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Scope] T타워 주차장서 KT휴대폰 왜 안걸리나 했더니..

박성우 기자 2014. 7. 3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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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사옥에 중계기 설치는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얼마 전 식사를 함께한 지인에게서 흥미로운 질문을 하나 받았습니다. "이동통신사 본사 건물에서는 다른 통신사 휴대전화가 잘 안 터진다고 하는데 맞는 얘기인가요?" 취재원의 농담 섞인 엉뚱한 질문에 당황했지만, "당연히 터지겠죠"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요즘처럼 전국 방방곡곡이 이동통신으로 연결된 세상에서 서울 한복판 SK텔레콤(017670)본사가 있는 을지로와 KT(030200)가 있는 광화문, LG유플러스(032640)사옥이 있는 회현동 등 도심에서 휴대전화가 안 터질 일이 있겠습니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이달 28일 실험을 했습니다.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005930)갤럭시S5 광대역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트(LTE-A) 단말기를 들고 이들 통신사의 지하주차장을 찾았습니다. 물론 각사의 중계기 위치나 건물의 모양이 달라 정확한 데이터 측정은 어렵지만, 통신 3사 각각의 본거지인 만큼 높은 수준의 속도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각 통신사 건물에서 가장 잘 터지는 단말기는 해당 회사의 제품이었습니다. SK텔레콤 건물에서는 SK텔레콤이, KT는 KT, LG유플러스는 LG유플러스의 단말기가 가장 빠른 속도를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속도는 기대했던 것보다는 실망스러웠습니다. LTE보다 3배 빠르다는 광대역 LTE-A는 업체들이 홍보하는225Mbps(초당 225메가비트)보다 훨씬 미치지 못합니다.

이동통신사들이 한결같이 타사에 관대하지 못한 것도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자사 건물 내 자사 중계기가 10개가 있다면 타사 기지국은 2~3개만 있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사옥은 을지로에 있는 SK텔레콤 T 타워였습니다. T 타워 지하 1층 고객 주차장에서 속도를 측정하자, SK텔레콤 광대역 LTE-A의 속도는 72.9Mbps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SK텔레콤 이외에 KT와 LG유플러스의 속도측정은 불가능했습니다.

SK텔레콤 지하주차장에 들어서면 다른 두 통신사 휴대전화 화면에는 "주파수 검색 중입니다. 긴급호출만 가능합니다.", "올바른 네트워크를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뜹니다. 주위에 KT와 LG유플러스의 기지국이나 중계기가 없어 전파를 잡을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회사 측에 확인한 결과 T타워 지하주차장에는 KT와 LG유플러스의 중계기가 단 한대도 설치돼 있지 않았습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T타워는 직원들을 비롯해 대부분 SK텔레콤 가입자가 집중돼 있기 때문에 타사 중계기를 설치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며 "불편하다는 민원이 제기되면 언제든지 KT나 LG유플러스 중계기를 설치할 의향이 있지만, 먼저 우리가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와 KT 사옥에서는 세 통신사의 전파가 모두 잡혔습니다. LG유플러스 회현동 사옥 지하 1층에서는 이번 실험 가운데 가장 빠른 94.3Mbps의 속도가 측정됐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KT는 62.9Mbps, SK텔레콤은 58.6Mbps가 나타났습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SK텔레콤을 이용하는 방문자의 민원을 적극 수용해 대대적으로 SK텔레콤과 KT의 중계기와 안테나를 확충했습니다. 현재 이곳 주차장에는 SK텔레콤과 KT의 중계기 각각 2기와 함께 음영지역을 없애주는 공용 안테나 11개가 설치돼 있습니다.

KT광화문 사옥에서는 KT가 79.9Mbps로 타사 대비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여줬습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33.4Mbps, SK텔레콤은 23.4Mbps로 이론상 최대속도인 225Mbps에 10분의 1의 속도로 나타났습니다. KT사옥에도 역시 다른 통신사인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 중계기가 각각 3기와 2기가 지하주차장에 설치됐다고 합니다.

KT와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동통신 기업이다 보니 직원들 대부분 KT와 LG유플러스 가입자가 많기 때문에 자사의 중계기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지하주차장, 로비 등은 외부 손님이 방문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사의 중계기를 설치했다"고 말합니다.

이런 상황은 왜 일어났을까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와 비슷합니다. 한 이동통신사 고위임원은 "어떤 건물이든 기지국이나 중계기를 설치하려면 해당 건물주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다른 회사 사옥에 중계기를 설치하겠다는 말을 먼저 꺼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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