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내집마련의 꿈 하나였는데.."

입력 2014. 7. 30. 11:39 수정 2014. 7. 3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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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무산된 구룡마을..지금 주민들은

강남구 환지개발 반대에 원성…공영개발 원하는 주민과 갈등도

기초공사없이 지어진 가구 많아화재 · 폭우 등 항상 위험에 노출…주민들 "생존권 지켜달라" 하소연

"구룡마을에서 일주일만 살아보라고 하세요"

자포자기한 목소리였다. 지난 29일 구룡마을에서 만난 마을 주민 김모(44) 씨는 서울시와 강남구청의 갈등으로 결국 마을 개발이 무산되자 긴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8월 2일에 도시개발구역 지정해제가 고시된다는데 마치 시한부인생을 사는 것 같다"며 "생존권을 지켜달라"고 하소연했다.

지난 29일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은 황량했다. 하루 전 이 지역의 한 카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마련된 '화재 임시대피소'에서는 피해를 입은 대여섯 가구의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많은 마을 주민들은 숙원이었던 마을개발사업이 무산되자 허무하고 무기력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는 이날 구룡마을에 대한 도시개발구역 지정 해제를 확정했다. 당초 오는 2016년 말까지 SH공사의 주도로 총 2750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었던 구룡마을 개발은 서울시와 강남구가 개발방식을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결국 무산됐다. 서울시는 개발 후 땅과 건물 등을 일부 지주에게 돌려주는 '일부 환지방식'을 주장했으나, 강남구는 환지방식에 특혜의혹이 있다며 현금으로 보상하는 100% 수용 및 사용 방식을 주장하면서 양측은 단 한 차례도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지 못했다. 서울시는 강남구와 협의만 된다면 3개월 내 구역 재지정이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강남구가 28일 서울시 공무원과 SH공사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협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년째 이 마을에 살아온 주민 고금자(76ㆍ여) 씨는 "100% 공영개발을 하게 되면 5200만 원을 내고 월 35만원을 지급하는 임대아파트에 들어가야 한다"며 "이곳 주민들은 구룡마을에 내집을 마련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한 마을자치회 관계자는 "과거 토지주의 용역을 받은 마을주민자치회 회장이 용역을 동원해 560여세대를 강제로 쫓아냈는데 공짜로 집 하나 만들기 위해 나를 비롯 주민 모두 방관했다"며 "우리도 떳떳하지는 못하다"고 말했다.

실제 구룡마을의 문제는 대토지주가 자신의 땅을 400필지로 나눠 주민들 명의로 신탁하는 등 자연녹지지역(그린벨트)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편법을 쓰고 있다.

주민들은 "대토지주가 환지방식으로 개발하게 되면 신탁한 토지를 무상으로 양도해 주기로 약속했는데 왜 강남구가 반대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들은 토지주가 땅을 양도하면 이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마련한다는 방안이다.

개발구역으로 지정된 후 개보수가 불가능해져 현재 1100여 세대가 거주하는 마을에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지난 2011년에는 폭우로 인근 대모산 계곡물이 마을을 휩쓸어 전체 가구 중 절반에 이르는 513가구가 피해를 입었고, 28일 발생한 화재는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순식간에 5가구의 집으로 옮겨붙었다.

구룡마을주민자치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김모(64ㆍ여) 씨는 "아무런 기초공사 없이 지어진 집이라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면 평소에도 벽이 흔들린다"며 "우리 집은 '공중부양주택'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주민들의 바람은 오직 '내집마련' 이지만 최근 일부 토지주들이 재산권 행사를 요청하고 있어 주민들과의 갈등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 주민은 "마을에서 쫓겨나는 등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면 우리는 생존권을 위해 투쟁할 수밖에 없다"며 "구청장이 한 번이라도 주민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달라"고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지역민들을 위해서라도 양측의 조속한 합의를 촉구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문제없이 진행 되던 구룡마을 개발이 서울시가 환지방식을 도입하면서 문제가 됐다"며 "강남구가 새로 입안할 개발계획안이 어차피 100% 공영개발일텐데 서울시가 공영개발방식으로 지금부터 논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변창흠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지정 해제 후 재합의가 되도 절차를 진행하는 데만 수년이 걸리며, 이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 된다"며 "환지 자체가 특혜라고 보기보다는 적정한 환지의 비율을 정해 강남구가 서울시와 원만한 합의를 이뤘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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