의 신규 금융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러시아에 제재 강도를 높여왔다. 하지만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이 실질적인 제재에 동참하지 않아 제재의 효과가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 와중에 발생한 말레이시아 항공기 격추 사건에서 네덜란드 등 유럽인들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자 유럽을 동참시킬 명분이 강해졌다.

BBC는 "유럽 지도자들은 항공기 격추 이후에도 경제제재 동참을 꺼렸지만 분리주의 반군이 조사관들의 사고현장 접근을 막고, 러시아가 이후에도 계속 반군에 무기 지원을 하고 있는 점 때문에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이 EU에 제재 동참을 설득하며 폈던 논리였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쪽으로 로켓포를 발사한 정황을 보여주는 위성사진 등 정보사항까지 언론에 공개하며 유럽을 같은 배에 태우려고 안간힘을 썼다.

오바마는 기자회견에서 '신냉전으로 가는 것이냐'는 물음에 "신냉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상황은 우크라이나가 제 갈 길을 가는 것을 러시아가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와 관계된 매우 구체적인 이슈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와 협력할 부분은 계속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러 양자 간에는 탈냉전 이후 협력을 강화해온 군축 분야에서도 이견이 생기는 등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무부는 29일 의회에 제출한 연례 '군축비확산, 비무장 합의 약속 준수 현황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중거리핵전력조약(INF)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조약에 따르면 지상에서 발사된 500~5500㎞ 사거리 순항미사일을 보유 생산, 시험 발사하지 않아야 하지만 러시아가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다만 이란 핵협상, 시리아 화학무기 제거 등 국제 비확산 문제에 대한 양국 간 협력은 유지되고 있다.

< 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jeje17@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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