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부실·무능수사로 드러난 '검찰 민낯'

박준철 기자 2014. 7. 3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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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해 착수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 일가 수사가 부실과 무능 수사로 결론나고 있다.

숨진 유 회장의 유령을 40일간 쫓으면서 "조만간 잡을 것"이라며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가 하면 유 회장 밥을 해 주던 50대 금수원 직원 '김엄마'를 유 회장의 도피 총괄자로 만들기도 했다.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를 수사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이헌상 2차장검사)은 유 회장 장남 대균씨(44)가 상표권 등으로 관계사로부터 99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구속하는 등 관계사 대표 등 14명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검찰은 또 유 회장과 대균씨 등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박수경씨(34·여) 등 15명을 구속했다.

검찰 관계자는 "유 회장 일가 수사와 관련해 국내의 지명 수배자들은 모두 검거돼 수사는 사실상 일단락 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해외에 도피중인 유 회장 차남 혁기(42)와 김필배 문진미디어 전 대표(76),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52·여) 등의 소재 파악과 검거를 위해 대검찰청 국제협력단과 법무부가 미연방수사국(FBI)와 국토안보수사국(HSI) 등과 국제공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이 유 회장 일가를 수사하면서 부실·무능한 수사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뒤 유 회장이 5월17일까지 경기 안성 구원파 총본산인 금수원에 머물고 있던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유 회장은 4월23일 매제인 오갑렬 전 체코대사 차량을 타고 금수원을 빠져 나와 신도 집 2곳을 거쳐 전남 순천의 별장에서 5월25일까지 은신해 있었다.

검찰은 유 회장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으며, 제3자를 통해 연락이 되고 있다고 발표까지 했지만 거짓이었다.

검찰은 구원파가 유 회장을 은신시키기 위한 교란작전에 휘말려 전남 해남과 무안, 목포 등지에서 10여일을 헤매기도 했다.

지난 6월12일 유 회장이 사망한 뒤 한 달 뒤인 7월에도 검찰은 "유 회장과 대균씨 추적자료를 DB로 구축한 만큼 조만간 꼬리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21일 대검찰청은 기자회견까지 열어 "유 회장을 잡겠다"며 유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도 했다.

특히 검찰은 지난 28일 자수한 '김엄마'라 불리는 '김명숙씨(59·여)'를 유 회장 도피 총괄자로 지목, 공개수배까지 했다. 하지만 김엄마는 금수원 식품팀에서 유 회장을 위한 조리 업무를 담당한 '밥집 아줌마'에 불과했던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또 29일 자수한 유 회장의 운전기사인 양회정씨(59)는 그동안 금수원에 숨어 있었던 곳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 이후 4월23일 금수원을 압수수색한데 이어 5월21일 경찰 4000여명과 금수원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또 6월12일 경찰 6000여명과 함께 유 회장 등을 찾기 위해 금수원을 재진입했다.

양씨는 지난 5월25일 금수원 자재창고에 숨어 있었지만 검·경은 양씨를 찾지 못한 것이다.

검찰은 또 지난 5월25일 유 회장이 숨어 있던 전남 순천의 별장을 급습한 뒤 유 회장의 여비서 신모씨(33)를 붙잡았다. 신씨는 지난 6월26일 순천 별장 2층 통나무 비밀 방에 돈 뭉치와 유 회장이 숨어 있다는 것을 검찰에 알렸고, 검찰은 다음날 비밀 방을 찾았다.

하지만 검찰은 이 사실을 숨기다가 경찰이 신씨의 피의자 심문조사 등을 요구하자 뒤늦게 공개했다.

검찰은 유 회장이 숨진 뒤에도 지속적으로 유 회장을 쫓았으나 결국 '유령'을 쫓은 셈이 됐다.

또 양씨와 김엄마 등 자수자와 대균씨 등은 서울과 경기 등에 숨어 있었지만 검·경은 전남과 대구, 경북, 울산 등 지방만 뒤져 '헛힘'만 쏟았다.

검찰이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해 꾸린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유병언 일가 수사팀'으로 변질됐고, 유 회장 개인과 관계사 대표, 도피 조력자들에게 맞춰진 흥미위주의 수사가 됐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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